이야, 눈앞에 31가지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어떤 맛을 골라야 할지 고민되는데요. 이런 고객들을 위해 한 아이스크림 기업은 ‘맛보기 스푼’이란 정책을 운용합니다.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기 전 여러 가지 맛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고객이 입맛에 딱 맞는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중앙대에도 앞선 예시와 비슷한 취지의 입시제도가 있습니다. 전공개방 모집제도. 취지는 이렇습니다. 중앙대는 정시모집(수능일반)에서 전공개방 모집제도에 따라 신입생을 단대 단위로 모집합니다. 학생은 일 년 동안 소속 단대 내의 다양한 전공을 경험한 뒤,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2학년 진학 시 본 전공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해당 제도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앙대 내에서 꽤 혹독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 모체를 찾아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지난 2015년 대학본부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광역화 모집제도’의 틀을 제시했습니다. 신입생을 단대 기준으로 모집하겠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인원 배분, 비인기전공 처리방식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거든요.

  다음 해인 2016년. 우려의 목소리가 난무한 가운데 광역화 모집제도가 시작됩니다. 예술대를 제외한 모든 단대에서 정시 인원을 광역화 모집제도로 선발했죠.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 때 ‘가전공’을 배정받고 2학년에 진급하면서 성적에 따라 본전공에 배정받게 됩니다. 어라, 이거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학생들이 가전공에 배정되면서 단 하나의 전공만을 체험해볼 수 있었거든요. 이건 다양한 맛보기가 아닌데요.

  게다가 본전공 배정이 성적순으로 이뤄지니 학생들은 전공이 바뀔까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흔들림 속에서 당연히 가전공 내 새내기의 소속감은 결여됐고, 새내기들은 학과 동아리나 자치활동에서도 제약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전공의 경험은 고사하고, 오히려 불안정하게 소속된 상태로 1년을 지내게 된 셈이었죠.

  구성원과 대학본부간의 대화는 더 첨예해져 갔습니다. 결국 2017년도엔 공대와 창의ICT공대에서만 광역화로 모집하며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잠깐 주춤한 동안 구성원 간 다양한 논의도 진행됐습니다. 일부 단대는 TFT(태스크포스팀)를 꾸리거나 구성원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합의안 도출에 힘썼습니다. 대학본부도 소통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요.

  그런데도 모든 구성원이 합의한 전공개방 모집제도 안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2018년 다시 태어난 ‘전공개방 모집제도’는 협의가 마무리된 공대, 창의ICT공대, 생공대만을 대상으로 진행됐죠. 광역화 모집제도와 큰 기조는 변하지 않았지만 1학년 학생의 예비 잔류를 보장해주고 수시 모집으로 학과 내 최소 인원을 보장하는 차이점이 있었죠.

  지난해엔 인문대, 사과대, 자연대, 경영경제대, 예술대 디자인학부도 전공개방 모집제도로 신입생을 모집했습니다. 다만 소프트웨어대와 예술공대를 제외한 나머지 단대는 정원의 20%만을 전공개방 모집제도로 모집하기로 했죠. 올해 해당 제도로 중앙대에 입학한 새내기들은 기간에 맞춰 희망 학과·전공을 선택하게 됩니다.

 열린 전공의 체험. 취지는 좋았죠. 먹어보기 전엔 선호하는 맛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스푼을 쥔 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더 관심을 들여야 하는 이유는 올해부터 각 단대와 전공단위 사정을 고려해 모집 인원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해 중앙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정시 모집 인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시 제도의 변화와 전공개방 모집제도 모집 인원 변화가 맞물려있는 상황인 거죠. 적어도 학생들의 손에 쥐어진 ‘맛보기 스푼’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본래 취지에 맞춘 제도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싶네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