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교양, 진정 다빈치로 향하나
  • 김유진 기자
  • 승인 2020.03.15 2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빈치교양대학의 필수교양은 다빈치형 인재상을 기반으로 한다. 필수교양은 졸업하기 전에 모든 학생이 이수해야 한다는 특징을 지닌 만큼 대학이 추구하는 방향, 즉 인재상이 교양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빈치교양대학`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중앙대 필수교양은 넓은 식견을 갖춰 여러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는 사고를 갖춘 다빈치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뜻을 갖췄다. 하지만 대상이 다양한 전공단위 학생인 만큼 현재의 필수교양 강의는 하향 평준화됐다. 

  <컴퓨팅적사고와 문제해결> 강의는 여덟 살에서 열여섯 살 사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설계한 프로그램인 스크레치로 한 학기 동안 수업한다. <창의와 소통> 강의의 주교재는 분량이 300페이지 남짓하지만 철학 서적 18권의 각각 일부가 발췌돼 첨부된 만큼 수업 내용은 겉핥기에 불과하다. <글쓰기> 강의의 주 교재 또한 문학적 글쓰기는 완전히 배제한 채 비문학 글쓰기, 고교 수준의 간단한 문법, 이력서 작성 등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위 언급한 강의 외 필수 교양 수업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사례는 대학 교양 교육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필수교양 수업의 경우 모든 강의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다. 어려움의 순간에도 한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고 가치를 공급해주는 내적 견고성을 기르는 것을 교양 교육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인간 가치 탐색을 위해 타 분야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을 가르친다. 이외에도 2개의 단계로 운영해 더욱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필수 글쓰기 수업과 사회봉사를 이론수업과 병행하는 필수 시민교육 수업은 여러 언론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에 비해 중앙대 필수교양은 다양한 학문을 어우르고자 하는 취지는 있으나 이를 대학에서 공부해야 하는 목적이 불분명하다. 7개 필수교양이 기반으로 하는 바탕 학문이 없기 때문이다. 이수 학년만 구분돼 있을 뿐 순차적으로 듣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각 필수교양 과목의 체계 또한 불분명하다. 

  오히려 필수교양이 인재상으로 삼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 수학, 음악,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때 그 취지와 목적을 인간에 관한 탐구, 즉 ‘인문학’에 늘 두었다. 이는 다빈치의 작품에서조차도 알 수 있다. 다빈치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통해 예술과 과학을 결합하여 유한한 인간 존재란 무엇인지, 거대한 우주 섭리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관한 고뇌를 담기도 했다.

  현 필수교양 체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얼핏 보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았을 때 현 필수교양은 과연 인문학을 바탕으로 심층적 사고에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을 탐구했던 다빈치에 더 가까운가 아니면 다양한 학문을 공부해야 하는 목적조차 잃어 심층성을 포기한 것에 더 가까운가? 7개 필수교양의 공통 기반 학문이 없는 현 체계는 학문 다양화의 장점과 심층성,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고 본다. 

 

김유진 대학보도부 정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