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총장이 선임되고 학내 주요 보직자가 대거 바뀐 채 학기가 시작됐다. 신임 총장 내정자와 임기 말미에 다다른 총장이 같은 층 집무실을 쓰는 동안 본관이 꽤 어수선했으리라. 거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워 전례 없는 대책을 세워야 했던 혼돈의 2·3월이다.

  새롭게 임명된 총장과 교무위원들을 위해 그간 취재했던 수첩을 돌아보며 다음 내용을 준비했다. 대게 기사에서 큰따옴표로 들어가는 인용문은 취재원에게 얻은 답변 중 사실 관계와 전후 맥락에 맞는 알맹이만 추려낸 구절이다. 이에 그동안 인터뷰하며 메모했던 취재원의 말 중 현시점에서 필요하다고 느껴 다시 취사선택한 구절을 ‘큰따옴표’로 남긴다. 아래 취재원은 학생, 교수, 교직원이 최소 각 1명씩 있음을 밝혀둔다.

  “중앙대 안에서는 늘 그렇게 해왔던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지만 넓은 세상에 나가서는 문제가 커진 일이 한두개가 아니에요. 지금의 대학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환경을 보았을 때 절차적 정당성을 벗어난 일체는 대학 공동체에 큰 타격을 줘요. 바른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학문의 본질과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에서 어느 교수는 끔찍한 성폭력을 저질렀어요. 이번 사건이 일부 교수의 일탈로 치부돼서는 안 돼요. 학생사회는 자발적으로 반성폭력 회칙을 제정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해왔어요. 이젠 대학본부가 응답해야죠.”

  “CAU 2018+ 이행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비전은 왜 만드는지 이해가 안 돼요.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잖아요. 기자님은 구호만 난무한 비전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안성캠은 시간이 멈춰있는 곳이에요. 오래된 재봉틀, 빛이 새어 들어오는 암실 등등 시설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죠. 등록금에 비해 가시적으로 돌아오는 안성캠 발전이 없어요. 정체돼 있을 뿐.”

  만약 누군가 중앙대가 대학으로서 바람직하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그 대답을 부정하겠다. 그간 중앙대가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다소 미흡했다. 대학답지 않은 일들로 불거진 잦은 내홍에 학내 구성원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느 교수의 일답. “그래도 이를 반면교사한다면 사소하더라도 달라지는 점이 있지 않을까요? 그 정도 기대는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잖아요.”

  과연 신임 총장을 비롯한 교무위원들이 학내 구성원의 상처를 봉합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교수의 말과는 다르게 이전보다 나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우려가 앞선다. 그럼에도 그간 메모했던 말보다 더 나은 말을 큰따옴표에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바람에 필자는 그동안 써왔지만 아직도 쓸만한 취재 수첩을 잠시 서랍 속에 보관했다. 그리고 새로운 취재 수첩을 꺼내 오늘을 시작한다.

 

 

김강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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