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짊어진 병원학교 교사
  • 서아현 기자
  • 승인 2020.03.1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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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막 병원학교 교사의 방백

미흡한 환경에 놓인 교사 
정부 차원의 해결방안 필요해


학교가 아닌 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사에 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업무량이 많아 부담감에 짓눌리고 원활한 수업 준비도 힘들다. 매뉴얼대로 하면 쉬울지 모르지만 그조차도 없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직업의식만으로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병원학교 특수교사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우리의 하루는 짧다

  병원학교 특수교사(병원학교 교사)는 교육청에서 파견한 공립특수학교 소속 교사다.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교과 수업과 각종 행정업무 외에도 추가적인 업무가 요구된다. 건강장애학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병원학교를 홍보하고 병동 행사를 진행하는 일도 포함한다. 각 학생의 건강 특성을 파악하고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병원학교 교사는 병원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을 홀로 담당한다. 충북대학교병원학교에서 8년 동안 근무했던 이서영 교사는 과중한 업무로 수업에만 몰두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상담 또는 행사가 있거나 언론·방송 취재, 방문자라도 있는 날에는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어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수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죠. 주말을 이용해 인터넷 강의로 수업 연구를 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하나의 병원학교에는 1~3명의 특수교사가 배치된다. 그들이 담당하는 학생은 보통 수십 명에 달하며 많게는 백 명 이상이기도 하다. 담당한 학생 수가 많다 보니 다양한 학년과 학교급 학생의 교과 수업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서영 교사는 혼자 많은 학생의 학습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말한다. “원예 교과를 실기 위주로 지도해 달라는 요청이나 ‘기하와 벡터’와 같은 과목을 가르쳐야 했을 때 전공하지 않은 분야라 난감했어요. 결국 인터넷 강의를 지원해주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해 곤란했습니다.” 수업을 담당할 인력이 적고 학급을 구분할 공간도 부족한 병원학교 교사가 흔히 겪는 일이다.

  이서영 교사는 병원학교 근무 당시 수업과 관련한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고 말한다. “수업 연구를 위한 직무연수도 없었고 자문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없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김혜리 교수(중부대 초등특수교육과)는 병원학교 운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없어 문제가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국가 차원의 운영지침이나 매뉴얼의 부재가 교사의 업무를 가중해 부담을 더합니다.” 


  그늘에 가려진 권리

  다른 교사와 달리 병원학교 교사에게는 건강장애학생을 지도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걸맞은 지원이 필요하다. 이서영 교사는 병원학교 교사가 겪는 심리적 고통을 이야기했다. “병원학교 교사는 제자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시한부 삶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음악치료사로 일해 온 백경실 외래교수(국악교육대학원)는 병원학교 교사의 심리 상태가 학생의 정서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병원학교 교사의 심리적 어려움은 학생에게 불안을 야기합니다, 이는 아이들에게 우울감을 불러올 수 있죠.” 

  만성 질환을 가진 학생과 장시간 근무하는 병원학교 교사는 건강장애학생들의 질병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서영 교사는 의료진에게 담당 학생의 의료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당황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학생의 질병에 관한 간략한 설명 외에 감염 예방과 응급처치, 응급기기 관리 등의 교육은 전혀 없었어요. 수액을 달고 있는 기기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거나 수액주사에 혈액이 역류할 때는 매우 당황했죠.” 병원학교 교사는 학생의 건강 상태에 입각해 수업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필수적으로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다. 백경실 외래교수는 병원학교 교사와 의료진 및 소속 학교 교사 간의 소통이 부족해 건강장애학생의 질병에 관한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밝은 아침을 맞이하려면

  박옥식 교수(사회복지대학원)는 병원학교 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인력보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병원학교가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연계한다면 교사의 부담을 덜 수 있겠죠. 과목별로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수업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양대학교병원학교는 한양대 교육봉사 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를 통해 운영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병원학교 교사의 잦은 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 환경과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 「병원학교 운영 매뉴얼 개발을 위한 특수교사의 경험 및 지원요구에 대한 질적연구」 (표윤희·김정연, 2019)에 따르면 교사의 수업 준비와 연구를 위한 공간과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병원학교 교사가 노출될 수 있는 의료적 위험 상황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비롯한 의료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서영 교사는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워크숍 내실 강화를 제안했다. “매년 병원학교 운영 개선을 위한 워크숍이 있었어요.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해결책을 찾고 제도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다소 형식적인 자리가 된다고 느꼈죠. 병원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도전적이고 생산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합니다.” 

  김혜리 교수는 병원학교 운영에 관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 개인이나 소속 병원학교라는 미시적 차원에서만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국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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