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인으로서 
중앙대의 '의혈' 정신을 본받아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사진 서아현 기자

 

 

민요 속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르고자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온 국악인이 있다. 위안부 기림의 날 버스킹, 퓨전 국악 앨범 발매 등 우리 역사를 알리기 위한 행보를 이어온 양진수 동문(연희예술전공 14). 재학 중 중앙대에서 강연과 수업, 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했다는데. 민요 속에 희망의 역사를 담아 전달하겠다는 그를 만나봤다.


  -역사와 관련된 버스킹을 여러 차례 했는데, 시작한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민요를 계속하며 입시 중심의 예술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악인의 정석 코스라고 하는 군악대가 아닌 해병대 입대를 선택했죠. 연평도에서 군 생활을 하며 몽금포 타령의 몽금포, 해주 아리랑의 해주 등 민요 가사에 등장하는 장소를 실제로 볼 수 있었어요. 민요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그 진짜 모습을 보니 민요가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꼈죠. 그렇게 역사에 첫발을 내디뎠답니다.”


  -현충원을 의미 있는 장소로 꼽은 것도 비슷한 이유인가.
“맞아요. 역사에 관심을 가진 뒤 현충원에 자주 왔었어요. 처음 왔을 때 이상하게 숙연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근대 역사를 주제로 하는 민요가 많은데, 현충원에는 그때의 아픔이 많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죠. 민요는 사람들이 남기려고 했던 무언가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거예요. 그러니 선조들이 민요로 남기고자 했던 것은 곧 역사죠. 결국 역사와 민요는 뗄 수 없는 존재랍니다.”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왔는데 원동력이 무엇인지.
“민요나 예술 쪽은 취직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너무 두렵고 막연했어요. 그래서 교수님을 많이 찾아갔죠. ‘불안하면 뭐라도 해라.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처음 홍대에 나가 민요 버스킹을 했답니다. 한번 시작하니까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었죠. 우리나라에서 버스킹을 했으니 상하이에서도 해보자 이런 식으로요.”


  -JTBC ‘요즘애들’,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등 방송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상하이에서 버스킹을 하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계획하고 있을 무렵 ‘요즘애들’ 방송 출연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죠. 처음에는 탈락했었는데, ‘급식체 재담’을 보고 다시 연락이 왔어요. 상하이 민요 버스킹 계획을 이야기하니까 출연하기로 결정됐답니다. 이렇게 방송에 출연하다 보니 강연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도 받았어요.”


  -신조어를 소재로 한 민요 ‘급식체 재담’을 만든 동기가 궁금하다.
“민요는 민요가 불렸던 때의 대중가요잖아요. 당시에 가장 재미난 소재니까 오늘날까지 남아서 전해지는 거죠. 그래서 현재 유행하는 ‘급식체’를 이용해봤어요. 이것도 시간이 흐르면 하나의 역사적 기록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청강을 정말 많이 했어요. 무작정 교수동을 찾아가서 교수님들께 허락을 받고 관심 있는 여러 수업을 청강했죠. 시험 부담이 없으니 수업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노트에 수업 내용부터 교수님 말씀, 좋은 글귀, 떠오른 생각들까지 뭐든 다 썼어요. 노트를 다 쓸 때쯤에는 제 목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썼답니다. 나중에는 이것도 저에 관한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테죠.”


  -졸업 후 계획은.
“더욱 심층적으로 우리 역사와 음악을 공부할 예정이에요. 오늘날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의 수가 800만 명 가까이 돼요. 이들은 고려인, 조선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있죠. 저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세계 각지에 흩뿌려진 선조들의 흔적을 좇아 기록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들이 보존하고 있는 역사의 조각을 모을 거예요. 역사의 흐름 속에서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소리꾼이 되고자 전력을 다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재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실천하면 길이 보인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먼 훗날의 계획을 세울 바에 지금 당장 무엇이든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청강을 했던 때처럼 일단 들어보고, 적어 보는 게 작지만 중요해요. 제가 했던 활동들도 계획에 있던 일은 아니에요. 사소한 행동이 낳은 우연의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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