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중앙대엔 8건의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됐고, ‘충분히’ 성평등 해졌다는 학교는 어떤 이들에겐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공론화된 사건만 8건이라니? 얼마나 더 많은 학우가 힘들어하고 있을지를 생각하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지난해 서울캠 성평등위원회(성평위) 위원장을 맡았다. 성평위에선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중앙대 학생회칙의 활용을 위해 <학생 대표자 대상 혐오 발언, 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을 제작했다.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자료집>도 제작해 배포했다. 가천대 한의과대학 학생회의 인권위원회(준)에선 성평위의 성과를 보곤 간담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는 편히 지원받으며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캠 총학생회(총학)는 성평위 지원을 주저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학교 전체의 평등은 성평위 9명의 힘만으론 부족했다. 이에 다른 학생회 단위에 성평위 신설을 지원하고 조직하는 Feminism Organization in CAU(FOC)를 기획했다. FOC 제안서가 에브리타임에 공개되고 성평위원들에게 인신공격이 가해질 때 회장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성평위는 FOC가 여성주의를 강요한다는 이유로 사과해야 했다. 회장은 대자보를 이유로 성평위원들에게 해임을 권유했다. 1학기 인권문화제엔 해임 보류상태라서 참여하지 못했다. 2학기 문화제엔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인권센터 지원금으로 성평등영화제도 열고, 자료집 대부분을 인쇄했다.

  영문과 A교수 성폭력 사건 기자회견 날 ‘우리는 하나의 총학생회다’란 말로 회장이 아닌 성평위원장인 내게 발언을 넘겼다. 제 20대 퀴어퍼레이드도 총학이 아닌 성평위만 참여했다. 성평위가 참여하면 총학이 참여한 것과 마찬가지란 이유로 말이다. 분명 총학과 총학 특별자치기구의 지위가 다르지만 하나의 총학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하나란 말은 얄팍해서 회장은 2학기 전학대회에서 성평위에 언질 없이 인복위와의 통폐합 안을 발의했다.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총학생회장의 한 마디에 전원 파면당할 수 있는 곳이 성평위였다. 예산이 부족해 외부 지원금으로 활동해도 폐지 위협을 당한 곳이 성평위였다. 총학은 지금까지 여성도 퀴어도 포괄하지 못하곤 그 일을 수행하는 성평위의 자치권을 위협했다. 임기 동안 총학 산하 기구로서 성평위가 가지는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일방적 사이버불링에도 성평위를 비판하고 검열하는 총학 산하에서 왜 우리가 다쳐야 하는지 좌절감도 깊었다.

  나는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의 말에 잘릴 위협을 안고 일하지 않을 수 있는 학생회를 바란다. 총학이 지우고 있는 학우들까지 포함한 ‘모든’ 학우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독립적인 여성주의 학생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체계의 한계로 비민주적이고 가부장적인 총학을 비판하는 일조차 성평위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학생회 내부의 수직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회칙개정을 통해 인권을 다루는 특별자치기구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

장비단 정치국제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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