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지난 2017년 공개한 ‘2017년 졸업준비금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생 개인이 부담하는 졸업준비금은 평균 50만원이다. 무대 설치비용이 많이 드는 전공단위의 경우 150만원까지 지출하기도 한다. 중앙대도 예외는 아니다. 졸업준비금과 관련한 예술대 학생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봤다. 

 

일러스트 노유림 기자

졸업준비금 대부분 사비로 충당

준비 위해 졸업 늦추기도

 

학생 부담 막대하지만

학교 지원은 체감하기 어려워

 

예술대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졸업작품을 준비합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품에 담아내죠.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전공마다 졸업전시회, 졸업영화제, 졸업공연 등의 행사로 선보여집니다. 4년간의 배움을 마무리하는 피날레죠. 문제는 졸업 행사를 진행하는 데 학생들의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이번주 중대신문은 졸업준비금 부담을 호소하는 예술대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는 A학생(영화전공), B학생(패션전공), C학생(전통예술학부), D학생(사진전공), E학생(시각디자인전공)이 참여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중앙대 학생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한 후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졸업을 위해 각자 졸업작품을 준비하셨을 텐데요. 준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사용했나요?

A학생: 졸업영화를 연출하는 경우 영화 규모나 구현하려는 이미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500만원 이상이 들어요. 영화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도 주로 지인 간 품앗이 형태로 진행하고 있지만 밥값이나 간식비는 감독이 지출하죠. 이외에도 장비 대여 등으로 금액이 드는 곳이 많아요.

B학생: 저는 졸업작품패션쇼를 진행하기 위해 총 200만원 정도를 사용했어요.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원은 졸업준비위원회(졸준위)에 위탁하는 공용비용이었죠. 공용비용에는 장소 대관, 무대 설치, 모델 섭외, 연출, 도록 제작 등이 있었는데 특히 연출과 모델 섭외에 비용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

D학생: 약 140만원 내외를 쓴 것 같아요. 도록 제작, 갤러리 대여 등 전시회 개최에 공동으로 쓰이는 비용은 참여하는 학생들끼리 나눠 지불해요. 이외에는 전부 개인 작업에 관한 비용이었죠.

-만만치 않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있네요. 주로 어떤 점에서 금액 부담이 가장 큰가요?

C학생: 외부에서 대여한 음향기기 비용이 가장 부담이었어요. 이틀간 대여에 무려 300만원 가량의 금액이 지출됐거든요. 학교에서 대여하는 음향기기의 경우 크고 작은 음향 사고가 잦아 외부 음향기기를 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에요.

E학생: 교외 전시장을 대관할 때 가장 비용 부담이 커요. 주로 서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관비가 비쌀뿐더러 타대 예술대와 장소 대관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금액이 더 오르거든요. -졸업 행사에 들이는 금액은 보통 어떻게 마련하나요?

A학생: 졸업영화제 진행 비용은 졸업하는 학생들끼리 회비를 걷어 마련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후원 업체를 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죠. 외부 제작 사업에 공모해 제작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선정되기 쉽지 않아요. 이 때문에 학점을 전부 채우고도 졸업영화를 만들지 못해 오랫동안 준비 기간을 가지는 학생들도 있어요.

B학생: 맞아요. 그래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C학생: 졸업연주회를 준비하는 경우엔 아르바이트도 어려워요.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연습 일정을 잡기엔 악사와의 시간 조율에 차질이 많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이 부모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졸업 행사가 졸업 필수 요건이 아닌 전공단위도 있다고 들었어요.

B학생: 맞아요. 졸업논문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졸업작품 참여 불가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롭죠. 대부분 관행처럼 패션쇼를 준비하는 분위기예요. 무시하긴 어렵죠.

D학생: 사진전공도 졸업논문 제출로 졸업이 가능해요.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주로 작업 위주이기 때문에 전시를 택하는 학생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어요. 창작자로서 4년 동안의 최종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A학생: 영화전공은 수백만원이 드는 연출졸업 이외에 논문이나 장편 시나리오 작성을 통해 졸업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요. 또는 졸업작품에 촬영, 제작, 녹음 등 기술 담당으로 참여해 졸업도 가능하죠. 이 경우 연출자만큼 큰 비용이 들진 않지만 어쨌든 연출졸업자가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임은 틀림없어요. 연출 졸업자가 있어야 기술 졸업자가 졸업작품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학교에서는 ‘창작실험실습비’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예산 측면에서 학교의 지원이 체감되는지 궁금해요.

A학생: 졸업영화제 개최에 학교 예산이 일부 지원되고 있긴 해요. 하지만 그 금액만으로 영화제 기획 비용을 충당하기란 매우 어렵죠. 작품 촬영의 경우에는 사실상 학교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어요. 학교 장비를 대여할 수 있긴 하지만 개수가 제한돼있어 외부 업체를 이용해 빌려야 하는 실정이거든요.

B학생: 저도 학교 측 지원은 체감이 어려웠어요. 대부분 학생이 마련한 돈으로 진행했기 때문이죠. 졸준위의 요청으로 일부 지원금을 받긴 했으나 참여 인원으로 나눠 환산했을 경우 적은 금액이었어요. 또 개인에게 실질적으로 지원된 부분은 의상 제작 재료 지원 정도였죠. 하지만 그마저도 수량이 한정돼있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각자 추가로 구매해야 했어요.

-학교 측에 바라는 지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B학생: 지원금의 경우 매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다르고 금액도 한정돼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원금이 어느 곳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학생들이 실감할 수 있어야 해요. 최소한의 지원범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채 졸업 행사를 의무화한 것은 문제예요.  

C학생: 지원금 외에 기기 교체도 시급해요. 학교에서 새 음향기기 교체 지원이 반드시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E학생: 맞아요. 저희 같은 경우 대부분의 타대가 보유하고 있는 대형 프린트기 지원이 필요해요. 전시를 위해선 종이매체 제작이 대부분 필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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