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예찬
  • 중대신문
  • 승인 2019.12.09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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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가 되던 작년 초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한 가지 조금은 엉뚱한 제안을 하였습니다. 우리의 나이가 60세가 되면 무언가 의미가 있는 인생의 시점이 아닐까 해서, 동년생 친구들에게 그 때까지 각자 한 가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는 취지의 제안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 들어감’에 대하여 그다지 밝은 인식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우리 스스로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 둘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서 그러한 제안을 했던 거지요.

  저는 늘 꿈꾸어 왔던 라이프가드 자격증에 도전해 보겠다고 천명하였고, 그 때부터 학교 인근 흑석체육센터 새벽반 수영레슨을 등록하고 어느덧 1년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국외 대학의 현장 수업으로 불가피하게 결석한 하루를 제외하고는 레슨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젊은 시절에 비해서 좋아지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눈도 침침해 지고, 무릎도 왠지 약해지는 것 같고, 매사에 조금씩 자신감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나이 들면서 좋아지는 것도 있는 듯합니다. 젊은 시절에 비해 확실히 걱정은 덜 하는 것 같으니까요. 지금도 예전 못지않게 해내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하지만, 그래도 젊은 시절만큼 걱정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살아오면서 실패의 경험이 더 많이 쌓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젊었을 때에는 늘 실패를 두려워했던 것 같고, 지금 돌아보면 그 실패들이 사실은 저를 더 강하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힘든 시절도 잘 버텨냈는데...’하는 마음 속의 소리가 들려오면 저도 모르게 다시 용기를 내게 됩니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이다’라는 교훈을 살아오면서 체득하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실패는 사실 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은 덜 두려운 마음으로 실패를 대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조금은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모든 일들을 대할 수 있을 것만 같군요. 어쩌면 젊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작년 여름 함께 새벽반 수영 레슨을 시작했던 스무명 남짓 동급생들은 이제 다섯 명이 남았습니다. 그동안 수영 실력을 뽐내던 젊은 분들은 상급반으로 올라갔거나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나오지 않게 되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분들입니다.

  ‘잘하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당하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오래하는 사람을 당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바심은 조금 줄어드는 것 같고, 인내심과 삶에 대한 감사는 조금 더 느는 것 같습니다. 아, 내년에 60세가 되면 또 어떤 기분이 들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정치국제학과 백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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