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2030, 행복을 일구는 사람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19.12.0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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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워킹맘에서 농사짓는 엄마로
도시청년이 농부로 살아가는 법 
지친 마음 치유하는 농장 만들래 

귀농의 사전적 의미는 농사를 짓기 위해 다른 일을 그만두고 농촌으로 돌아감을 뜻한다. 이는 고향인 농촌으로 다시 돌아가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귀농은 이에 국한하지 않고 농사를 짓기 위해 농촌으로 가는 모든 경우를 범주에 넣어 의미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재하와 같은 청년 농부는 더 이상 낯선 인물이 아니다. 과감히 도시를 떠나와 농촌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리팜(re-farm)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가족을 위한 선택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며 살던 라송희씨(34) 부부는 지난해 충주시 엄정면으로 귀농했다. 그들은 바쁜 도시의 삶 속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맞벌이 부부였다. 당시 부부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라송희씨는 혼자 어린이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에게 늘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잔병치레 같은 소소한 일이 생겨도 잘 돌봐주지 못했어요. 미안함에 아이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찾기 시작했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라송희씨는 부모님이 농사 지은 수확물로 인터넷 판매를 시도했다. 그녀는 인터넷 판매로 얻은 경험이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보관법, 조리방법 등을 질문하면 판매자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로 답변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깨끗한 우리 먹거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직접 농사일에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녀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귀농했다. 귀농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제격이었다. 
  라송희씨는 현재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름을 따와 ‘논이골’이라는 브랜드로 농작물을 판매하고 있다. 감자, 오이, 애호박 등 계절별로 다른 작물을 기르며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라송희씨 부부다. “설을 쇠고 나면 땅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밭을 갈며 작물을 기를 채비를 해요. 3월 중순부터 감자, 5월에는 고추, 오이, 애호박 등의 모종을 심고 6월 말부터는 수확을 시작해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죠.”
  귀농부부는 한창 바쁜 시기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종일 밭일만 하며 보내기도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라송희씨는 농촌의 삶 속에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열심히 키운 작물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뿌듯해요. 직접 길러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도시에서 문화재 관련 직종에 종사하던 라송희씨의 귀농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테다. 그러나 그녀는 도시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여유로움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 이유다. “농촌에서는 스스로 일정을 조절할 수 있어 시간적, 정신적으로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도시에 살 때는 남편의 늦은 퇴근으로 일주일에 한두번밖에 아이와 함께하지 못했는데 이젠 온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 행복해요.” 

  환상의 농장 베리랜드로
  올해로 귀농 3년차인 김영진씨(25)는 경기도 시흥시에서 충청남도 부여군으로 내려와 그만의 블루베리 농장 ‘부여베리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줄곧 도시에서 살아온 청년층이 귀농의 길을 선택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 역시 학창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김영진씨는 고등학생 때 진로 고민을 하다 아버지의 권유로 농촌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농대 진학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반복적인 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농업 분야는 직접 계획하고 노력해서 결실을 얻는다는 점에서 크게 매력을 느꼈죠.”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난 2017년 귀농했다.
  그가 귀농을 결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동물을 향한 사랑도 있다. 김영진씨는 도시와 달리 농장에서는 자유롭게 동물을 키울 수 있다고 전한다.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은 행복해요. 동네를 산책하기도 하고 일하는 제 모습을 지켜봐주는 동물들을 보면 든든하죠.”
  처음 시작하는 농촌생활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버지와 단둘이서 떠나온 농촌은 평화롭지만 또래 하나 없는 적적한 곳이기도 했다. “도시에서 어울렸던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 외로움을 느낄 때도 많았어요.” 이어 김영진씨는 도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의성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덧붙인다. “도시에 살 때는 1분 만에 갈 수 있었던 편의점이지만 귀농 후에는 15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가야 도착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는 귀농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섰다. 올해 김영진씨는 첫 수확을 맞이하고 SNS 판매를 통해 완판을 기록했다.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1:1 주문방식에 주력했다. 수백개의 리뷰가 그의 노력에 응답했다. “신선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한 해의 결실을 맺어 뿌듯해요.”
  이처럼 김영진씨가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준비과정이 있다. 김영진씨는 블루베리 농장을 만들기 위해 약 2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그는 처음 농촌에 발을 디뎠을 때를 떠올리며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했다고 말한다. “귀농 당시의 땅은 풀과 돌멩이가 많아 농사짓기 힘든 상태였어요. 삽과 곡괭이만 들고 아버지와 함께 3개월 동안 삽질을 하며 땅을 개간해 지금의 농장을 만들 수 있었죠.” 
  이와 같은 농촌의 재미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김영진씨는 활발한 SNS 활동과 유튜브 채널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상 기록을 목적으로 시작한 SNS 활동은 농촌살이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졌다. “청년농업창업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농촌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죠.” 농촌 이야기를 들려주는 청년농부의 모습이 대중에게 색다르게 다가갔던 것일까. 그는 인스타 1만 팔로워와 3천여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젊은 농장 대표로 성장했다. 
  김영진씨가 운영하고 있는 ‘부여베리랜드’는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환상의 농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영진씨는 자신이 꿈꾸는 힐링농장을 당당히 이야기한다. “팜파티, 팜캠핑 등으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체험형 농장을 구상하고 있어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농촌만의 특별한 매력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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