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의 민주 선거가 역행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 위원장이 성평등위원회(성평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파면시켰다. ‘경유’란 단어를 잘못 사용했고, 후보자에게 질문하려는 단체에게 후보자 이메일을 전달했단 이유였다. 중선관위 의결에 따라 성평위가 사과문을 게재했음에도 이뤄진 처사였다. 위원장이 중선관위의 결정을 스스로 무색히 만들었다.

  질문 주체가 소수자를 대표하는 단체였다는 점은 이번 사태에 무게를 더한다. 총학생회장이 성평위를 파면시키자 소수자 관련 질문은 공중으로 사라졌다. 물론 질문 과정에 발생한 문제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유권자의 물음이 정당한 절차로 선본에 전달되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것 또한 중선관위의 책임이다. 성평등, 장애인권 감수성은 대표자의 필요조건이다. 핵심 역할인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을 중선관위가 앞장서서 막은 셈이다.

  절차도 가관이었다. 파면의 근거로 「공직선거법」을 운운하던 중선관위원장은 정작 총학의 뿌리인 서울캠 「총학생회 회칙」을 어겼다. 해당 회칙 제61조 ‘선거관리위원회’ 6항에 따르면 ‘선거 기간 동안 총학생회장단과 집행국이 사업 진행, 의견 표명 등을 하기 위해서는 중선관위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선관위원의 언행이 선거에 영향을 미침을 고려한 항목이다. 선거 기간 동안 중선관위원장은 총학생회와 성평위 페이스북에 총학생회장의 입장을 게재했다. 중선관위의 허가 없이 이뤄진 입장 표명이었다. 총학생회장의 사견이 담긴 글 게재 및 삭제는 명백히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허가 과정 생략으로 중선관위도 당연히 견제에 실패했다. 

  심지어 해당 세칙 위배는 중선관위원 해임의 조건이 된다. 서울캠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8조의 2에 따르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총학생회 회칙, 선거시행세칙을 위반하였을 때’ 중선관위원은 해임될 수 있다. ‘파면 권한’은 끝까지 놓지 않던 중선관위원장은 ‘공정한 선거’는 놓쳤다. 정당성이 의심되는 위원장이 주도한 선거를 누가 온전히 신뢰하겠는가. 

  「총학생회 회칙」에서 명시하듯, 총학 존재 목적은 ‘회원의 민주 시민적 자질을 함양하여 대학 문화를 고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선관위원장은 공정함을 핑계로 학생대표자를 파면시켰고 정작 본인은 세칙을 어겼다. 후보자의 자질을 점검하려던 단체의 입을 막고 소수자의 질문은 외면했다.

  의관장세 그 자체다. 유권자의 신뢰로 부여받은 권한은 유권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 총학생회장에게 부여된 ‘파면’ 권한은 개인을 위한 게 아니다. 사견으로 파면을 쉽게 언급함은 유권자의 신뢰를 묵살하는 것과 같다. 

  입지가 불안정한 지반 위엔 아무리 견고하게 집을 지어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개인의 결정이 학생대표자의 위치를 좌지우지함은 학생대표자가 본인의 위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다. 스스로를 격하시키는 것이다.

  반성하라. 전 총학은 성평위 파면에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역행시킨 캠퍼스의 민주성을 복구할 방법을 강구하자. 후대 총학도 일련의 사태를 깊게 새겨 세도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유권자의 신뢰가 무색해지는 일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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