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문화부는 같은 듯 다른 두 거리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웨딩거리부터 헌책방거리까지 특색 있는 거리를 다양하게 살펴봤는데요. 벌써 이번학기 마지막 거리를 조명해볼 시간입니다. 이번주는 꽃향기 가득한 양재 꽃시장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스테르담 꽃시장과 비교 분석도 해봤습니다. 꽃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는 두 화훼거리지만 시장의 외형부터 담고 있는 문화까지 전혀 다른 두 시장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Focus On!

탄탄대로를 걸으라는 덕담으로 ‘꽃길만 걷게 해줄게’라는 말이 있다. 단지 꽃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뿐인데 길의 의미가 한층 격상한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꽃’이 가득한 시장이 양재동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양재 꽃시장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지난달 27일 직접 시장에 방문해 살펴봤다.

  뿌리 깊은 꽃시장

  양재 꽃시장은 지난 1991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의해 받아 서초구 양재동에 자리 잡았다. 꽃시장에서 약 15년간 화훼를 판매한 분화매장 ‘한국난원’ 박창규 대표는 양재 꽃시장이 비닐하우스에서 출발했다는 말을 전한다. “비닐하우스가 모여있던 서초구는 본래 개발제한구역이었어요. 이후 국가가 이곳을 개발지역으로 지정하며 양재동 부근에 꽃시장을 조성했죠.” 양재 꽃시장은 분화매장, 절화매장, 경매장 등 다양한 시설로 구성돼있다.

  “양재 꽃시장은 약 2만 평에 가까운 부지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해요.” 박창규 대표는 양재 꽃시장이 우리나라 꽃시장의 메카라며 자랑스레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기준 양재 꽃시장의 일일 평균 경매금액은 3억원에 달할 정도다. 양재동이 국내 꽃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창규 대표는 경매가 꽃시장 부흥에 크게 일조했다고 설명한다. “전국의 꽃이 양재 꽃시장 내 경매장에 모여요. 국가 예산을 들여 임대 분양한 건물이기 때문에 입지가 확고하죠.” 

  양재 꽃시장이 처음부터 경매를 통해 꽃을 들여온 건 아니다. ‘한국난원’ 한나영 실장은 양재 꽃시장 역시 과거에는 소매로 꽃을 들여왔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지방에 가서 꽃을 사오는 구조였어요. 경매장이 활성화되면서 유통 흐름이 바뀌었죠. 국내 꽃이 양재 꽃시장으로 모이게 된 거예요.” 

  유통 흐름뿐 아니라 취급 품목도 함께 변화했다. 시대가 변하며 토종 꽃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해외 꽃까지 판매하면서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박창규 대표는 거래되는 꽃 중 외국산 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외국 꽃이 많이 들어왔어요. 특히 낮은 인건비로 인해 동남아시아 꽃이 많이 반입됐죠. 현재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떡갈고무나무’ 역시 동남아시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예요.” 

  시장을 가로지르는 굵은 줄기

  양재 꽃시장 정문을 지나면 표지판 안내를 따라 다양한 건물과 마주한다. 주로 꽃꽂이에 사용되는 화훼를 판매하는 절화매장은 오후 1시 영업을 종료한다. 서둘러 발을 움직여 매장으로 들어섰다. 바구니와 서랍에 다양한 꽃을 수북이 쌓아 판매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수국 한 대를 찾는 기자의 물음에 푸른 빛깔 수국을 신문지에 돌돌 싸며 ‘솔플라워’의 상인 김영모씨는 대답한다. “라벤더, 화이트, 블루 등 정말 다양한 색깔이 있죠.”  

  절화매장을 찾는 손님의 대부분은 꽃을 판매하는 소매상인이다. 김영모씨는 요일마다 매장을 찾는 고객의 성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주로 꽃꽂이를 하는 개인 손님이나 교회 측에서 많이 찾아와요. 나머지 요일에는 대체로 소매상이 대량으로 꽃을 사 가곤 하죠.” 이어 김영모씨는 소매상인의 두터운 수요에 의해 경매 진행 시간이 정해질 정도라고 말한다. “소매상인이 오전에 꽃을 사가려면 경매가 새벽에 이뤄져야 해요. 보통 새벽 12시 즈음 경매가 진행되죠.” 금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하고 절화매장을 가장 많이 찾는 소매상인이 매장 영업시간을 좌우하는 격이다. 

  절화매장 맞은편에는 분화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분화매장은 분에 심어놓은 화훼를 판매하는 곳을 의미한다. 12월을 맞이하는 추위에 몸을 떨다가도 매장 안에 들어가면 몸이 금세 따뜻해진다. 박창규 대표는 꽃의 생존을 위해 온실의 온도가 적절히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통 나무는 최소 20도 이상의 온도를 맞춰줘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온실 안에 히터를 가동해요.” 

  분화온실은 도매상인이 가득한 절화매장과 달리 온실 속 식물을 둘러보는 일반 고객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하지만 한나영 실장은 시장 전반에 일반 고객 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걱정을 표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꽃이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있어요. 외국의 경우 꽃 구매가 일상이지만 한국은 일부 젊은 층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날이 아닌 때 꽃을 사는 경우가 드물죠.” 한나영 실장은 ‘꽃 장사는 봄 장사’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꽃 구매를 둘러싼 인식이 개선돼야 시장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상인과 함께 꽃피우는

  양재 꽃시장의 전망은 어떨까. 김영모씨는 양재 꽃시장이 큰 규모만큼 전망이 밝다는 말을 전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면서 꽃시장이 많이 활성화됐어요.”    

  그러나 일반 고객의 방문이 감소한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한나영 실장은 더 많은 고객이 직접 시장에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꽃을 직접 보고 향기를 맡는 문화가 빛을 되찾았으면 해요.” 박창규 대표는 지난 10월 23일에서 2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최한 ‘양재 플라워 페스타’ 예시를 들며 시장에서 추진하는 행사의 진행 과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공판장에서 진행하는 행사의 취지가 정확히 설정돼야 해요. 얼마 전 추진한 행사는 타겟팅이 잘못돼 큰 의의를 남기지 못했죠. 꽃구경보다는 연예인이나 푸드트럭을 목적으로 온 학생이 많았거든요.” 박창규 대표는 행사 추진 이전에 직접 현장에서 일하는 상인과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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