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일 남기고 파면 결정
적절한 조치였나 의문 일어

공문서 위조가 파면의 핵심
성평위,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

지난달 26일 서울캠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경제학부 4)이 서울캠 성평등위원회(성평위) 장비단 전 위원장(정치국제학과 3)과 안시연 전 부위원장(경영학부 2)을 파면했다.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은 공문서 위조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해당 조치를 내렸다.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파면 사유와 절차의 정당성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1일 성평위는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에게 성평위에서 작성한 ‘성평등 및 인권 질의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가 총학생회 및 각 단대·동아리연합회(동연) 선거운동본부(선본)에게 직접 발송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은 중선관위가 각 선본에게 질의서를 전달하는 방식이 강제성을 띨 수 있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대신 총학생회장으로서 질의서 발송을 돕기 위해 각 선본의 이메일 주소를 취합해 성평위에 전달했다.

  성평위는 전달받은 각 선본의 이메일로 질의서를 발송 후 지난달 16일 성평위 페이스북 페이지에 질문 내용을 올렸다. 이후 성평위는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인문대·사범대·총학·공대 및 창의ICT공대 및 소프트웨어대·경영경제대·동연 선본의 질의서 답변을 차례로 게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성평위 질의서를 두고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2차 임시회의가 열렸다. 질의서 발송 과정과 답변 게시방식에 이의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회의에서는 「공직선거법」 제10조를 적용해 ‘학교 및 학생회 소속 단체 또는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의 공명선거추진활동 금지’를 가결했다. ‘이를 미리 인지하지 못한 중선관위의 잘못에 대한 사과문 게시’도 함께 통과됐다.

  성평위에 대한 사과문 요구도 가결됐다. 성평위가 중선관위 및 각 단대·동연 선관위의 승인을 받지 않은 질의서에 각 선관위를 ‘경유’했다는 내용을 명시한 점을 공문서 위조로 봤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공대·동연·경영경제대 선관위 측은 ‘공문서 위조’뿐만 아니라 성평위가 타 기관에 선본 이메일 주소를 공유한 사실이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한다는 입장문을 게시했다.

  성평위는 ‘경유’ 표현의 오해 소지를 받아들이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장비단 전 성평위원장은 “이메일을 다른 기관에 공유한 점도 당사자들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장문을 통해 ‘경유’ 용어 선택의 부적절함을 넘어 공문서 위조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지난달 26일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은 징계 조치라는 이유로 성평위원장단을 파면했다. 질의서에 선관위를 경유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점과 후보자 개인정보인 이메일 주소를 정보주체 동의 없이 제삼자에게 제공한 점이 사유였다.

  성평위원장단은 부당한 처사라며 곧이어 성평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사퇴문을 게시했다. ‘성평위원장단은 총학생회장의 성평위에 대한 집중적인 탄압과 만행, 자치권 위협, 파면 협박에 사퇴한다’며 ‘불명예스럽게 파면당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퇴문은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에 의해 곧바로 삭제됐다. 동시에 ‘사퇴가 아닌 파면이기에 해당 게시글을 삭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퇴문은 약 10분 후 ‘사퇴문이 총학생회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삭제돼 성평위 내부 상의 하에 다시 올린다’는 글과 함께 재차 게시됐다.

  파면 사유인 ‘공문서 위조’는 부적절한 용어라는 지적이 있었다. 장비단 전 성평위원장은 “질의서는 공문서라 해석할 수 없다”며 “공문서 위조라는 주장은 틀린 표현”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은 “성평위원장이 질의서를 공문이라 표현해 공문서 위조라 칭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는 용어 선택에 문제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정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학내 총학과 총학 산하 자치기구는 공무소나 행정기관이 될 수 없다”며 “따라서 해당 기구 사이에서 오간 공식 문서는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문서는 ‘공공 기관이나 단체에서 공식으로 작성한 서류’를 뜻한다.

  파면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은 「서울캠 총학생회칙」 제30조 제7항에 적힌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 위원을 임명 및 파면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서울캠 총학생회칙」 제61조 6항에 따르면 선거 기간 동안 총학생회장단과 집행국이 사업 진행, 의견 표명 등을 하기 위해서는 중선관위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총학생회장단과 집행국의 특정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중선관위가 해당 행위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평위원장단 파면 조치는 당시가 선거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중선관위 측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김민진 전 총학생회장은 “파면은 사업 진행이나 의견 표명이 아닌 징계로 진행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내에서는 성평위 파면에 대한 문제 제기와 ‘총학생회장의 사과 및 회칙개정 요구’ 연서명이 진행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장비단 전 성평위원장은 “총학생회장과 중선관위원장으로서의 책임은 방기한 채 성평위원장단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점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성평위원들에 대한 사이버 불링이 있었다는 점을 알면서도 공개적인 입장문을 계속해서 강행한 점 또한 어떤 효과를 바란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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