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의미를 만들어낸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전공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입니다. 미디어는 세상의 무수히 많은 정보 중 극히 일부만을 선택해 자신의 관점대로 보도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사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다짐으로 여론부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기자는 바라던 대로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양한 가치관을 들어보는 ‘2019 당신의 선택’이라는 시민 게릴라 인터뷰 코너를 진행했죠.

  저마다의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지면에 담는 과정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늘 꿈꿔오던 일이었습니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겠다며 몹시 행복해했죠.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영화관에 방문해 로맨스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은지, 액션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은지를 인터뷰할 때였습니다. 한 인터뷰이는 영화 주인공이 된다면 관찰자 역할을 맡아 퀴어 로맨스를 바라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답변을 듣는 순간 기자는 ‘아차’ 싶었습니다. 이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만을 떠올린 채 질문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틀에 갇혀 예상 답변을 지레짐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겠다던 다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워라밸’과 임금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주제로 여의도 금융가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임금을 택하는 사람은 그저 돈만 바라보는 사람일 거라 생각하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한 인터뷰이는 나이를 먹고 일하고 싶지 않다며 그저 노후를 위해 지금 열심히 돈을 모으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기자가 사전에 예상했던 답변은 늘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취재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은 정말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벌써 신문사에서 한 학기를 꼬박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좀 성장했나’하고 돌이켜보면 아직은 극히 일부의 생각만 들어봤을 뿐입니다.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다룰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기사에 담지 않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또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 끊임없이 질문하는 언론인이 돼 한층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정의내리기 위해 보려 하지 않는다. 먼저 정의내린 후 보려 한다.’ 『여론』을 저술한 미국의 유명 언론인 월터 리프만이 남긴 말입니다. 취재원에게 다가가기 전 섣불리 정의내리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겠습니다. 나아가 ‘2019 당신의 선택’ 지면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도 다양한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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