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언어, 혈통 등으로 ‘족(族)’을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여기 개성과 취향으로 하나의 ‘족’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학기 문화부는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문화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번주는 ‘DIY족-셀프 인테리어’의 족장과 함께했습니다. 직접 만들 수 있는 물건에는 화장품부터 가구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인테리어 제품이 차지합니다. DIY족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미진·오주영 부부의 이야기에 주목해주세요. 지금 시작합니다! 

 

손에서 비롯된 이야기
남과는 다르게 사는 특별함
산속부터 바닷가까지


현대 건축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건축을 인간의 생활을 담는 기계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건축은 DIY와 만나 생활 수단을 넘어 자기표현 방법으로 확장됐다. DIY는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생활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사소한 물품부터 주택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DIY족을 만나봤다.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세상

  푸릇푸릇한 산속 베이지색 외관이 돋보이는 주택을 소유한 이미진(37)·오주영(38) 부부는 지난 2015년 경기도 여주시에 정착했다.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한 배경에는 캠핑이 있다. “남편과 캠핑을 자주 다니며 한적한 시골에서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여주로 캠핑을 왔을 때 높지 않은 산맥과 남한강이 맘에 들었죠.” 캠핑지로 왔던 여주는 어느새 그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됐다.

  중요한 점은 현재 부부의 자택에서 이미진씨와 오주영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집을 지을 당시 우리만큼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할 사람을 찾지 못했어요. 직접 만드는 일에 흥미가 있었고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입주는 2년 전에 마쳤지만 공사가 최종 완료된 지는 약 6개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1년 반에 걸쳐 진행된 내부 인테리어 공사 기간이 집을 향한 그들의 애정을 증명한다. 이미진씨는 바닥 마감부터 벽 페인팅까지 부부가 손수 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골조만 완성된 상태에 이삿짐을 넣었어요. 가스레인지 없이 약 2주간 생활했죠. 하나하나 직접 만들다 보니 1년 반이나 걸렸어요.” 부부는 주택의 설계, 도배, 관리 등 많은 부분을 온전히 담당했다. 싱크대나 식탁처럼 사소한 가구에도 부부의 취향이 반영된 완전 맞춤형 주택이다.

  티타임을 즐기는 부부는 커피와 차, 도구 등을 정리하는 수납함도 직접 만들었다. 이미진씨는 오주영씨가 다른 구조물을 제작하고 남은 자재를 이용해 수납함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집 안에 문을 직접 만들었어요. 나무로 된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고 남은 재료가 아까워 수납함을 굳이 만들었죠(웃음).”

  부부의 DIY 라이프스타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애정이 가는 가구를 골라 달라는 질문에 이미진씨는 부엌에 위치한 아일랜드 식탁을 떠올린다. “5년째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하고 있어요. 강아지를 위해 아일랜드 식탁을 색다르게 디자인했죠. 창밖 바라보는 시간을 즐기는 강아지와 제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강아지를 위해 각각의 위치에 구멍을 냈어요.”

  집안 곳곳에 가득한 부부의 DIY 가구 중 가장 제작하기 어려웠던 물건은 무엇일까. 이미진씨는 싱크대가 단연 1등이라며 강조한다. “싱크대 상판을 통으로 구매해서 높이, 폭 등을 일일이 계획했어요. 싱크볼이 들어가야 하는 점까지 고려해 꼬박 3일이 걸려 만들었죠.” 집을 지을 때 옵션에 해당되는 싱크대지만 이미진씨는 부부만의 싱크대를 고집했다.

 

  일상다반한 DIY

  물건을 정리하고 보관할 수 있는 공간박스는 이미진씨가 처음 만든 DIY 가구다. 이미진씨는 처음 독립하고 아주 간단한 DIY 가구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29살에 처음 혼자 살며 정리와 수납을 위해 공간박스를 만들었어요. DIY 제품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고 나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에요.”

  독립한 이미진씨의 첫 주거지는 13평 아파트였다. 지금과는 달리 이미진씨는 실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작은 내부 변화만 추구했다. “아파트는 구조가 획일화돼 있어요. 가구 배치가 자유로운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이불 커버, 커튼, 화장대 정도만 신경 썼죠. 손바느질을 이용해 쿠션을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구조 변경이 어려운 아파트에서 그는 큰 개조 공사 없이 집을 꾸미는 홈 드레싱을 통해 인테리어를 했다.

  DIY는 이미진씨의 취미생활에까지 들어왔다. 이미진씨는 캠핑 수납 박스를 직접 제작했다고 말한다. “캠핑을 하면 짐이 굉장히 많이 생겨요. 짐을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나만의 큰 박스를 만들었죠. 인터넷에서 원하는 크기의 나무 재료를 주문했어요.”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도착한 부부가 처음부터 직접 집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2년 전세살이부터 시작했어요.” 이미진씨는 2년 동안 귀촌 생활이 부부에게 맞는지 확인했다고 이야기한다. 그곳에서도 이미진씨는 꾸준히 DIY 제품을 만들었다. “강아지 밥그릇과 강아지 집을 만들었어요. 직접 떼 온 나무를 자르고 알맞게 조립했죠.”

  부부의 도전에는 끝이 없다

  그들은 DIY를 시작한 초기에만 해도 지금처럼 능숙하지 않았다. 이미진씨는 처음 제작했던 가구들은 기성품보다 품질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한다. “지금보다 기술이 부족했던 시기에 만든 제품은 마감이 좋지 못했어요. 표면이 굉장히 까칠하거나 모서리가 뾰족했죠.”

  무역 관련 직종을 갖고 있던 이미진씨와 항공사 일을 하던 오주영씨는 어떻게 DIY 가구를 손쉽게 다루게 됐을까. 도전을 사랑하는 부부는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나무를 만지는 일이 쉬울 리가 없죠. 처음에는 간단한 공구부터 사용했어요. 마감의 완성도를 위해 하나씩 공구를 늘렸어요.”

  DIY를 향한 부부의 끝없는 노력은 불만족스러운 기성품 때문이다. 이미진씨는 제품에 집을 맞추고 싶지 않다는 말을 덧붙여 설명한다. “공간에 알맞은 제품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나만의 공간에 딱 맞는 제품 제작을 위해 DIY를 선호하게 됐죠.”

  부부의 모험은 여주에 그치지 않고 양양으로까지 나아갈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미진씨는 바닷가 근처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향후 몇년 안에 양양에서 살 예정이에요. 그때 살게 될 집의 인아웃테리어도 직접 하는 게 목표죠.” 이어 이미진씨는 해외에서 노년을 보내는 점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인다.

  양양에서 살게 될 부부의 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미진씨는 소형 주택을 짓고 싶다고 말한다. “공간 활용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소형 주택 인테리어를 구상 중이에요. 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어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부부의 양양 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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