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모교에 근무한 지 34년이 지났다. 업무 특성상 한 부서에서 강산이 3번 이상 변해버렸다. 강산도 변했지만 30여 년 전 보건진료소(그때의 명칭)를 찾았던 후배들과 현재 건강센터를 찾는 후배들 간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80년대는 학생운동으로 최루탄과 돌멩이에 다친 학생들이 많았고, 자취를 하면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생사를 오가는 학생도 있었으며 온돌방에서 자면서 복숭아뼈에 화상을 입고 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벌의 독성이 강했는지 벌에 쏘여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학생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자주 어지럽고 멍이 잘 든다고 하여 빈혈 검사를 해보니 빈혈 수치가 너무 낮아 병원 진료 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그 시절과 비교해 요즘은 최루탄과 돌멩이에 다치기보다는 취미생활인 운동을 하다 다치고 연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지만, 잘 갖춰진 응급구조체계와 국가검진 시스템 덕분에 응급상황 대처와 질병 예방 등 신체적인 건강관리는 잘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스펙을 갖춰도 취업이 어렵고 친구와 경쟁하고, 다양한 관계망과 가족관계에서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면서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 한 여학생이 “전철을 타고 오는데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요”라며 센터를 방문했다. “아침에 무얼 먹었는데? 요즘 스트레스받고 힘든 일이 있나 보다”라고 대답하자 바로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안정실로 이끌어 휴지를 건네고 그냥 학생 앞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진정된 학생은 학과 부적응과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픈 마음 때문에 몸에도 증상이 생기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학생은 그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였고, 다행히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고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

  우리는 몸의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금연하고 절주하며 몸에 나쁜 음식을 피하고 건강식품을 섭취하고 운동을 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할까? 마음의 면역력을 기르려면 매사에 감사하고, 적당한 스트레스는 즐기며 나쁜 생각들은 멀리하고 이해와 배려를 섭취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사람들 모두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 상황을 인식하고 느끼는 것도 모두 다른데, 행복의 기준을 남들이 따르고 제시하는 것에 두면 나의 마음이 아프고 힘들 수밖에 없다.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을 때일수록 내 마음의 면역력을 키워보자.

  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하지 않더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하고 행복해 질 수 있다.
단단한 마음이 생기면 튼튼한 몸이 되고 나아가 알찬 삶이 따라온다고 믿는다.

송정희 부장 
건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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