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두 학기째 문화부에 몸담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는 ‘열어줘서 고마워’ 꼭지에서 매주 전시회에 다녀오며 전시회 의도를 보도했습니다. ‘스트릿 포커스’ 꼭지가 신설된 이번학기에는 거리가 조성된 과정을 곱씹고 있습니다. 

  지난학기 문화부 기사를 쓸 때는 전시회를 다녀오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정 장소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제공하는 점이 문화부 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화의 꽃은 예술이라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죠. 당시 기자는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 설명란을 찾아 헤메는 행위만이 문화를 감상하는 방식이라 여겼습니다. 작품이 해당 공간에 배치된 이유를 분석하고 예술성을 포착하는 데만 집중했죠.  

  하지만 이번학기 거리를 취재하며 미술관만이 문화를 담는 공간이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미술관 바닥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발자취만 담을 뿐 사람 자체를 담지는 못했습니다. 

  스트릿 포커스의 첫번째 거리였던 아현동 웨딩 거리를 취재할 때 일입니다. 웨딩 거리라는 말에 웨딩드레스로 꽉 찬 거리를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아현동 웨딩거리의 모습은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불이 꺼진 매장이 여럿 눈에 띄고 웨딩드레스가 아닌 파티복을 오히려 주요 품목으로 다루는 매장도 많았죠. 

  거리 상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과거보다 고객 수가 절반 넘게 줄었다는 말에 위로 한마디 건네기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혼인율 감소부터 이벤트 회사의 등장까지 인터뷰 과정에서 아현동 웨딩 거리가 직면한 문제를 실시간으로 듣고 공감했습니다. 거리의 모습과 인터뷰 내용을 함께 곱씹으며 변화하는 웨딩 문화를 한층 더 깊이 알게 됐습니다. 소규모로 바뀐 웨딩 스타일로 인해 아현동 웨딩거리의 상인들은 간소화된 드레스와 파티복으로 시야를 돌리고 있었죠.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거리 자체에 애정이 생겼습니다. 기사를 고치는 내내 아현동 거리를 ‘우리 거리’라고 지칭하곤 했습니다. 편집국 안에서 조곤조곤 아현동의 부흥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에 자리한 작품들은 과거에 이뤄졌던 대화의 결과물입니다. 사람 간의 생생한 대화는 작품이 전시되기 전까지만 이뤄집니다. 미술관에 오는 순간 그 대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완결형이 되죠. 반면 거리에는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인연과는 현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상대방이 당장 직면한 고민을 함께 공유할 수 있고 미래를 함께 구상해볼 수도 있습니다.

  거리에 널린 돌멩이와 진흙은 하찮아 보이지만 길거리의 문화를 온전히 담는 존재입니다. 먹자골목에는 좋지 않은 경기에 골머리를 앓는 상인의 한숨이 담겨 있습니다. 학원가에는 시험을 막 끝난 수험생의 행복함이 묻어있습니다. 돌멩이를 무작정 차버리지 마세요. 누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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