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항상 지나는 중앙대병원 앞 보행신호등에는 불이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몇몇 학생과 주민은 신호 없는 신호등을 건너다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죠. 이번 주 사진부는 중앙대병원 앞 교차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차와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곳, 중앙대병원 인근의 모습입니다!

 

지난 23일 오전 8시경 중앙대병원 인근이다. 이 일대는 일반 신호체계가 아닌 점멸 신호체계로 운영된다. 보행자 신호와 운전자 신호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각자 주의하며 통행한다. 그 때문에 교통량이 많은 시간에는 차량과 사람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만들어진다.
지난 23일 오전 8시경 중앙대병원 인근이다. 이 일대는 일반 신호체계가 아닌 점멸 신호체계로 운영된다. 보행자 신호와 운전자 신호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각자 주의하며 통행한다. 그 때문에 교통량이 많은 시간에는 차량과 사람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만들어진다.

 

 

중앙대병원 앞 교차로에는 병원 진입로를 포함해 횡단보도만 8개가 설치돼있지만 보행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서 한때 일반 신호체계를 운영했으나 교통지체에 따른 민원 증가로 인해 신호등을 점멸 운영체계로 전환했다. 점멸 신호등은 ‘보행자는 주의하면서 횡단’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상황에 따라 일시정지 후 다른 교통에 주의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신호등이다. 이는 불필요한 신호 대기를 줄여 교차로 효율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점멸 신호등 탓에 중앙대병원 인근은 차량과 사람이 뒤섞여 통행하는 혼란이 매일 벌어진다.

 

  차량과 사람의 난장 속

  중앙대병원 앞 삼거리와 흑석시장 앞 삼거리는 H형태로 이어져 교차로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에 학교, 병원, 시장, 지하철역 등 통행 유발 요소가 많지만 길이 좁아 지체가 심하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중앙대병원 앞 삼거리는 피크 시간대 교통량이 시간당 약 1700대, 횡단 보행량이 약 2100명에 달한다. 최근 흑석재정비촉진사업(재개발)으로 일대 주거시설이 늘어 교통량도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점멸 신호등 운영으로 보행환경도 열악하다. 교통량이 많은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가 뒤섞여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중앙대병원 인근 300미터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97건 중 59건이 차량과 보행자간의 사고였다. 60%가 넘는 수치다. 워낙 교통량이 많은 지역이라 일반 신호체계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이용재 명예교수(도시시스템공학전공)는 “신호등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이유는 들어오는 교통량이 처리할 수 있는 양 보다 많기 때문”이라며 “교통량 수요를 줄이지 않는 한 현재의 도로체계에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도 “과거 일반 신호운영을 했을 때 현충로, 숭실대, 봉천동 방면까지도 정체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배제된 교통약자

  이처럼 열악한 보행환경은 장애인, 노약자와 같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횡단보도 한가운데 사람이 차량과 함께 고립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특히 병원이 위치한 만큼 병원 입원 환자나 노약자의 사고 위험이 높다. 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학생회 ‘WE,하다’ 정승원 회장(사회학과 1)은 “신호등도 없고 음향신호기도 없으니 시각장애인은 혼자 다니다 사고당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대의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음향신호 안내도 받을 수 없다. 보도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블록 역시 요철이 닳아 없어진 채로 방치됐다.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다

  단순히 신호등을 다시 작동시키는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지난 2008년 고시된 흑석재정비촉진사업계획에는 해당 구역의 도로교통망 개선안이 포함돼있다. 동작구청 도시개발과 유휘성 주무관은 “재개발을 통해 해당 구역 도로를 확장하고 교차로 신호체계를 운영해 차량통행과 도보안정성을 확보하는 계획이 있다”며 “하지만 당초 계획은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사업시행 시점의 상황을 반영해 수정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대병원 앞 도로를 포함하는 흑석2구역은 상가 비중이 높아 재개발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재개발 진행 시 상업시설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휘성 주무관은 “현재 흑석2구역 재개발은 추진단계에 있다”며 “주민 합의를 마무리해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명진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길이 좁고 상권이 형성돼있어 당장 도로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며 “일반적 도로계획은 수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각선 보행도로, 지하차도 등 창의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재 명예교수는 “중앙대병원 앞 삼거리와 흑석시장 앞 삼거리에 각각 회전교차로를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했지만 도로 면적을 확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중앙대병원 인근에서 학교까지 도로와 분리된 공중보행로를 설치하는 등 여러 방안을 구상했으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협조를 얻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현재 흑석동 일대는 재개발 사업과 캠퍼스타운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도시정비 및 환경개선사업이다. 도로교통망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면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전명진 교수는 “흑석동 재개발 진행 시 가장 시급한 부분은 도로정비”라며 “학교와 병원 주변의 도로망을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흑석역을 통해 병원이나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걸어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명진 교수는 “현재 도로체계에서는 캠퍼스타운 사업 역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의 관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대학차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중앙대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흑석역과 상도역 등 대중교통 시설이 가까워 입지가 좋다. 하지만 역에서 중앙대나 중앙대병원까지 연결하는 도로가 매우 협소하고 보행 친화적이지 않다. 입지조건에 비해 신촌이나 홍대 인근만큼 관광객을 유치하고 상권을 형성하지 못하는 데는 교통도 한몫한다는 설명이다. “캠퍼스타운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역 및 대학 차원의 환경개선사업”이라며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발전을 위해서 교통이 필수적 요소임을 강조했다. 결국 대학도 문제를 인식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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