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혼자 하기 VS 같이 하기
  • 고민주 기자
  • 승인 2019.11.18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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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좋아해, 겨울 좋아해?” “축구 좋아해, 야구 좋아해?”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친구·지인끼리 자주 하는 일명 ‘VS 놀이’를 시민 게릴라인터뷰로 다룹니다. ‘2019 당신의 선택’이라는 다소 거창한 코너 제목과는 달리 쉽고 재밌는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지요. 이번주는 영하의 최저 기온을 기록한 지난 14일 반포한강공원에 다녀왔는데요. 여러분은 혼자 하는 운동을 선호하나요? 아니면 누군가와 같이 하는 운동을 좋아하나요? 혼자 운동 중인 두 팀과 같이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두 팀을 만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운동과 관련된 이들의 사연을 함께 들어볼까요?

 

운동으로 인생 2막을 열다

황태현씨(32)

  -턱걸이를 정말 잘하시네요.

  “점심시간에 잠깐 틈내서 철봉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철봉 중독자’예요. 지나가다 철봉이 보이면 일단 매달리고 봐요.(웃음)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해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하기도 하죠.”

  -혼자 운동을 즐겨 하는군요. 장점을 들어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 원하는 운동을 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같이 하는 사람을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 순간 페이스가 깨져요. 그래서 대부분의 운동을 혼자 한답니다. 이곳에 아내와 함께 왔어도 아마 혼자 철봉에 매진했을 거예요.(웃음)”

  -운동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대로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몸의 변화를 보면서 점점 운동에 중독됐어요. 조금씩 욕심이 나더라고요.”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7년 전 장기를 떼 내는 대수술을 했어요. 소장이 썩어서 30cm 가까이 잘라냈죠. 몸무게도 입원 기간 동안 30kg 정도 빠졌고요. 퇴원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겨우 39kg였어요. 의사가 앞으로 몸무게를 늘리기 힘들 거라고 말했어요. 미래를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운동으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체중이 많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지금은 정상 체중에 도달했죠. 최근 병원에 다시 갔더니 의사가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예전에는 밥 한 숟가락만 먹어도 배불렀는데 이제는 두 공기 이상 먹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태현씨는 어떤 사람들에게 운동을 추천하나요?

  “운동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운동을 시작한 이후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어요. 큰 수술을 하고도 이렇게 면역력이 좋은 이유는 꾸준한 운동 덕분이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답니다.”  

 

걷는 사람, 황예원

황예원씨(17)

  -트레이닝복이 잘 어울려요.

  “올해 초 걷기에 관심이 생겨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걷다 보니 몸에 맞는 운동복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하나 장만했답니다.”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 하정우가 쓴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읽고 ‘나도 한번 제대로 걸어볼까?’라고 생각했어요. 책에서 자주 걷는 코스를 소개해줬는데 그중 한강이 눈에 띄었어요. 그때부터 이곳을 찾기 시작했죠. 시원하고 경치도 좋더라고요. 오늘은 인천에서 첫차를 타고 왔답니다. 단지 이곳을 걷기 위해서요.(웃음)”

  -걷기 위해 첫차를 타다니 정말 부지런하네요.

  “오늘 정해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10만보 걷기가 목표거든요. 걷기에만 집중하면 잡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인간관계, 학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도 많았는데 걷다 보니 모두 사라졌어요. 혼자 걸으면 마음이 편해진답니다. 물론 체력도 좋아졌고요.”

  -혹시 다른 사람과 함께 걷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운동은 집중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운동하면 오고가는 대화 때문에 운동에 몰두하기 힘들더라고요.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방해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그래서 혼자 걷기를 좋아해요.”

  -새벽부터 지금까지 걸었으면 많이 배고프겠어요.

  “점심을 챙겨 먹었어요. 책에 하정우가 즐겨 찾는 떡볶이집이 소개됐거든요.(웃음) 원래는 혼자 걷다가 도착지 주변에 음식점을 찾아봐요. 마음에 드는 곳을 찾으면 즉흥적으로 방문하죠. 이것도 혼자 운동하기의 장점 중 하나에요.”

  -언제쯤 집에 돌아갈 계획인가요?

  “해지기 전 인천으로 가서 또 걸으려고요. 제가 사는 동네에서 오늘 운동을 마무리할 거예요. 모든 결정을 원하는 대로 내릴 수 있는 ‘혼자 하는’ 운동이 최고랍니다!”

 

남편 덕분에

박정민씨(48)

  -영하의 날씨에도 열심히 운동하시네요.

  “반가워요. 이곳은 제가 자주 걷는 구간이에요. 오늘 미세먼지가 적어 바깥으로 나왔죠. 날씨는 추운데 옷을 두껍게 입고 나와 나름 괜찮네요.”

  -평소에도 혼자서 운동하는 편인가요?

  “평일에는 혼자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해요. 남편과 함께 하면 훨씬 덜 힘들고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에요. 혼자 할 때는 몹시 따분한데 말이죠.”

  -함께 할 때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가 궁금해요.

  “상대방과 대화 할 수 있어 덜 지루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과 같이 운동하는 걸 선호하죠. 남편과는 주로 가정 이야기를 해요. 덕분에 부부 사이도 아주 돈독해졌답니다.”

  -예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했는지 알고 싶어요.

  “아니에요. 원래는 운동을 즐겨하지 않았어요. ‘운동광’인 남편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죠. 남편은 제가 운동하러 나갈 때까지 현관 밖에서 끈질기게 기다리기도 했답니다. 1달정도 함께 운동하다 보니 점점 몸이 가벼워졌어요. 운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가치 있다고 느끼고 있죠.”

  -어떤 운동부터 시작하셨나요?

  “남편과 함께 주말마다 산에 올랐어요. 산 입구에서 두부와 묵무침에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는 재미가 있었죠. 사실 같이 운동하기를 좋아하는 이유에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해요.(웃음) 그런데 얼마 전 발목 인대를 심하게 다치고 무릎도 안 좋아져 이제 등산은 접었어요. 요즘에는 자전거를 타곤 한답니다.”

  -자전거를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남편은 오래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저는 천천히 걷는 걸 좋아해요. 자전거는 천천히 오래 탈 수 있기 때문에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죠. 등산보다 훨씬 덜 힘들지만 하체 건강에 정말 좋아요. 요즘에도 토요일 아침마다 함께 자전거를 타러 나간답니다.”

 

운동으로 친해져요

이민호씨(14), 류정호씨(14)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니에요?

  민호: “선생님께서 수능 감독을 위해 고사장에 가셨어요. 덕분에 오늘은 휴교랍니다.”

  정호: “친구들끼리 평일에 학교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에요. 평소에는 바로 학원을 가야 해 시간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마침 오늘 학교와 학원 모두 쉬어 자전거를 타러 나왔어요.”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정호: “저희는 목표지점을 정해 두고 자전거를 타요.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열심히 탄 보람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자전거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 같아요.”

  민호: “다른 사람과 함께 탈 수 있어 좋아요. 같은 반 친구들과 자주 모여 자전거를 타곤 하죠. 그런데 오늘은 추운 날씨 탓에 몇몇이 다시 집에 들어가 버렸어요.(웃음)”

  -여럿이 운동하면 정말 재미있나 봐요..

  민호: “맞아요. 혼자 운동하면 외롭고 지루해요. 얼마 전 집 주변에서 혼자 자전거를 탔는데 쓸쓸하더라고요. 친구들이랑 같이 하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 자전거를 바꿔 타며 즐거움이 배가 되죠.”

  정호: “친구들과 같이 운동하면 종종 싸우기도 하는데 그것마저도 추억이 돼요. 이처럼 재미있는 추억이 혼자일 때는 생기지 않아 여럿이 운동하기를 선호하죠. 그리고 같이 운동하는 사람이 없으면 운동을 별 생각 없이 하게 되더라고요.”

  -주로 언제 싸우나요?

  정호: “축구할 때 많이 다퉈요. 축구는 팀원끼리의 마음이 안 맞으면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전거를 좋아해요. 자전거는 같이 타는 친구가 위험한 행동만 안 하면 싸울 일이 없죠.”

  -두 분은 언제부터 친구였나요?

  민호: “원래는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축구랑 자전거로 친해졌어요.”

  정호: “제가 스스로에게 적합한 축구 포지션을 잘 몰랐어요. 학기 초에는 공격수를 맡다가 너무 못해서 수비수로 옮기고 결국 골키퍼를 하게 됐거든요. 민호가 골키퍼를 잘하는데 연습을 많이 도와줬어요. 축구로 친해진 다음 같이 자전거도 타게 됐답니다. 함께 운동하면서 친해진 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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