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경기에서는 3초룰, 8초룰, 24초룰이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농구선수는 상대팀 제한 구역에서 3초간 머물 수 없고 8초 안에 상대방 코트로 넘어가야 한다. 또한 공격권을 가진 팀은 24초 이내에 골대를 향해 슛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시간제한 규칙 때문에 선수들의 움직임은 역동적이고 다양하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상황이 일어나는 경기처럼 경기장 밖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시즌이 끝난 농구장에서 우리가 보고 듣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들은 올 시즌 전반적인 경기 이야기로 빈 농구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하잖아요. 졸업하고 프로구단에 가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건호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하잖아요. 졸업하고 프로구단에 가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건호

  분위기를 우선하는 이유
  올해 농구부는 부진했던 전반기를 이겨내고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감독과 선수들은 그 이유로 ‘팀 분위기’를 꼽았다. “팀 분위기가 경기 결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줘요. 전반기는 많이 삐걱거렸어요. 하지만 후반기에 모두 함께 문제점을 해결하며 하나가 됐어요.” 이진석 선수(스포츠산업전공 4)가 전·후반기 분위기를 언급하자 양형석 감독이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전반기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이 현재가 한계점인 마냥 치부해버린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엄하게 할 수밖에 없었죠.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덧붙여 그는 결과적으로 팀을 잘 꾸려갈 수 있다면 자신이 악역이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선수와 감독이 분위기를 중시하는 이유는 농구는 팀으로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감독과 선수들은 하나의 ‘팀’으로 뛰기 위해 노력한다.

“프로구단에 가서도 가슴 속에 의혈중앙이라는 네 글자를 잊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겠습니다.”문상옥
“프로구단에 가서도 가슴 속에 의혈중앙이라는 네 글자를 잊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겠습니다.”문상옥

  우리가 있어야 내가 있기에
  “문상옥 선수(스포츠산업전공 4)는 대학리그 역대 자유투 성공률 1위 기록을 세웠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라는 질문에 팀 분위기 이야기로 시끄러웠던 공간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그들은 대학리그 덩크슛 누적 1위, 어시스트 1위 등 화려한 개인 기록보다 팀이 먼저라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의 이야기가 나오자 양형석 감독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건호한테 미안한 점이 많아요. 준비한 만큼 제가 기회를 많이 못 줬거든요. 일단 팀을 고려해야 하니까.” 이에 박건호 선수(스포츠산업전공 4)는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며,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될 때 경기를 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라며 덧붙였다. 선수와 감독 하나 돼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모여 중앙대 농구부는 빛나고 있었다.

“동거동락한 동기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후배들이 저희가 못 이뤘던 목표를 향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김세창
“동거동락한 동기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후배들이 저희가 못 이뤘던 목표를 향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김세창

  농구코트 뒤 숨은 노력
“다들 한숨들을 쉬고 그래.” 양형석 감독이 웃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부상’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부상은 선수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지난해 박진철 선수(체육교육과 3)는 부상 때문에 왼발 수술을 했다. “이 덩치로 고시원 쪽방에 들어가 3개월 동안 재활했어요. 빨리 낫기 위해 무통 주사도 안 맞았죠. 통증이 느껴져야 빨리 낫는다고 들었거든요.” 죽기 살기로 재활했다는 박진철 선수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힘이 있었다. 이진석 선수도 비골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주장을 맡고 나서 팀을 이탈했던 상황이었어요. 당시 농구부가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함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죠.” 이진석 선수는 경기에 뛰지 않을 때도 벤치에 앉아 주장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선수와 대학생 사이
  “선수들이 진짜 힘들어요. 수업과 운동을 병행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양형석 감독은 ‘엘리트 선수’를 양성해야 하는 현실을 말하며 학생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학생 선수는 수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기에 그들의 하루는 강의실과 체육관을 오가는 것의 연속이다. “수업 끝나고 불 켜져 있는 체육관을 보면 발걸음이 멈춰지곤 해요.” 선수들은 지난 학기들을 떠올리며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학생선수는 오전에 수업을 듣도록 해주고, 오후에는 최대한 운동에 집중하도록 배려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양형석 감독은 학생선수가 겪는 어려움을 언급하며 해결의 움직임이 나타나길 바랐다. 농구부 선수들의 하루에는 선수와 학생 역할을 모두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가득했다. 

“감독님, 코치님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이진석
“감독님, 코치님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이진석

  선배의 마음으로 바라보며
  누구보다 학생선수 생활을 잘 아는 4학년 선수들은 졸업을 앞두고 후배를 생각했다. “선수들은 관중의 응원으로 힘을 얻어요.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주셔서 후배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세창 선수(체육교육과 4)가 전한 말에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그리고 농구부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또 다른 선배가 있다. 양형석 감독은 농구부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내가 가르치는 애들이라기보다 내 후배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라고 생각하고 대해요.” 그는 선수들에게 감독이기보다 농구 선배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우승하진 못했지만 선수들은 해냈어요. 선수들이 일련의 과정에서 도전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봐서 감독으로서 좋았어요.” 양형석 감독은 이번 시즌을 ‘해낸 시즌’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모든 경기에서 이기지 못했더라도 선수들은 끝없이 도전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장에 찾아오시는 팬분들 덕분에 힘이 나요.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테니 대학농구 관심 있게 지켜봐주세요.”  	박진철
“경기장에 찾아오시는 팬분들 덕분에 힘이 나요.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테니 대학농구 관심 있게 지켜봐주세요.” 박진철

  서로가 가족이 되어
  숙소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고 한다. 바로 심상문 코치. “비 오는 날 야간 훈련 끝나고 숙소에 들어가면 코치님께서 파전과 김치전을 해주세요. 코치님은 요리사 자격증도 있는 분이죠.” 심상문 코치가 만들어준 음식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감독님은 아빠 같고 코치님은 엄마 같아요. 코치님은 별명이 심엄마예요.” 그러자 양형석 감독은 “너희가 초등학생 같아서 그래”라는 말을 툭 뱉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따뜻한 아빠 미소가 번졌다. 선수들은 “농구부는 가족 같다”며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 곁에는 감독과 코치 그리고 동료 선수가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서로를 무심한 척 챙겨줬다. “건호가 말해봐. 네 말 한마디는 들어가야지.” “건호 지금 예열 중이야.” 인터뷰 동안 말수가 적었던 선수를 챙겨주는 감독과 긴장을 풀어주는 선수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가족처럼.

“선수들이 언제나 도전하고 스스로의 소중함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라요. 운동과 인성 모두 갖춰서 중앙대 출신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양형석 감독
“선수들이 언제나 도전하고 스스로의 소중함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라요. 운동과 인성 모두 갖춰서 중앙대 출신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양형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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