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책보고에서는 다양한 헌책방에서 온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김정훈 기자
서울책보고에서는 다양한 헌책방에서 온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김정훈 기자

 

“드디어 찾았다, 요놈!” 잠실나루역 인근에 있는 서울책보고에서는 원하는 책이 있어도 곧바로 찾기 어렵다. 오직 해당 책이 꽂혀 있는 헌책방 정보만 가지고 서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곳은 찾던 책만 갖고 황급히 떠나는 공간이 아니다. 서울책보고는 고객으로 하여금 오랜 시간 책을 찾게 해 예상치 못한 보물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헌책방거리에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요즘 그만의 특색을 살려 헌책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서울책보고를 살펴봤다.
  헌책방이라고 불리는 생계형 중고서점은 기업형 중고서점의 확대에 따라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3월 서울책보고는 각각의 개성을 가진 총 29개 헌책방과 함께 약 13만권의 헌책을 보유한 공공헌책방으로 탄생했다. 서울책보고는 헌책방들을 한 곳에 모아 헌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책보고 기획홍보팀 이한수 팀장은 헌책이 가진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헌책은 언제라도 새 주인을 만나 새 책이 될 수 있어요. 그 무한한 재생력은 유휴공간을 책 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킨 서울책보고의 공간적 의미와 일맥상통하죠.”
  서울책보고의 이름은 책의 보고(寶庫)로써 책이 보물이 되는 공간이자 책을 ‘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시민 참여 네이밍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내부에서는 헌책방뿐만 아니라 명사의 기증 도서, 독립출판물, 각종 문화 행사, 북카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한수 팀장은 서울책보고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기능한다고 설명한다.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도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어요.”
  한편 서울책보고는 일반 기증을 받지 않고 독자에게서 도서 매입을 하지 않음으로써 건강한 출판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작가와 출판사, 서점, 독자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주말은 서울책보고에 들러 보면 어떨까. 시간 속에 잠들어 있던 보물이 새 주인을 만나 빛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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