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살이였지만 이웃 사이 정만큼은 끈끈했다. 넉넉지 못한 처지에도 옆집 그이와 나눠 먹을 생각으로 팔팔 끓는 솥에 수제비 반죽을 한 주먹 더 떼어 넣었다. 앞집 사람은 전세, 뒷집은 월세, 무허가 주택에 사는 댁들도 있었지만, 엄연히 방값을 내며 정 붙이고 발붙여 살고 있었다.

  복작복작 모여 살던 달동네가 재개발이 될 거라고 했다. 어스름 트던 어느 새벽 새카만 철거 용역들이 들이닥쳤다. 거동이 불편한 이웃집 할머니는 거리에 내쳐졌고, 먼저 떠난 남편의 사진을 챙기지 못해 울부짖는 건넛집 아주머니도 있었다. 처참한 광경에 눈앞이 흐려졌고 내려앉은 지붕이 희뿌연 먼지에 가려졌다.

  그리고 10년, 대다수의 주민이 떠났지만 남은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생존의 대가는 방치였다. 얄팍한 가벽이 세상과 우리를 갈라놓았고, 아무도 그 뒤 고단한 삶에 시선을 넘겨주지 않는다. 주민센터조차도 이 마을에 누가, 얼마나 사는지 관심이 없다. 공공의 지원은 포기한 지 오래다.

  올해도 아린 추위가 다가온다. 알음알음 어려운 소식을 들은 몇몇 이들이 보내주는 연탄으로 겨울을 나야할 테다. 며칠 전엔 개발사 사람이 찾아왔다. 봄이 오면 남은 폐허도 허물어버리겠단다. 난로 속 연탄에 열이 번져 빨갛게 변한다. 내 속도 같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개발은 좋은 거라는데 이 동네엔 상처만 남았다. 누가 좋고 누가 이익을 얻는다는 소리일까. 머리 뉘일 곳 하나 필요하다는 말이 과한 욕심일까. 괜찮다, 괜찮다. 내려앉은 마음을 쓸어내다 이제는 속도 닳아버렸다. 당장의 내일이 두렵다.

  쓰레기산, 새싹마을로 불리던 이곳.
  내가 여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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