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위한 다큐멘터리인데 해설이 없잖아. 이건 기본이 안 된 거야.” 중대신문 뉴미디어부의 첫 다큐멘터리 ‘소담소담’을 본 전공교수님의 평이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다. 10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영상은 배려 없는 세상을 나무랐지만 이를 제작한 기자조차도 배려가 없었다.

  좀 더 빠르고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가 되면서 언론도 빠르게 발 맞춰 가고 있다. 뉴미디어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등장했다. 언론사들은 시선을 끄는 방법에 초점을 두며 SNS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조회수에 연연하며 가벼운 스낵콘텐츠를 만드는 언론사 사이에서 중대신문은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흥미 위주 콘텐츠가 아닌 수면 밑 이야기를 끌어올리고 싶었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다. 조심스러운 주제였던 만큼 부서 안에서도 회의를 거듭했다. 상처받지 않도록, 동정받을 존재로 그려지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 고민했다. 시각장애인과 의약품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었기에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배려가 부족했던 건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점자가 없어 의약품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을 담았지만 이 영상도 의약품과 다를 바 없었다. 또 다른 어려움을 얹은 셈이다.

  기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상을 쏟아내고 있지만 화면 해설 영상은 없다. 비단 시각장애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청각장애인, 디지털 소외계층 그리고 문맹까지. 현재 우리나라 언론은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소수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유무도 방송마다 제각각이다. 음성을 모두 자막으로 제공하지도 않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해설도 피차일반이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이들은 보고픈 프로그램조차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수화와 해설을 넣은 프로그램 중에서만 한정돼 있다. 낯선 기술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소외계층. 이들은 인터넷을 할 수 있다 해도 작은 글씨를 더듬어가며 읽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은 특정 양식으로의 정보 가공이 아닌 전달이다. 정보 전달에 있어 누구 하나 소외당하지 않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글 기사라면 음성 기능을 넣어야하고 글씨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각·청각을 함께 다루는 뉴미디어는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내레이션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해설이 있고 자막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화가 있다. 어느 하나 소홀히 했다가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화려함이 다가 아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전달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의약품 점자표기의무화 다큐멘터리는 그런 의미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제 기자는 나아가야 할 길을 안다. 단순히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는 것 뿐 아니라 이들과 같이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같이 가는’ 언론이 돼야 한다.

이지인 뉴미디어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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