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show time!”

  우리는 한때 국민프로듀서였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가 투표에 미쳐 있었다. 엠넷에서 방영한 <프로듀스> 시리즈는 투표를 통해 11~12명의 아이돌 멤버를 선발해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는 투표를 통해 직접 아이돌을 프로듀싱 한다. 그렇게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이 <프로듀스>를 거쳐 탄생했다.

  시청자는 이들을 부모의 마음으로 키웠다. 순위 발표 때마다 기쁨 혹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연습생을 보며 함께 울었다. <프로듀스>에 출연한 연습생이 데뷔를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모습에 표심이 절로 움직였다. 매 시즌 새로운 동경의 대상이 탄생했고 매 화가 레전드였으며 매주 감동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감동은 다 조작이었다.

  지난 5일 <프로듀스> 시리즈의 연출을 맡은 안준영 PD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7월 종영한 <프로듀스> 시즌4의 마지막 순위발표 날에 연습생 득표수에서 일정한 수열이 발견됐다. 또한 의외의 인물이 데뷔멤버에서 탈락했다.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시청자는 제작진을 고소했고 안 PD는 투표 조작을 시인했다.

  <프로듀스>에 출연한 연습생의 평균 나이는 약 20세. 이들은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 하나만을 안고 도전했다. 그러나 방송은 가혹했다. 방송은 연신 꿈과 노력, 팀워크를 강조했지만 이미 답이 정해진 오디션이었다. 노력하면 데뷔멤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무색하게 구조 자체가 이미 거짓이었다.

  연습생은 안 PD가 짜놓은 큰판에서 춤추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조작된 방송은 국민 프로듀서를 젊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 불과한 관중으로 전락시켰다. 젊음은 그저 착취당할 뿐이다. 이미지에만 매몰되도록 짜인 판에 놀아났다는 사실이 퍽 자존심 상한다. 안 PD는 시청자를 기만하고 연습생을 희생시켰다.

  이번 조작이 무서운 이유는 참여자의 노력을 낭비시켰기 때문이다. 결과는 정해져있는데 참여자는 이를 알지 못한 채 사력을 다해 경쟁했다. 그러나 연습생은 기획사가 PD에게 로비를 해야만 카메라에 잡힐 수 있었다. 소비자는 카메라가 비추는 장면만 보고 연습생 한 명의 꿈을 예단하고 표를 던졌다. 젊음을 바쳐 노력했지만 카메라에 한번 비춰지지 않은 연습생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쇼 비즈니스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 PD가 연예기획사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접대비만 해도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젊음을 사고 파는 일, 이토록 더럽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분간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뜸해질 듯하다. 공정하게 연예인이 될 수 있는 등용문 하나가 사라졌다. 조작 가능성이 사전에 배제되지 않는 한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안 PD는 우리 학과 선배다. 선배는 전공 분야에서 최고경력자였다. 후배로서 그런 선배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 방송을 향한 선배의 꿈과 노력도 그저 쇼일 뿐이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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