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밥 한번 먹어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이죠. 정말 밥이 먹고 싶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한학기 동안 매주 다른 중앙대 유명인사와 ‘밥 약속(밥약)’을 잡고 함께 식사할 예정입니다. 이번주 밥약의 주인공은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지하 4층 중앙대 우편취급국 우편취급국장 성경열씨(66)입니다. 중앙인의 소중한 우편물을 책임지는 그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시죠.

사진 정준희 기자
사진 정준희 기자

 

35년 공직 생활 끝에
중앙대 우편취급국장으로

우편은 물론 
유익한 정보도 책임져


“여러분이 맡기신 우편물,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거예요. 무사 배송 책임지겠습니다!” 이번주는 310관 지하 4층에서 중앙대 우편취급국을 이끌고 있는 우편취급국장 성경열씨와 밥약을 잡았다. 중앙부처에서 35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중앙대 우편취급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와 한끼 식사를 같이하며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정사업본부부터 우편취급국까지

  각종 편지와 소포로 가득한 중앙대 우편취급국에는 새로운 우편물 접수를 위한 ‘띵동’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댄다. 그곳에서 6년째 근무 중인 성경열씨를 만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박스에 물건을 담는 학생들 뒤로 그의 모습이 보였다. 고객들이 맡기고 간 우편물을 분류하느라 몹시 바빠 보였다.
당일 업무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편취급국장을 맡게 된 계기부터 들어봤다. “대학을 졸업한 후 20대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어요. 여러 중앙부처를 거친 후 우정사업본부에 들어갔죠.” 그런데 지난 2014년 광화문에 있던 우정사업본부가 세종으로 이사를 떠나게 됐다.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이동 생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년퇴직을 1~2년 남겨놓은 나이에 장거리 출퇴근을 하며 맡은 업무를 제대로 책임질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차라리 조금 일찍 퇴직을 하고 대학에서 우편취급국을 운영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렇게 그는 우편취급국 운영 준비를 시작했다. 운영계획서를 만들어 중앙대와 서울우정지방청에 제출했다. “보편적 우편 서비스를 책임지겠다는 계획을 담은 문서를 작성해 중앙대 우편취급국장 자리에 지원했어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가 중앙대거든요.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이곳의 총괄 책임을 맡게 됐죠.”

 

  ‘중앙대 도우미’ 자처하다

  식사를 위해 흑석시장으로 향했다. 이번주 메뉴는 뜨끈한 만둣국과 찐만두다. 만두는 두툼한 만두피 속 다양한 재료를 품은 채 요리사의 손길로 고이 빚어진다.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다.

  우편취급국의 고객은 자신의 마음을 담은 물건을 정성스레 포장해 성경열씨에게 배송을 부탁한다. 그는 목적지까지 무사 배송을 보장하며 우편물을 책임진다.

  주는 사람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만두와 우편물은 공통점을 가진다. 찜기에서 갓 나와 맛있게 익은 만두는 오늘 하루 중앙인의 우편물을 책임지느라 고생한 성경열씨의 배를 든든하게 해줄 예정이다. 찐만두 몇 알을 집어먹고 어느 정도 허기를 달랜 후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6년째 중앙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꽤 오랜 시간 머문 이곳에 애정이 많은 듯하다. 실제로 지난해 발행된 ‘100주년 기념우표’ 제작 사업을 추진했다. “100주년을 맞은 대학이 전국적으로 많지 않아요. 중앙대의 오랜 세월을 우표로 기념하면 큰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100주년기념사업단에 제작을 제안해 기념우표 발행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우표 발행을 위해 세종에 위치한 우정사업본부 우표 제작실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우표발행심의위원회를 거쳐 해당 안건이 통과됐어요. 조폐공사에서 제작하는 시중 우표보다 더 좋은 품질로 만들기 위해 프랑스에서 제작하기로 협의했죠.” 그렇게 만들어진 100주년 기념우표는 전국 우체국에서 판매됐다. 제안부터 발행, 판매까지 그는 사업 진행을 끝까지 책임졌다.

  우편취급국장답게 중앙대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이곳저곳에 전달하기도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선정할 당시 관련 정보를 담당 부서에 안내했다. “오랜 공직 생활 덕분에 정부와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접하거든요. 물론 제가 안내한다고 해서 엄청난 도움이 되진 않을 거예요.(웃음) 하지만 학교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중앙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학교뿐 아니라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도 남다르다. 그가 나르는 정보에는 학생을 위한 소식도 적지 않다. “우체국에서 주기적으로 서포터즈를 모집해요. 학생들 입장에서 한달에 제법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양질의 아르바이트죠. 이런 유익한 소식을 빠르게 전하려고 노력해요.”

 

  자꾸 눈에 밟히네

  그는 의외의 중앙대 학생 인맥도 보유하고 있다. “우편취급국이 205관(구 학생회관)에 있던 시절 총학생회실과 바로 옆에 붙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총학생회장단과 복도에서 서로 얼굴을 익히며 꽤 친해졌죠. 나중에는 학교 근처 곱창집에서 같이 술 한잔했답니다.(웃음) 학생들과 교류하면 제 젊은 시절이 떠오르면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이처럼 오래전부터 학생을 아끼는 마음에서인지 성경열씨는 학생들의 서류를 접수할 때 유독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 “보내는 주소를 보면 어떤 서류인지 짐작돼요. 취업 서류, 대학원 지원 서류 같은 경우 저 또한 학생의 입장이 돼 꼭 합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내죠.” 수신지가 해외일 때는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유학 서류 발송도 많아요. 이 경우 사소한 점 때문에 반송되는 상황이 빈번하죠. 반송 때문에 지원 기간을 넘기면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수신 국가의 우편 규정을 자세히 설명해줘요. 다시 돌려받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

  쉴 틈 없이 오가는 이야기에 뜨끈했던 만둣국이 어느새 식어버렸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이어온 그는 요즘 대학생을 어떻게 바라볼까. 만둣국 속 마지막 남은 만두 한알을 먹으며 속마음을 들어봤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방학마다 여행과 취미 생활을 즐기며 다들 낭만적인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취업을 위해 방학 중에도 공부에 매진하고 졸업도 유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이러한 현실이 정말 가슴 아파요. 고생한 만큼 모든 중앙대 학생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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