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바라보며
9호선 품은 흑석
잠재력 인정받다

기반시설·거주지 정비되지만
정든 주거지 떠나야 하기도
명암 공존하는 재개발

 

지난 2006년 흑석동 일대가 흑석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사업 범위는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84-10번지 일대 약 89만㎡로 흑석동 전반에 걸친 대규모 공사다. 재개발 사업지는 총 11개 구역으로 구획됐으며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추진된다. 재개발이 전체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이른 지금, 흑석동은 어떻게 탈바꿈하고 있을까. 흑석 재개발의 구역별 역사와 현황을 짚어봤다.

  유리한 입지조건의 유구한 지역

  흑석동 주거지역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는 특징이 있다. 이후 오랜 시간을 거쳐 노후화된 흑석동은 열악한 주거환경뿐만 아니라 좁은 도로, 부족한 편의시설 등의 문제를 겪었다. 이에 흑석동 내에서는 체계적인 기반시설과 도시경관 확보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하철 9호선 역세권에 위치해 우수한 교통망과 한강 조망권을 가진다는 이점은 흑석동 재개발 수요를 증가시켰다. 흑석동부동산협의회 나승성 회장은 흑석동이 재개발촉진지구로 갖춰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사업성을 덧붙였다. “재개발은 지역 주민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추진돼요. 흑석 재개발은 재개발 이후 주택을 사고파는 이들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남는 구조죠. 흑석동은 유리한 입지조건을 바탕으로 재개발 사업성이 큰 곳이었습니다.”

  재개발 사업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먼저 정비구역이 지정된다. 이후 사업계획 등을 구상하는 구역별 추진위원회(추진위)가 토지·건축물·주택 등 소유자 50% 이상의 재개발 동의를 받아 만들어진다. 더 나아가 75% 이상의 동의를 얻고 관할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조합으로 승격한다. 조합이 설립되면 사업시행인가 과정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재개발에 도입한다. 사업은 철거·건축·분양 등 최종 계획을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인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음으로 주민 이주와 보상까지 이뤄지면 철거와 착공이 실시된다. 준공된 구역에서는 새로운 입주를 진행한다.

  흑석 재개발의 현주소

  흑리단길 인근 1구역과 명수대 아파트 주변 2구역은 지난 2009년 이후 추진위 승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준공 및 입주까지 마친 다른 구역과 비교하면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이는 1·2구역 모두 상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육박할 정도로 큰 구역이기 때문이다. 동작구청 개발기획팀 박경수 팀장은 높은 상가 비중이 주민 간 합의 성사에 어려움을 주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상업이 활성화된 경우 재개발보다 계속 장사를 하는 게 이익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상가 소유자들이 재개발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3·9·11구역은 조합이 설립됐지만 착공에 이르지 못한 구역이다. 달마사에 이르기 전 서달산 주변 3구역은 위치상 이점이 덜해 예상 수익이 적어 조합원 사이 내부 갈등을 빚기도 한 곳이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강용구 3구역 조합장은 이번달에 3구역 착공이 예정돼 있다고 말한다. “일정 기간 이상을 거주하는 등 조건이 충족된 세입자에게 주거대책비, 이주비 등을 지급했습니다. 상가에 대한 보상도 마무리됐죠. 이번달 착공 후 약 38개월이면 완공될 계획입니다.”

  9구역은 중앙대학교 부속중학교 인근이다. 9구역은 지난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올해 하반기 이주와 철거 등을 거쳐 오는 2023년 입주가 진행될 계획이다. 관련해 주민 이주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또한 흑석동 고등학교 유치 대상지가 바로 9구역이다. 학교가 들어서면 3구역과 9구역 사이에 학원가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11구역은 조선일보 뉴지엄 너머 동작역 방향 일대에 해당하는 곳이다. 11구역은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못한 수익성 위주의 재개발 계획으로 오랜 시간 사업이 정체됐다. 이에 「도시·건축혁신방안」에 따른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서울시와 함께 현충원·서달산·한강 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박경수 팀장은 11구역이 재개발 사업에 있어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11구역은 경관성과 조망성을 중시하죠. 아파트 최고층을 16층으로 제한하고 서달산 미관을 해치지 않게 건물을 배치합니다. 여기에는 주민 커뮤니티 시설도 계획돼 있어요.”

  4·5·6·7·8구역은 현재 준공 이후 입주까지 모두 완료된 구역이다. 4·5·6구역에는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흑석한강푸르지오·흑석한강센트레빌1·2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해당 구역들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기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다른 구역보다 빨리 완공될 수 있었다. 7·8구역 또한 지난해 준공됐으며 입주도 마친 상황이다. 각각 흑석아크로리버하임·흑석뉴타운롯데캐슬에듀포레아파트 단지가 세워졌다.

  중앙대 정문과 중문을 따라 이어지는 상가 및 주택지역은 10구역에 해당했다. 10구역은 흑석재정비촉진지구 내 유일하게 구역 해제됐다. 원인은 10구역의 낮은 용적률에 있다. 10구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종세분화 제1종에 해당해 건물 층수가 4층 이하로 제한됐다. 이러한 제한조건은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했다. 이에 주민들이 재개발을 반대해 결국 지난 2014년에 해지됐다. 현재 10구역은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돼있다.

  떠나야 하는 누군가

  재개발이 완료되면 도로와 녹지를 포함한 기반시설이 개선된다. 재개발 과정에서 서달로, 흑석로 등 기존 도로가 정비되고 도로도 신설될 수 있다. 동작구청 도시개발과 노호근 주무관은 도로 체계가 개선될 시 교통 문제가 완화된다고 말한다. “도로가 신설되면 교통량이 분산될 수 있습니다. 기존 도로 폭도 넓어져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했던 공간에도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재개발 구역에 주택을 소유한 원주민 대부분은 추가분담금을 부담해야 새로 지어질 주택을 분양할 수 있다. 그러나 추가분담금을 지불할 수 없어 새 주택을 분양받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결국 이러한 원주민들은 재개발 이후 기존 주거 터전을 떠나야만 한다. 흑석동 주민 정종건씨(55)는 재개발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재개발하면 가난한 사람은 쫓겨납니다. 결국 재개발 이후 들어선 새 주택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죠.”

  재개발 속 여러 시선

  흑석재정비촉진사업 중심에 있는 구성원들은 어떤 시각으로 해당 사업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진식 2구역 추진 위원장은 서울시와 동작구의 적극적인 도움을 바란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늦춰질수록 구성원 사이에 의견 충돌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지자체가 사업성을 높이고 제약을 완화하는 등 원활한 추진을 위해 도와줬으면 해요.” 노호근 주무관은 재개발이 전반적으로 마무리된 상태이니 남은 구역도 잘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1·2구역은 중심 도로와 상업지구 등이 조성될 수 있으므로 흑석 재개발의 얼굴에 해당해요. 1·2구역 재개발이 빨리 추진된다면 앞선 재개발로 개선된 기반시설과 함께 주민 편의 증진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정종건씨(55)는 재개발이 활발한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난한 사람이 쫓겨나는 전통적인 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천천히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 좋겠어요.” 김범중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취약계층을 고려해 재개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개발 시 주거 취약계층은 건설비나 추가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기반을 마련한 뒤 재개발을 허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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