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잡으면 임자! 동묘에서 보물찾기
  • 윤예령 기자
  • 승인 2019.11.11 0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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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 벼룩시장

영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동묘 벼룩시장을 ‘세계 최고의 패션거리’라며 극찬했다. 과감한 원색, 등산복과 정장의 믹스매치, 끌어올린 배바지에 큰 영감을 받은 그는 이후 동묘 거리 패션을 재해석한 고프코어룩을 출시하기도 했다. 일명 ‘코리안 할배룩’이라는 말까지 탄생시킨 동묘 벼룩시장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중고 의류부터 각종 골동품까지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단돈 2000원으로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만물상점의 거리, 동묘 벼룩시장의 역사 및 현황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7일 직접 방문했다.

 

  채소시장이 만물시장으로

  동묘 앞 600여개의 좌판이 모여 형성된 동묘 벼룩시장의 역사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채소시장이었던 동묘 벼룩시장 터는 단종의 강등으로 궁에서 쫓겨난 정비 정순왕후 송씨를 돕기 위해 시녀들이 거리에서 채소를 팔면서 시작됐다. 노점을 하는 여인들이 증가하며 ‘여인시장’이라고도 불렸던 동묘 벼룩시장 터는 일제강점기에도 시장으로 기능했으며 1980년대부터 중고품 만물상들이 모여들며 본격적인 상권이 형성됐다.

  이후 지난 2013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동묘 벼룩시장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가 방영되면서 해당 시장은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종로구청의 주변 환경 정비도 시장 활성화에 일조했다. 종로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더 나은 보행 환경과 쾌적한 관광을 위해 지난 2016년 10월부터 ‘차 없는 거리’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동묘 벼룩시장은 차량 운행량보다 보행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에요. 시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 12시부터 18시까지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단돈 2000원으로 ‘득템’해볼까

  1호선과 6호선이 지나는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나와 고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각종 중고 잡화를 파는 좌판이다. 하지만 지하철역 출구 앞 작은 좌판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동묘공원 옆 도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동묘 벼룩시장이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골라골라 2000원! 골라잡아 3000원!” 소리치는 상인들 앞에는 각종 시계, 핸드폰, 안경과 같은 잡화부터 라디오, 오래된 TV 같은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가득하다.

  한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홍대’라고 불렸던 동묘시장이지만 최근에는 젊은 고객들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적지 않게 보인다. 동묘시장 상인회 고재방 회장은 동묘시장을 방문하는 고객층이 이전보다 다양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50대에서 80대까지의 남자 손님이 주 고객층이었어요. 하지만 각종 방송을 통해 동묘가 유명해지면서 약 5년 전부터 20~30대 젊은 손님들이 부쩍 늘어났죠.” 실제로 거리에서는 젊은 고객층을 여럿 볼 수 있다. 연인과 함께 방문한 A씨는 데이트 코스로 동묘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볼거리가 많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특히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고재방 회장은 외국인 관광객도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덧붙인다. “특히 동남아 관광객들이 벼룩시장을 구경삼아 많이 찾고 계시죠.”

  동묘 벼룩시장 운영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동묘시장의 상가와 노점을 합해 동묘시장 혹은 동묘 벼룩시장으로 부르는 사람이 다수지만 실제 종로구청에서는 구청에 등록된 상가만을 전통 시장인 ‘동묘시장’으로 인정한다. 이에 수많은 노점이 모여 형성된 동묘 벼룩시장은 10여년 전 구청과 잦은 충돌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고재방 회장은 현재 시장 자체적으로 질서를 확립해 구청과의 충돌을 줄이고 시장을 안정화했다고 설명한다. “무조건적인 노점 단속은 부질없어요. 동묘 벼룩시장 노점을 관리하는 지역장과 동묘시장 상점을 관리하는 상인회장이 힘을 합쳐 질서를 확립했죠.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적정선을 합의해 지킴으로써 주민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노점과 상점이 서로 존중하고 상생한다는 점은 동묘시장의 주요한 특징이다. 또한 화재사고 등에 자체적인 대응 체계도 갖춰 대비하고 있기도 하다.

  없는 게 없는 시장을 위해

  오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동묘 벼룩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고재방 회장은 먹거리 활성화와 편의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동묘 시장은 볼거리에 비해 먹거리가 좀 적은 편이에요. 더 다양한 음식점이 들어와야 해요. 또한 주차시설이나 공중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 확충도 꼭 필요하죠.” 더 편리한 시장 환경을 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고재방 회장은 시장 중앙로 정비와 동묘시장 표지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좀 더 발전된 동묘시장을 위해 동묘공원 옆 중앙로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거리를 특성화했으면 좋겠어요. 또한 동묘시장 표지판이 설치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3년 전 시장으로 등록했지만 동묘시장이라고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는 실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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