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말하는 대로 어떤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말이 지닌 힘을 의미한다. 즉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해 좋은 말을 하면 좋게 되고, 반대로 나쁜 말을 하면 그 말대로 된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존 바그(J. Barg)는 “어떤 단어에 우리가 노출되면 뇌의 일정 부분은 자극을 받고, 무엇인가를 할 준비를 한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언어는 강하다. 말은 사람이 자기 생각을 입을 통해 내놓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어쩌면 유의미한 말은 모든 동물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소리다.

  조선 명종 때 영의정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총괄했던 상진(尙震)은 관대하고 덕성과 도량이 넓어 다른 사람의 단점이나 흉을 말하는 법이 없었다. 어느 날 사랑방에 누군가가 다리 하나가 짧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상진은 “다리 하나가 짧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다리 하나가 길다고 말해야 한다”며 그를 나무랐다. 이 이야기는 단점을 도외시하고 장점을 보라는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젊은 나폴레옹에게 하루에 세 시간밖에 잠은 안 잔다는 소문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헛소문이다. 그의 전기를 보면 나폴레옹은 하루에 7시간을 자도 오후에 가끔 깜박깜박 졸았다고 한다. 아무 데서나 잠깐씩 새우잠을 자는 것이 와전되어 그를 둘러싼 세 시간 수면설이 나돌았던 것이다. 육군사관학교 시절 나폴레옹의 성적은 58명 중에 42등이었다. 하지만 한 교관이 그의 새우잠을 자는 습관을 보고 “앞으로 훌륭한 장군감”이라 칭찬하며 격려한 말이 나폴레옹에게는 자신을 추스르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힘이 됐다. 칭찬 한마디가 새우잠을 자던 나폴레옹을 불가능을 모르는 군인으로 성장하게 한 것이다.

  2010년, 영국 스태퍼드셔 대학교의 제니퍼 콜 박사팀은 160명을 대상으로 얼마나 남의 뒷말을 자주 하는지와 그것이 자존감, 유대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자존감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타인의 좋은 점에 대해 솔직하게 칭찬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혹독한 경쟁 때문인지 남을 인정하는 일에 참 인색하다. 이런 인색이 보다 성장할 수 있는 많은 인적 자원을 사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대학 문화 역시 너무나 칭찬에 인색하다. 교수는 학생들의 발표나 시험답안을 평가할 때, 학생들의 미숙함이나 틀린 답안에 주로 주목한다. 그러니 학생들도 틀린 문제에 집착하고, 교수나 학교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먼저 보고 평한다. 이것은 건전한 대학 문화 형성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나도 설리번 선생의 헬렌 켈러에 대한 열정과 상진의 지혜를 되새기며, 겨울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캠퍼스 길목에서 마주하는 학생에게 진실된 칭찬 한마디를 건네야겠다.
 

최현철 교수

다빈치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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