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좋아해, 겨울 좋아해?” “축구 좋아해, 야구 좋아해?”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친구·지인끼리 자주 하는 일명 ‘VS 놀이’를 시민 게릴라인터뷰로 다룹니다. ‘2019 당신의 선택’이라는 다소 거창한 코너 제목과는 달리 쉽고 재밌는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지요. 이번주는 지난 6~7일 이틀에 걸쳐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하늘공원을 다녀왔는데요. 여러분은 설레는 연애를 꿈꾸나요? 아니면 편안한 연애를 원하나요? 설레는 연애를 중시하는 두 커플과 편안한 연애를 희망하는 두 커플을 만나 이야기해봤습니다. 네 커플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설렘 중독증
최정우씨(34), 강유선씨(20)

 

  -비슷하게 맞춰 입으셨군요. 정말 잘 어울려요.

  정우: “감사해요. 사실 코디를 따로 맞추진 않았어요. 오늘 여자친구를 기다릴 때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며 심장이 쿵쾅댔는데 우연히 비슷한 옷을 입어 서로 놀랐답니다.”

  -항상 첫만남 같은 설레는 연애를 하고 계시나 봐요.

  정우: “맞아요. 친구처럼 허물없는 연인 관계는 싫거든요. 편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성격이 한몫하죠. 지금도 매 순간 설레는 연애를 하고 있답니다.(웃음)”

  유선: “너무 편하게 지내면 사랑해서 만나는지, 정 때문에 만나는지 헷갈릴 것 같아요. 연애는 설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서로 눈만 마주쳐도 두근거린답니다.”

  -그렇군요. 편한 모습을 연인에게 보여주기 싫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우: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사랑 표현이기도 하죠. 지금처럼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여자친구에게 자주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연애 과정에서 언제가 제일 설레나요?

  유선: “남자친구와 같이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갈 때가 제일 설레요.(웃음)”

  정우: “둘 다 먹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또 식성이 좋기도 하죠. 데이트할 때마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답니다. 여자친구가 먹을 때 내숭이 없어서 더 좋아요.”

  -마지막으로 두분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들어보고 싶어요.

  정우: “사랑은 설렘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사랑을 통해 설렘을 느끼면 엔도르핀이 샘솟는 기분이 들고 두뇌 회전도 잘 되더라고요. 실제로 연애를 시작한 이후 걱정이 없어졌어요. 이전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행복하기만 해요.”

  유선: “사랑은 상대방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을 느끼게 되는 감정이에요. 꼭 남자친구가 아니라 저희 집 강아지를 봤을 때 행복해지는 감정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답니다.(웃음)”

거리도 두 배 설렘도 두 배
정준영씨(26), 김나현씨(24)

 

  -해질녘 하늘공원은 정말 아름답네요.

  준영: “맞아요. 평소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늘공원이 딱 알맞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으로 데이트를 왔죠.”

  나현: “남자친구가 장소를 잘 골랐어요.(웃음) 저희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장거리 연애 중이에요. 제가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죠. 오빠는 한국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고요.”

  -두분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몹시 궁금해요.

  나현: “오빠가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왔어요. 처음 봤을 때 잘생겼다고 생각했죠. 또 여름이라 반팔을 입었는데 소매 위로 탄탄한 팔 근육이 보였답니다. 그때 사귀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준영: “같은 레스토랑 직원으로 일했어요. 직원끼리 식사하는 자리에서 여자친구를 처음 봤어요. 정말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밥도 안 먹고 쉴 틈 없이 말을 걸었죠.(웃음)”

  -장거리 연애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겠어요.

  준영: “그래서인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둘 사이에 설렘이 존재해요. 발길이 닿는 대로 함께 걷기만 해도 설레죠. 두근거릴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면 감정이 유지되기 어려울 텐데 말이에요. 장거리 연애의 장점인 것 같기도 해요.”

  나현: “멀리 떨어져 지내다 보니 만날 시간이 적어요. 그래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죠. 옷은 어떻게 입을지, 화장은 어떻게 할지 미리 생각하고 데이트 장소도 며칠간 고민하죠. 남자친구 만날 생각에 주머니 사정도 생각하지 않는답니다.(웃음)”

  -두분 사이에 설렘이 가득하군요.

  나현: “설렘이 있으면 서로에게 더욱 조심하게 되죠. 그래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돼요. 설레는 연애를 선호하는 이유에요.”

  준영: “설렘은 연애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연인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은 특별해요.”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보여!
이소원씨(20), 김재현씨(21)

 

  -벤치에 오랫동안 앉아 계시네요.

  재현: “안녕하세요. 갈대 속에서 사진 찍다가 지쳐서 쉬는 중이었어요. 이제 핑크뮬리 쪽에서 마저 찍을 거예요.”

  -두분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소원: “저희는 캠퍼스 커플이에요. 친한 친구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죠. 사진 찍을 때도 쿵짝이 잘 맞아요. 사귀기 전부터 둘이서 엄청 많이 찍었거든요.”

  -친구로 지냈을 때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나요?

  소원: “학기 초에 재현이는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더라고요. 이후에도 딱히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감정이 생겼어요.”

  재현: “소원이는 ‘남자 사람 친구’가 많아요. 다른 남자랑 웃으며 대화하는 걸 보면 괜히 신경 쓰였죠. 아마 그때부터 호감을 느꼈나 봐요.(웃음)”

  -친구 사이로 시작한 만큼 서로 정말 편하게 대하겠군요.

  재현: “친구 같은 연애를 하고 있어요.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에 연인으로 발전할 때 실망한 점이 없어 좋았어요. 서로의 성격, 장단점, 과거 연애사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거든요.”

  소원: “저도 스스럼없는 사이가 좋아요. 꼭 설렘이 느껴져야만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자친구와 함께할 때 느껴지는 편안함에서 서로를 많이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죠. 저는 하품하는 못생긴 얼굴도 다 보여줄 수 있어요.(웃음)”

  -편안한 연애를 추구하는 이유를 더 듣고 싶어요.

  소원: “편안한 연애가 상대방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설렘을 좇다 보면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본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불편할 것 같아요. 친구 같은 연애를 통해 내면의 모습까지 사랑하면 그만큼 관계가 더욱더 깊어지죠.”

  재현: “훨씬 친해질 수 있어요. 저희는 가족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죠.”

아웅다웅 우리 사이
송태용씨(25), 손가영씨(22)

 

  -‘인생 샷’ 많이 건지셨나요?

  가영: “남자친구가 찍어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싸웠어요. 싸울수록 찍을 시간이 부족해지는데 계속 싸우게 되더라고요.(웃음)”

  태용: “제 딴에는 예쁘게 나온다고 생각한 구도로 찍었는데 별로라고 해 투닥거리던 중이었어요. 사실 다 장난이랍니다.”

  -평소에도 장난을 자주 치나 봐요.

  태용: “가끔 아웅다웅하며 친구처럼 편하게 연애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서로 숨기지 않고 모든 걸 말하게 되더라고요.”

  가영: “저도 각자의 모습을 감추지 않는 편안한 연애를 추구해요. 화장을 하지 않고 편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답니다.(웃음)”

  -서로에게 솔직하게 대하시는군요.

  가영: “맞아요. 예전에는 솔직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어요. 설레는 감정을 유지하려다 보니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점점 저를 숨기게 됐죠. 지금처럼 편하게 연애하면 힘든 점을 쉽게 말할 수 있어요. 서로에게 큰 힘이 되죠.”

  태용: “저도 진솔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됐어요. 힘든 이야기를 좀처럼 꺼내지 않는 성격인데 여자친구에게는 숨김없이 이야기를 한답니다. 여자친구가 잘 들어주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설렘 없이 편안함만 있는 연애도 만족하시나요?

  태용: “편안한 만남으로 관계가 점점 깊어질 때 진정한 연인이 된다고 생각해요. 항상 설렐 수만은 없어요. 설레는 연애를 추구하더라도 언젠가는 서로가 편안해질 테니까요.”

  -인터뷰하다 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 됐군요.

  가영: “오늘 남자친구 생일이에요. 집에 데려가 근사한 생일상으로 배 터지게 먹일 거예요!”

  태용: “전에 가영이가 해주는 밥을 먹어본 적이 있어요. 정말 맛있었죠. 생일이라 더욱 기대된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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