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없다고 모르쇠
  • 중대신문
  • 승인 2019.11.1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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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동아리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피해자는 외부 기관에 신고했다. 해당 동아리들은 사건 경과를 동아리연합회(동연)에 보고했다. 그러나 동연에 직접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단 이유로 동연은 침묵했다. 사건이 동아리방 내에서 발생했고 명확히 인지했음에도 말이다.

  방치의 근거는 동연에 직접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동아리연합회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회칙」에 따르면 ‘성폭력 신고는 본회로 하여야’만 사건을 조사·판단하고 가해자를 징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동아리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인권센터에 신고하면 동연은 사건 처리에서 자유로워진다. 당연히 자치 공간 내에서 피해자와 피신고인의 분리도 이뤄지지 않는다.

  사건을 보고받은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하는지 파악해야 했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회원 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었다. 사건 조사 기관에 의뢰해 비밀 보장 의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야 했다. 피해자의 비밀을 보장하면서 피해자를 보호할 방법은 없지 않다. 동연이 찾지 않았을 뿐이다. 더는 ‘신고 미접수’에 숨어 책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결국 학교가 나섰다. 총무처는 오후 10시 이후 학생회관 내 인원을 퇴장시키고 쇠사슬로 건물을 통제하자는 안을 냈다. 학생지원팀은 자정 이후 경비시스템으로 학생회관 입장을 제한하고 야간 활동 사전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출입 통제로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일차원적 대응이었다. 동연의 무심함에 비하면 학교의 물리적 대응은 외려 반가울 지경이다.

  동연은 성폭력 사건에 더 예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라. 회칙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피해자가 원할 경우 적극적으로 나서 도울 준비가 돼 있음을 제도로 보여야 한다. 동연에 직접 접수되지 않은 사건이라도 동아리 내에서 파렴치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어찌 대응할지 면밀히 계획하자.

  현행 회칙이 피해자 보호에 소홀하지 않은지 재고해볼 필요도 있다. 「동아리연합회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회칙」 제14조 1항에는 ‘당사자의 일시적인 동아리 활동 중지’를 접수 처리 절차 1단계로 명시하고 있다. 사건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와 피신고자 모두의 활동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제4조에는 조사단계에서 ‘피해자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 가해 행위를 했다고 신고된 사람에 대하여 근무 장소 변경, 휴가 사용 권고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명증하게 초점이 피해자에게 맞춰져 있다.

  지난 2017년부터 동아리 내 성폭력 사건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동아리연합회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회칙」은 성폭력 사건 예방·대책 마련, 사건의 올바른 처리를 통한 회원 보호 및 동연의 성평등 문화 확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동연은 잔존하는 성폭력이 설 자리는 자치 공간 내에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동연의 침묵에 관대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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