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 그 자리에 넌 있었느냐?” 대학에 입학하고 첫 수업 시간에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당시에는 무슨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하고많은 잔소리 중 하나라고 여겼다. 하지만 중대신문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현장을 경험한 후 그 말의 뜻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교수님의 말씀은 그 순간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그 상황을 모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기가 모르는 일을 말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이는 비단 사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일상적인 말과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흥미를 끄는 사건이 발생하면 관심을 가진다. 이때 현장에 있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일부분의 상황만을 본 사람들은 그것이 전부인 양 사건을 대한다. 말과 글은 여러 사람의 입과 손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와전돼 본래의 뜻과는 달라지기도 한다. 지난달 학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이슈가 됐던 안성캠 축제에 관련된 논란이 꼭 그러했다.
축제기간 동안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글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우천으로 인해 동아리 공연이 취소돼 아쉬움을 표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다른 글들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처음과는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안성캠 총학생회(총학)가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봤던 내용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총학과 동아리들 사이의 의견 차이가 있었던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글에서 쟁점이 된 공연 취소 부분은 사실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총학의 일방적인 취소는 아니었다. 현장에선 생각보다 많은 비로 인해 무대가 미끄러워 공연을 진행하기 어려웠으며 출연진의 안전 또한 걱정됐다. 이것이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던 사실이었다. 

 정당한 비판과 문제 제기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타당한 비판 또한 수용돼야 한다. 하지만 비판과 문제 제기는 사실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비판은 루머에 불과할 뿐이다.
 기사가 사실에 근거해야 함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신문사를 하며 얻은 교훈 중 하나는 사실이 현장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얻은 정보가 아닌 내용에 근거해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한다면 사실과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현장에 있지 못했다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자각해야 한다. 그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나’는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하여 허황된 소문과 난무하는 추측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기자는 앞으로 현장과 친해지라는 이유 있는 고집을 부리려고 한다. 사실에 끈질기게 집착하고 발로 뛰는 기자가 되겠다는 뜻이다. 이를 지키며 사실에 근거한 소식을 담는 전달자가 되려고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이 자리를 거쳐 갔던 많은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김정훈 사진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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