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1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바람>은 부산을 배경으로 삼는다. 극 중 주인공 ‘짱구’의 활동지로 나오는 서면시장은 현재와는 조금 다른 10여 년 전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서면시장’이라는 글씨가 적힌 건물 옆 골목에 늘어진 노점에서는 긴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풍겨온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서면 먹자골목의 역사, 현황, 전망을 톺아보기 위해 전문가, 시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면 먹자골목의 노점에서는 매콤한 떡볶이와 따끈한 어묵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서면 먹자골목과 다양한 골목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서면시장 먹거리 상권은 정겨운 인심이 가득한 먹거리 천국이다. (사진출처 하나투어)

 

  먹거리 문화의 중심, 서면

  서면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부산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는 지역이다. 해당 지역에 먹자골목이 형성된 배경은 무엇일까.

  1960년 산업화 시대에는 서면을 중심으로 부산진구의 당감동, 전포동, 동구 범일동 등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많은 노동자가 서면으로 유입됐다. 일이 끝나고 서면시장에서 장을 보는 노동자들을 위해 시장 주변에 먹거리 좌판이 모여들었고 서면 먹자골목이 시작됐다. 형성 시점부터 서면시장과 역사를 함께한 서면 먹자골목은 서면시장의 동쪽, 서면로 68번길을 따라 조성돼 있다.

  이후 1972년 서면시장이 임시 건물에서 4층짜리 건물로 완공되면서 서면 먹자골목도 그 형태가 뚜렷해졌다. 부산진구청 관광위생과 고이현 주무관은 서면 먹자골목은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상권과 어울려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원래 전통시장이었던 서면시장과 먹자골목의 포장마차, 청년몰, 돼지국밥 골목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어요.”

  저마다의 골목이 모여

  실제 서면시장에는 분식을 위주로 하는 서면 먹자골목뿐 아니라 돼지국밥 골목, 통닭 골목, 칼국수 골목 등 다양한 골목이 조성돼 있다. 하병조 위원장은 이와 같은 상권 모습이 서면 먹자골목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다른 먹자골목은 특정 음식을 판매하는 유사 상점이 거리에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요. 이와 달리 서면 먹자골목은 규모가 작은 다양한 골목들이 응집해 구성돼 있죠.” 하병조 위원장은 유명 맛집 몇 군데를 위주로 골목이 작게 형성된 점도 서면 먹거리 상권의 특징이라고 덧붙인다.

  서면 먹자골목은 젊은 세대의 발길이 잦은 서면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서면 먹자골목은 이들을 타깃으로 한 분식류를 위주로 발전했다. 지난달 실제로 서면 먹자골목을 방문한 정가영(18)씨는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자 찾은 서면 먹자골목에서의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어묵 육수에 불린 떡을 사용해 만든 떡볶이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명절날 할머니 댁에 갔을 때처럼 챙겨주시는 인심이 너무 훈훈했어요.”

  친근한 대화가 오가는 분위기와 넉넉한 인심도 서면 먹자골목의 장점이다. 먹자골목을 방문했던 A씨(33)는 길거리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함 없이 먹자골목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바로 앞에 현금지급기가 있어 현금이 없어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친근한 분위기 덕분에 모르는 사람과 함께 서서 먹어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늦은 시간에 찾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서면시장번영회 최민준 회장은 서면 먹자골목이 부산 시민과 관광객들 외에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분이 서면시장 인근을 찾아주고 계세요.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관광객도 많이 방문하고 있죠.”

  분식 그 이상의 먹자골목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서면 먹자골목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가영씨는 서면 먹자골목의 메뉴가 획일화돼 있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점포를 선택할 때 어려움이 있었어요. 메뉴가 더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이에 최민준 회장은 같은 메뉴라도 점포마다 모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면 먹자골목의 점포들은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전통 있는 점포들이에요. 같은 메뉴라고 하더라도 점포마다 모두 다른 특색을 갖고 있고 음식 고유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최민준 회장은 서면시장 건물 2층에 있는 청년몰 ‘온나’(ONNA)를 통해 서면시장 인근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한다. 청년몰은 청년 사업 활성화를 위해 일정 기간 지원을 받은 후 자립하게 되는 중소벤처기업부 추진 사업이다. “청년몰의 활성화를 통해 서면시장 인근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 청년몰 홍보에 주력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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