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보장 VS 높은 임금
  • 고민주
  • 승인 2019.11.04 0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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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좋아해, 겨울 좋아해?” “축구 좋아해, 야구 좋아해?”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친구·지인끼리 자주 하는 일명 ‘VS 놀이’를 시민 게릴라인터뷰로 다룹니다. ‘2019 당신의 선택’이라는 다소 거창한 코너 제목과는 달리 쉽고 재밌는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지요. 이번주는 지난달 30~31일 이틀에 걸쳐 여의도를 다녀왔는데요. 여러분은 워라밸 보장을 꿈꾸나요? 아니면 높은 임금을 원하나요? 워라밸 보장을 중시하는 두 팀과 높은 임금을 희망하는 두 팀을 만나 이야기해봤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머니 머니’해도 워라밸이 최고

고유현씨(31)

 

  -근무 중에 잠깐 쉬러 나오셨나 봐요.

  “아니에요. 친구가 퇴근하길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그렇군요.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IT 계열 스타트업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어요. 일과 사생활 구분 없이 오랫동안 일에 몰두하며 살았죠. 심지어 퇴근 후 집에서도 잔업을 처리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일거리를 집까지 들고 가야 했던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저는 회사 창립 멤버였어요. 성공을 향한 갈망이 있었죠. 그래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회사 성장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하지만 지난 5년간 멤버들이 들인 노력에 비해 회사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답니다.”

  -개인 시간이 거의 없었겠군요.

  “맞아요. 일과 삶을 구분하지 못했어요. 나를 위한 시간도 충분히 가졌어야 했는데 말이죠. 끊임없는 업무 때문에 많이 지친 상태였어요.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며 워라밸이 보장되는 회사로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유현씨처럼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삶의 질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은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반복적인 삶에 지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워라밸 문화는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요. 회사 차원에서도 많이 신경 쓰기 때문이죠.”

  -연봉만 좇았을 때 생기는 단점은 무엇일까요?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점점 피로가 쌓일 것 같아요. 자연스레 건강도 나빠지겠죠.”

  -‘직장인 절반 이상, 워라밸 좋다면 연봉 낮아도 이직한다.’라는 기사도 있더라고요.

  “동의해요. 행복은 돈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도 재취업 후 여유가 생기면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요. 저만의 시간도 중요하니까요.(웃음) 예전에 잠시 쳤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중국어와 프랑스어 공부도 시작할 예정이에요.”

학보사 덕분이야
최정윤씨(27)

 

  -KBS 건물에서 나오시네요. 이곳 직원이신가 봐요.

  “KBS 총무팀에서 행정 업무를 맡고 있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이 잘 지켜져 행복하게 일하고 있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인가요?

  “이곳은 제도가 도입되기 전부터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정확히 지켜지고 있었어요. 취업 준비할 때부터 워라밸이 보장되는 직장만을 고집했거든요. 제도 도입 후 특별한 변화는 없어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PD, 기자 직종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해요.”

  -워라밸을 중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생 시절 학보사에서 일했어요. 당시 개인 시간이 아예 없었어요. 일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을 모두 신문사에서 보냈기 때문이죠. 심지어 부장 임기가 끝나고는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어요. 그때 워라밸의 중요성을 실감했답니다. 스스로가 워커홀릭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죠.(웃음)”

  -학보사 생활이 정말 힘들었나 봐요.

  “맞아요. 임기 만료만 바라보며 버텼어요. 그리고 반드시 개인 시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겠다는 다짐을 했죠. 일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 저에게는 워라밸이 절실했어요.”

  -지금은 여가 생활을 즐기시나요?

  “건강한 식단에 관심이 있어 취미로 음식을 요리해 먹곤 해요. 오늘은 ‘문화의 날’을 맞이해 남자친구와 함께 반값 영화를 볼 예정이죠. 때마침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 만든 <날씨의 아이>가 개봉했거든요.”

  -남자친구도 저녁에 시간이 되나 봐요.

  “야근이 많은 곳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직장을 옮겼어요. 오후 6시에 ‘칼퇴근’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죠.”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정윤씨에게 워라밸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를 듣고 싶어요.

  “저는 비혼도 아니고 딩크족도 아니기 때문에 육아를 고려해야 해요. 워라밸이 보장되면 육아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겠죠."

젊을 때 벌어 나중에 쓸래
김서윤씨(14), 신지유씨(14)

 

  -안녕하세요. 얼굴에 뭐가 묻었는데요?

  지유: “반가워요. 할로윈데이를 맞아 분장을 하고 친구와 놀러 왔어요. 엄마가 아직 어리니까 홍대는 가지 말라고 하셔서 여의도에 방문했죠.”

  서윤: “학교에서 할로윈 분장을 허락하지 않아 저희가 직접 해봤답니다.”

  -그렇군요. 중학생인 두분의 장래 희망이 궁금해요.

  지유: “무대 연출자를 꿈꾸고 있어요. 워라밸이 잘 보장되지 않는 직업이죠.”

  서윤: “저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꿈이 확실하지 않아 일단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워라밸이 담보되지 않는 직장도 괜찮으신 건가요?

  서윤: “워라밸보다 높은 임금에 가치를 두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젊을 때 돈을 벌어놔야 할 것 같아요. 그 돈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실컷 다니고 싶거든요.”

  지유: “저도 서윤이처럼 부지런히 돈을 모을 계획이에요. 임금보다 워라밸을 추구하면 아무래도 받는 돈이 적어 생활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노후 자금을 충분히 마련해 나중에 돈 때문에 걱정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취직은 언제쯤 하고 싶나요?

  서윤: “성인이 되면 곧바로 직장을 가지고 싶어요. 하루라도 빨리 취직해 돈을 벌어놓고 이후에 삶을 즐기면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요.”

  지유: “저는 조금 나중에 취직하고 싶어요. 아무리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라도 곧바로 취직했다가 매일같이 야근이라도 하게 되면 저를 위한 시간이 아예 없는 셈이니까요.”

  -구체적으로 얼마를 벌고 싶은지 생각해봤나요?

  서윤: “억대 연봉을 꿈꾸고 있어요.(웃음)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쓰고 싶거든요. 그리고 첫 월급은 반드시 부모님께 드릴 생각이에요.”

  지유: “정말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웃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저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서 적당하게 5천만원 정도만 받아도 만족할래요.” 

벌 수 있을 때 바짝!
정상훈씨(36)

 

  -안녕하세요. 여의도답게 금융회사가 정말 많네요.

  “저도 금융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요. 대학 시절부터 연봉이 높은 금융 계열로 취업을 준비했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었거든요.”

  -대학생 때부터 워라밸보다 연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셨군요.

  “그렇죠. 집값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봉이 중요하겠다고 느꼈어요. 돈을 벌 수 있는 나이에 바짝 벌어놓을 생각이에요. 금융 계열 회사원은 55세 이후로 일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많은 돈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가요?

  “꾸준히 저축해 주식에 투자할 예정이에요. 요즘 주식에는 ‘최저 배당’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예를 들어 배당률이 3~4%인 주식에 15억원을 투자하면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4~5천만원이 돌아오는 식이죠. 매년 4%가 꾸준히 배당되는 주식에 투자하고 이에 더해 국민연금, 개인연금까지 받으며 노후에 풍족하게 살래요.”

  -계획이 상당히 구체적이네요.

  “금융업에 종사하면 다들 구체적인 계획을 갖게 돼요. 근속 연수가 길지 않기 때문이죠. 젊을 때 돈을 충분히 벌어놓고 준비한 대로 노후를 보내고 싶어요.”

  -주식 투자 이외에 또 다른 구상이 있나요?

  “은퇴 후 이민도 생각 중이에요. 회사를 그만두면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살 이유가 없거든요. 50~60대는 외국에서 보낼 예정이에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로 떠나고 싶답니다.”

  -그곳에서는 무슨 일을 할 예정인가요?

  “일은 더 안 하고 싶어요. 지금 매일 10~12시간씩 열심히 일하면 됐죠.(웃음) 미래를 바라보며 견디고 있어요. 다 똑같지 않을까요.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하는 일에 뜻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한 취업포털 설문조사 결과 구직자들의 직장 선택 기준 1위가 ‘연봉’이었어요.

  “각박한 현실 때문이지 않을까요. 직장인 평균 연봉으로는 20년 넘게 일해도 서울에 전셋집 하나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워라밸만을 추구하기는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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