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언어, 혈통 등으로 ‘족(族)’을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여기 개성과 취향으로 하나의 ‘족’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학기 문화부는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문화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번주는 ‘딩펫족’의 족장과 함께했습니다. 아이 없이 반려동물을 기르며 사는 맞벌이 부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딩펫족의 문화가 궁금하다면 올해로 5년째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김아현·박종우 부부의 이야기에 주목해주세요. 지금 시작합니다!

 

 

 

 

운명 같은 만남
더치를 통한 새로운 경험
그렇게 한 가족이 됐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다. 최근에는 동물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도구적 존재가 아닌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따라서 애완(愛玩)동물이라는 명칭 대신 반려(伴侶)동물이라는 명칭이 주로 쓰이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생은 어떨까. 올해로 결혼 10년 차, 5년째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김아현(39)·박종우(53) 부부를 만나봤다.

 

 

  우리는 운명이야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길에서 김아현씨와 박종우씨는 우연히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강아지 파양 글을 보게 됐다. 급히 차를 돌려 입양 3일 만에 파양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찾아갔다. 김아현씨는 강아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운명을 직감했다고 말한다. “빌라 골목 사이에서 남편이 강아지를 안고 나왔어요. 그 순간 반해버렸죠.” 커피를 좋아하는 부부는 ‘더치커피’에서 이름을 따와 강아지에게 더치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공놀이를 좋아하는 명랑한 웰시코기는 그렇게 부부와 한 가족이 됐다.


  처음부터 김아현씨와 박종우씨가 딩펫족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 건 아니다. 부부는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딩크족으로서의 삶을 먼저 선택했다. 결혼 직후만 해도 김아현씨는 출산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출산이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하지만 유산을 경험한 이후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죠.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신체적, 직업적으로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한다고 느꼈어요.” 박종우씨는 결혼의 주된 이유를 고려해 딩크족으로의 삶을 결정했다고 덧붙인다. “저는 아이를 좋아해요. 하지만 출산을 위해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하죠.”


  부부는 딩크족의 삶을 선택하고 바로 더치를 데려오진 않았다. 동물을 원래 좋아하던 박종우씨와 달리 김아현씨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생명을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남편의 성향을 고려하다 보니 반려동물 입양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죠.” 처음에는 남편을 위한 배려로 반려견 입양을 결정했지만 이제 김아현씨에게 더치는 없어서 안 될 존재다. “더치를 통해 얻는 심리적 안정감이 커요. 한 존재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느낌이죠.”

 


  너를 만나 새로운 날들

 

  아이 없이 반려견과 함께하는 그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부부는 퇴근 후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더치와 산책을 즐긴다. “사랑하는 반려자와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생명이 있으니 만족스러운 삶이죠. 문화생활도 충분히 즐기고 있고요. 더 어떤 행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종우씨는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설명한다.


  더치를 만나고 부부에게는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박종우씨는 부부간 사소한 말다툼이 있어도 더치를 매개로 쉽게 풀어진다고 말한다. “가족의 결속력이 더 강해졌죠. 더치의 세상에는 아내와 제가 전부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랑해줘야만 하거든요.” 뿐만 아니라 여행하는 방식도 변했다. 김아현씨는 더치와 여행하기 위해 다양한 숙소를 알아본다.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보는 데 주력해요. 가장 중요한 건 더치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울타리가 있느냐에요.” 부부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도그데이’에 참가해 더치와 함께 야구 경기도 관람한다.

 

반려견 더치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아현·박종우 부부의 모습.
부부는 더치와 함께 야구 경기 관람 등의 다양한 경험을 즐긴다.  사진 김아현·박종우 부부 제공

 


  하지만 김아현씨는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생활과 시설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더치는 가족이에요. 강아지라는 이유로 함께할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가 부족해 속상한 경우가 종종 있죠.”


  호기심이 많고 활발한 더치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도 생겼다. 박종우씨는 더치의 이름을 딴 가슴줄을 제작해 박람회에 참가했던 경험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더치가 호기심이 많아서 열린 문 사이로 도망간 적이 많아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NFC 기능을 장착한 가슴줄을 개발했죠. 가슴줄에 달린 펜던트에 휴대폰을 대면 견주의 휴대폰 번호가 뜸과 동시에 견주에게 현재 반려견의 위치가 전송돼요.” 더치를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제품개발까지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로 맞춰가는 방법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쉽지만은 않다. 김아현씨는 더치를 데려오면서 쾌적한 환경은 포기했다며 웃는다. “털이 엄청 빠져요. 이갈이 시기에는 가구와 벽지를 다 갉아 먹었죠.” 하지만 박종우씨는 항상 더치와 눈높이를 맞추며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더치는 웰시코기라 다리가 짧아요. 항상 우리를 올려보고 저희는 더치를 내려다보죠. 이 시선 차이를 극복하려면 저희가 무릎을 굽히면 돼요.” 서로 다른 시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박종우씨는 반려동물을 향한 진심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압적인 태도를 갖고 반려동물을 대하면 안 돼요. 반려동물은 가족이지 장난감이 아니니까요.”


  딩펫족으로 살기로 한 부부에게는 다양한 주변 시선이 존재했다. 양가 부모님은 그들의 선택을 존중했다. “양가 부모님들이 좀 ‘쿨’하시죠. 두 사람만 잘 살면 된다며 지지해주셨어요.” 하지만 일부 지인들은 달랐다. 김아현씨는 딩펫족으로 살기로 한 후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을 느낀다고 말한다. “걱정 어린 말 뒤에 아이는 포기한 거냐고 덧붙이는 사람들도 있어요. 반려동물에 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이유로 자녀 양육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사람도 있고요. 그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건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느껴지죠.” 김아현씨는 스스로에게 가장 행복하고 재밌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딩펫족이라고 지칭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하나의 삶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김아현씨는 딩펫족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을 대체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식 대신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행동은 무책임한 일이에요. 아이는 성장하면 손이 덜 가지만 반려동물은 끝까지 돌봐줘야 하잖아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경우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겠지만 생명을 향한 책임은 똑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박종우씨는 이에 덧붙여 자신이 선택한 삶의 형태에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세상 모든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내 삶의 방향성과 의사를 자신있게 주위에 전달해야 해요. 그리고 나의 반려자와 반려동물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죠. 그럴 자신이 없으면 함부로 선택해선 안 돼요.”


  부부는 올해 결혼 10주년을 맞아 더치와 함께 리마인드 웨딩 사진을 찍었다. 포토그래퍼는 그들의 사진 아래 ‘우리로 충분합니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부부는 그들의 완전한 가족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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