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밥 한번 먹어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이죠. 정말 밥이 먹고 싶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한학기 동안 매주 다른 중앙대 유명인사와 ‘밥 약속(밥약)’을 잡고 함께 식사할 예정입니다. 이번주 밥약의 주인공은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지하 4층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송병용씨(62)입니다. 5년째 교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그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시죠.

사진 정준희 기자

손님은 2500명,
상품은 2600개

편의점에서
상담소로 변신하기도

 

오늘 당신이 방문한 ‘이곳’에서 계산대를 사이로 마주한 ‘이 사람’. 이번주는 310관 지하 4층 ‘세븐일레븐’에서 일하는 점주 ‘송병용씨’와 밥약을 잡았다. 하루 중 16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그와 한끼 식사를 같이하며 이야기를 나눠봤다.

  진열하느라 바쁘다 바빠

  310관 지하 4층에는 하루 평균 약 2500명이 들락날락하는 장소가 있다. 유동인구 2500명을 하루 운영 시간인 13시간으로 나누면 1시간에 약 192명이 방문하는 셈이다. 30평 남짓한 이 편의점은 학생들의 잦은 방문으로 발 디딜 틈 없다. 개강 후 숨 가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송병용씨와 지난 1일 화요일 이른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약속 당일 오후 5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는 새롭게 들어온 물건을 막 정리하는 중이었다. “새벽, 오전, 오후 총 3번에 걸쳐 상품이 들어와요. 보통 하루에 30박스 가까이 되죠. 지금은 식품이 들어오는 시간이에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정리하고 나올게요.”

 

  상품 정리를 마친 송병용씨와 매장 청소를 함께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바닥을 쓸며 대화하던 중 매장 안 상품 전시 형태가 눈에 띄었다. 이곳은 여느 편의점과 달리 물건 한종류당 딱 한줄씩 배열돼있다. “다른 편의점은 보통 상품 하나를 두세줄씩 진열해요. 그래야 고객이 상품을 보기 좋고 직원도 정리하는 데 편하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면 상품 종류를 많이 줄여야 해요. 그래서 저희 점포는 한줄씩 진열하는 방식을 택했죠.” 학생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점포에는 없는 물건이 여기에는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해요. 그래서 단가가 높지 않고 학생들의 마음에 들 만한 물건을 찾아 발주하려고 노력하죠.”

  그렇다면 매장에 있는 상품 종류는 총 몇 개일까. “진열된 상품 종류만 약 2600개에요. 보기에는 몇백 개 안 될 것 같죠?(웃음)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이 많을수록 매장 매출도 오르니 점주 입장에서도 좋답니다.”

  두번째 점포까지?!

  물건 정리와 청소를 모두 마쳤다. 이번주 밥약 메뉴는 편의점 도시락. 그는 잠시라도 매장을 비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매장 안 테이블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교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을 차리게 된 계기를 들어봤다. “몇 년 전까지 섬유 무역회사를 경영했어요. 그러다 어려움이 생겨 회사를 정리했죠.” 

  건실한 무역회사 사장이었던 송병용씨는 30년 가까이 무역업에 종사했다. 평생을 종사해오던 무역업을 정리해야만 했을 때 과연 어떤 감정이었을까. “상실감이 엄청났어요. 열심히 일궈 온 회사를 잘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 업종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금전적인 어려움도 동반됐다고 한다. “당시 아이 셋이 중고등학생이었어요. 학원, 과외 등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죠.”

  그는 그렇게 경영하던 회사를 모두 정리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초기자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되는 편의점을 떠올렸다. “당시 정년을 앞둔 나이였어요.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여서 젊을 때처럼 사업을 하는 건 위험했죠. 그래서 큰 투자가 없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일정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편의점이 저에게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 송병용씨는 206관(학생문화관)을 거쳐 현재 5년째 캠퍼스 안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워낙 매장 관리를 잘해 본사로부터 교내 두번째 매장 운영까지 제안받았다고 한다. “학교에서 ‘세븐일레븐 점주처럼 상가 점포를 운영하면 정말 좋겠다’고 본사에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04관(중앙도서관) 자리까지 맡아 학교에서 매장 두곳을 운영할 뻔했죠.(웃음)”

  점주이자 상담사로

  그의 편의점 운영 방침 중 하나는 학생과의 활발한 소통이다. 알고 지내는 학생이 많고 심지어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진로나 사회생활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학생에게 상담을 해주곤 해요. 직장을 오래 다니고 회사를 경영한 경험도 있어 해줄 말이 많죠.” 그렇게 편의점에서 상담을 받고 취업한 학생이 종종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온다고 한다. “사장님 말처럼 끈기 있게 도전하니까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인사하러 오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럴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60대인 그가 젊은 학생들과 이토록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고객이 전부 중앙대 학생이에요. 제 아이들과 학생들의 나이가 비슷하죠. 그래서 자식 같은 학생들에게 편의점에서 줄 수 있는 혜택이 있으면 최대한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그는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외상도 흔쾌히 허락해준다. “체크카드 잔액이 부족하거나 급하게 내려왔는데 지갑을 깜빡한 경우 그냥 외상으로 물건을 줘요. 근데 외상으로 가져간 학생 10명 중 1명은 약속을 지키지 않아요.(웃음) 그 학생 때문에 손해를 본다 해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니까 그 정도는 감수하며 외상을 해주죠.”

  마지막으로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편의점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내후년에 지금 점포 자리 입찰이 진행돼요. 제 계획은 이 자리를 한번 더 입찰받아 재계약을 해 몇 년 더 일하는 거예요. 점점 나이가 들어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교내 편의점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힘쓰는 동시에 더 많은 수익도 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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