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좋아해, 겨울 좋아해?” “축구 좋아해, 야구 좋아해?”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친구·지인끼리 자주 하는 일명 ‘VS 놀이’를 시민 게릴라인터뷰로 다룹니다. ‘2019 당신의 선택’이라는 다소 거창한 코너 제목과는 달리 쉽고 재밌는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지요. 이번주는 이틀에 걸쳐 용산구 한강로동에 위치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다녀왔는데요. 여러분은 영화 주인공이 된다면 로맨스를 맡고 싶나요? 아니면 액션을 맡고 싶나요? 로맨스 영화 주인공을 원하는 두 팀과 액션 영화 주인공을 희망하는 두 팀을 만나 이야기해봤습니다. 이들의 영화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3인칭 시은 시점
김시은씨(19)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제 예측이 맞죠?

   “맞아요. 3학년이에요. 개천절이어서 학교에 가지 않고 영화관을 찾았어요.”

  -영화를 감상하며 공부로 지친 머리를 식힐 계획이군요.

  “문예창작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저에겐 다양한 경험 자체가 공부라고 생각해요. 오늘 ‘혼영’(혼자 영화를 봄)', ‘혼밥’을 하고 근처 공원도 걸을 생각이죠. 마지막에는 전시회도 보러 갈 예정이에요. 첫 일정이 바로 영화 관람이랍니다.”

  -문예창작 전공을 꿈꾸면 평소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시나요?

  “특이한 생각을 자주 해요. 한번은 남자친구가 제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 제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적도 있죠.(웃음) 가끔 로맨스 영화 주인공이 된 저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해요.”

  -어떤 모습의 주인공을 상상해봤나요?

  “관찰자 역할로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바라보는 로맨스 영화 주인공을 하고 싶어요. 지금 제 나이인 19살은 연애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어른들의 사랑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만 있죠. 그래서 주인공인 제가 19살 아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해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가까이서 관찰해보면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몹시 궁금해요.”

  -참신한 생각이네요! 대부분의 사람은 직접 로맨스를 하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하잖아요.

  “예전에 『딸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어머니의 시점에서 사랑하는 딸의 연애 과정을 지켜보는 내용이죠. 그 책을 읽고 나서 로맨스 영화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남들의 연애를 관찰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어요.”

  -구체적인 영화 스토리도 있을 것 같아요.

  “퀴어 영화 스토리를 구상해봤어요. 제 주변에 성 소수자 친구들이 꽤 많거든요. 성 소수자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연애를 하며 겪는 일을 주인공이자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지켜보고 싶답니다.”

 

운명을 믿어요
한규리씨(28)

 

  -안녕하세요. 무슨 영화 보러 오셨나요?

  “<조커>를 보러 왔어요. 제가 영화광이라 개봉 당일 바로 ‘혼영’하러 왔죠.”

  -혼영을 자주 하시나 봐요.

  “맞아요. 특히 좋아하는 영화는 꼭 혼자 보려고 해요. 혼자 영화를 보면 주변에 간섭받지 않고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

  -그렇군요. 주로 언제 영화관을 찾으시나요?

  “개봉한 영화가 마음에 들면 영화관에 들러요. 편식 없이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보는 편이죠. 아! 로맨스 영화를 관람하러 온 적은 거의 없어요. 로맨스 영화는 주로 집에서 본답니다.”

  -로맨스 영화는 집에서 감상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액션 영화는 큰 스크린으로 관람하면 좋잖아요. 그런데 로맨스 영화는 굳이 화면이 거대한 영화관에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로맨스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에는 커플이 너무 많아요.(웃음)”

  -영화 주인공이 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장르를 선택하실 건가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될래요. 첫눈에 반해 뜨겁게 사랑하는 과정이 너무 아름답거든요. <어바웃 타임>의 남자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사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 레이첼 맥아담스의 팬이거든요.(웃음)”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첫만남을 꿈꾸는지 궁금해요.

  “우연한 만남이 흥미롭지 않을까요? 카페에서 우연히 운명의 상대와 마주치고 싶어요. 그리고 서로 첫눈에 반해 점점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함께하고 싶네요.”

  -액션 영화 주인공은 별로인가요?

  “액션 영화 주인공을 맡으면 체력 면에서 힘들잖아요. 이왕 하는 거라면 편안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격정적인 사랑보다 편안한 사랑을 좋아한답니다.”

 

악당 없는 세상이 올 때까지!
김효성씨(26), 배꽃잎씨(26)

 

  -영화관에 커플이 정말 많아요. 두분도 데이트하러 오셨나요?

  꽃잎: “맞아요. 원래는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액션 영화를 볼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못 보게 됐어요. 제가 영화 시간을 실수로 잘못 예매했거든요.(웃음) 대신 이태원에서 저녁을 먹으려고요.”

  효성: “제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액션 영화를 좋아해요. 이번에 여자친구와 함께 볼 영화도 그 감독의 영화였죠. 조금 아쉽네요.”

  -꽃잎씨도 액션 영화를 즐겨보나요?

  꽃잎: “저는 원래 로맨스 영화를 주로 봐왔어요. 그런데 요즘 <오션스8>, <캡틴 마블>과 같이 여성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굉장히 많아졌잖아요. 이후부터 액션 영화에도 이입해 볼 수 있게 됐어요. 기회가 된다면 여성 영웅으로 영화에 등장하고 싶을 정도예요.”

  효성: “저도 영화 주인공이 된다면 액션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자세한 이유가 궁금해요.

  효성: “저는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몸놀림이 날렵하지 않아요.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액션을 영화 속에서라도 하고 싶어요. 무기보다는 맨손 격투 위주의 액션으로 악당을 처치할 생각이죠. 그리고 로맨스는 현실에서 여자친구와 충분히 실현할 수 있어서요.(웃음)”

  꽃잎: “로맨스 영화 주인공은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잖아요. 혼자서 로맨스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반면 액션 영화 주인공은 능동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모습이 멋있어요. 그래서 로맨스보다는 액션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답니다.”

  -그렇군요. 꽃잎씨는 악당을 어떻게 벌할 생각인가요?

  꽃잎: “저는 악당을 혼내주더라도 죽이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죽어버리면 변할 기회가 없어지잖아요. 악당이 마음을 고쳐 잡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영웅이 될래요.”

 

내가 바로 구출왕
박수환씨(23)

 

  -안녕하세요.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계시네요.

  “반가워요.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곧 시작하는 <조커>를 볼 계획이죠. 조커가 등장하는 <다크 나이트>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이번 영화도 보러 왔어요.”

  -그렇군요. 수환씨는 로맨스와 액션 중 어떤 장르의 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나요?

  “액션 영화 주인공을 선택할게요. 항상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니까요. 그동안 제가 봐온 로맨스 영화는 마무리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로맨스는 조용하게 전개되는 반면 액션 영화는 에너지가 넘치죠.”

  -그럼 재밌게 본 <다크 나이트> 주인공인 ‘배트맨’이 되고 싶군요!

  “아니에요. 배트맨은 고뇌가 많아 삶이 힘들어 보여요.(웃음) 저는 마블 시리즈 주인공을 맡고 싶어요. 마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돈도 많이 벌고 엄청난 팬층을 보유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아이언맨이 되고 싶답니다.”

  -아이언맨이 돼서 악당을 벌주고 싶은 건가요?

  “그렇다기보다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요. 단순히 악당을 처벌하는 일은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요. 구하려는 대상이 있어야 싸울 의지가 생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을 구하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래요. 아무래도 가족을 가장 먼저 구하겠네요.”

  -그렇군요. 한국 액션 영화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베테랑>, <신세계>, <아저씨>를 재미있게 봤어요. 그중에서 음향 효과가 뛰어났던 <아저씨>가 기억에 남아요. 액션 영화는 소리가 생명이잖아요. 특히 <아저씨>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원빈이 칼을 휘두르는 소리가 영화를 볼 당시 귀에 딱 박혔답니다. 그래서 음향을 잘 다루는 감독이 있는 액션 영화의 주인공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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