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앙대 청소노동자 A씨는 작업을 마치고 305관(교수연구동 및 체육관)에서 샤워하던 도중 뇌진탕 사고를 당했다. 용역업체와 중앙대 내 노동자 전용 샤워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305관 샤워실을 관행적으로 사용하다 생긴 사고였다. 약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은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서울관악지사는 A씨의 산재보상 요구를 거부했다. 용역업체에서 직접 제공한 시설물이 아닌 근무지 내 다른 샤워장으로 이동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위해 위생시설을 설치하거나 위생시설용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가 하청업체인 경우 해당 법은 유명무실해진다. 하청업체에 고용된 대부분의 노동자의 근무지는 원청업체다. 그러나 시설 마련 의무는 실질적인 공간마련이 불가능한 하청업체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원청업체는 아무런 시설을 제공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이 없다.

  이러한 법의 구멍은 A씨의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지난달 30일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산재처리에 불승인을 취소하며 결정을 번복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차 판결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해 샤워 행위를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 행위’로 보고 산재를 인정했다. 몇 주 만에 뒤바꿀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최초판결로 정신적 고통까지 감내해야 했던 A씨는 이미 마음을 돌린 뒤였다.

  현행법상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는 실질적 근무지에서 사고를 당해도 공간 소유주인 원청업체에 책임을 물지 못한다. 자연스레 원청업체는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방임한다. 하청업체 역시 원청업체와의 계약 유지에만 치중하는 실정이다. 자연스레 노동자의 권리는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난다. 원청과 하청 모두에게 외면당한 노동자만 죽어나는 꼴이다.

  법이 간접 고용 틈새에 빠져버렸다. 비단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의 대학은 비용을 이유로 청소노동자를 간접 고용한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배금주의적 사고다. 대학이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주도하기는커녕 법의 맹점에 숨어 고통 받는 노동자의 현실을 묵과한다. 지난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앙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약 14개 대학에 청소노동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노동자는 힘이 없다. 사용자는 안일했고 법은 이를 방치했다. 보다 명확한 법안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실질적 근무지 관리자 및 책임자를 정확히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근무지 소유주에게 휴게 및 위생 시설 마련을 의무로 부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배금주의를 버리고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려는 학교 등 사용자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오는 1월, 노동자가 근무하는 건물의 소유주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입법 당국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적인 법안을 마련하라. 생명보다 돈이 앞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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