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일등성으로 맨 눈으로 보아도 붉은 별. 오리온자리의 알파별은 베텔게우스(Betelgeuse)이다. 일천만년이 별의 나이치고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질량이 매우 큰 적색초거성인 이 별은 죽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말하자면 약 백만 년 내에 베텔게우스는 초신성으로 폭발한다. 크기가 태양계의 목성 궤도에 필적하는 이 별이 폭발하면 보름달보다 더 밝게 낮에도 맨눈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몇주에 걸쳐, 길면 수개월에 걸쳐 빛나다가 장렬히 사망할 것이다.


  내가 별의 일생과 베텔게우스의 죽음에 호기심을 넘은 학문적 관심이 생기게 된 동기는 나의 연구대상인 입자가 중성미자이기 때문이다. 별이 나이듦을 물리학적으로 해석하면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는 단계와, 중력 때문에 별의 경계가 무너져버리고 수축하는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중성미자는 서서히 진행되는 핵융합에서도 발생하고 별의 붕괴가 진행되는 몇 시간동안에도 발생한다. 별 하나가 죽음의 순간 우주로 보내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빛과 충격과 중성미자이다. 남겨진 빛은 폭발의 에너지가 빛으로 분출된 증거인데 초신성 잔해라고 불리는 신박한 형상으로 전통적인 천문 관측의 대상이다. 그런데 더불어 나오는 충격파는 빛보다 백배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중성미자로 분출되는 폭발에너지는 빛의 만배에 이른다. ‘물리학적으로’ 빛과 충격파는 무시할 만하다. 별은 죽어 중성미자를 남긴다.


  그리하여 몇백 또는 몇천 광년 떨어진 초신성폭발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것이 중성미자이다. 세상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충격파와 빛이 별 속에 갇혀 있다가 출발하는 것과 달리 바로 탈출한다. 따라서 빛보다 먼저 지구에 도달하는 오묘한 존재다. 이렇게 별의 운명을 감지하는 기능 때문에 대형 중성미자 검출시설을 중성미자 망원경이라고 부른다. 검출되는 시차에 따라 중성미자의 종류와 에너지가 어떻게 변하는가 관측하여 폭발이 일어나는 과정을 나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중성미자 망원경으로 초신성을 관측한 입자물리학자들이 천문학자들에게 알려주게 되면 몇시간 내에 광학망원경을 이용하여 우리의 눈으로 별의 죽음을 목도할 수 있게 된다. 


  중앙대가 참여하고 있는 중성미자실험은 미국 사우스다코타 1.5 킬로미터 지하 폐금광에 검출기를 만들고 있는 둔(DUNE)이라는 것이다. ‘둔’의 과학적 목표 중에 초신성의 관측은 비중이 작은 편이다. 우리 은하 미리내는 평균 백년에 한 번 정도 초신성폭발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백년마다 일어나는 것이 아니요, 그 오차도 천문학적 수준어서 언제 초신성이 폭발하는지 짧은 수명의 인간이 예단할 수는 없다. 베텔게우스 말고도 친근한 전갈자리 안타레스, 처녀자리 스피카, 백조자리 데네브를 포함하여 많은 별들이 일생 막바지 단계에 있다. 우리 생에서 초신성을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인류라는 작은 우주가 큰 우주를 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천문학자가 말했다. 천문학은 실험을 하지 않고 관측만 한다. 기다리란다.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김시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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