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티파니 보석상 앞을 활보하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 오드리 헵번은 목과 머리에 화려한 보석을 둘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물씬 풍긴다. 부산에도 오드리 헵번이 찼을 법한 귀금속을 파는 거리가 있다. 국내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 범일동의 귀금속거리가 그 주인공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리의 발자취를 짚어봤다.

  동아시아의 티파니를 꿈꾸다

  부산 범일동 귀금속거리, 일명 ‘골드테마거리’는 교통의 중심지에 자리해 큰 발전을 이뤘다. 부산귀금속유통협동조합 이상수 이사장은 골드테마거리 발전에 위치가 크게 기여했다는 말을 전한다. “골드테마거리에는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이 위치해있었어요. 시외로 가는 교통의 요지였고 예식장이 여럿 들어섰죠. 자연스럽게 귀금속 상가도 하나둘 모여들게 됐어요.” 범일동 주변에 위치한 전통 혼수 전문 시장 ‘부산진 시장’으로 골드테마거리는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다.    

  골드테마거리가 서울 이남 최대 규모의 귀금속 상가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다양한 노력이 깔려있다. 지난 2005년 골드테마거리는 귀금속특화전문시장으로 지정됐고 지난 2009년에는 시설현대화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이상수 이사장은 골드테마거리 조성사업이 시장 활성화의 일등 공신이라고 소개한다. “부산광역시와 부산진구청 등에서 지원을 받아 골드테마특화거리조성 공사를 추진했어요. 약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설현대화사업을 진행했죠. 거미줄처럼 서로 엉켜있던 전선 일부를 땅에 묻는 지중화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어요.” 
  
  부산 예물 샵 ‘리브레아뜨’ 박찬성 대표도 조성사업의 결과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한다. “거리조성사업으로 낡은 골목의 현대화가 많이 이뤄질 수 있었어요. 도보도 새로 깔고 거리 이미지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죠.”

  빛을 잃어버린 보석  

  골드테마거리를 찾는 고객 연령대는 굉장히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결혼을 앞둔 20대 초중반 예비부부는 거리의 고정 소비층이다. 지난 1994년부터 골드테마거리에서 장사를 이어온  ‘하토르주얼리’의 상인 A씨는 웨딩 반지가 가게의 인기 품목이라고 설명한다. “웨딩 커플링의 인기가 좋은 편이에요. 귀걸이나 펜던트보다는 반지를 주로 취급하고 있어요.” 

  그러나 최근 악화된 경기와 지속적인 혼인율 감소는 귀금속 거리 매출에 악영향을 줬다. 박찬성 대표는 거리에 손님이 줄어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매년 약 20% 정도씩 손님이 감소하고 있어요. 기존에는 2만 쌍 정도였던 커플 손님이 이번 연도에는 8000쌍 정도로 줄었죠.” 

  예산 부족으로 중단된 귀금속거리 축제와 공동브랜딩 사업 역시 골드테마거리 침체에 일조했다. 해당 사업들은 지난 2014년 문화관광형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시민노래자랑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 행사로 구성됐던 ‘금요문화축제’는 지난 2016년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 제조업 부흥을 위해 기획된 ‘라밀’ 공동브랜딩 사업의 경우 하나의 브랜드 아래 총 43개 디자인이 개발돼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까지 마쳤지만 공장 설립 및 제품생산 단계에 도달하기 전 중단됐다.

  빛을 되찾기 위해서는

  A씨는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매매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범일동은 자체 가공보다는 종로에서 들여온 제품을 판매하는 구조예요. 판매 제품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라는 고객 평이 종종 들리죠.” 그는 기존 상인을 대상으로 가공법에 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이러한 골드테마거리의 판매 구조는 범일동 귀금속 상가가 조성된 과정에 기인한다. A씨는 범일동의 번성이 중간 상인 유입과 함께 이뤄졌다는 말을 전한다. “범일동이 번성하기 전에는 남포동이 귀금속으로 유명했어요. 당시 보석을 직접 세공하고 만드는 공방 형태의 상점이 많았죠. 시대가 변하면서 범일동에 상인이 모이게 됐어요. 이때 범일동에 자리 잡은 상인 대부분이 중간에서 물품을 공급하던 도매상인이었어요.”

  정부 차원의 대처도 필요하다. 박찬성 대표는 지난 2009년 이뤄진 조성사업이 다시 한 번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범일동은 상가가 굉장히 촘촘하게 밀집돼있어요. 지난 2009년에 진행된 조성사업이 거리 이미지를 변화시켰듯이 추가적인 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거리의 모습을 개선해야 해요.” 이상수 이사장 역시 정부 차원의 노력을 강조한다. “고객 유치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요. 고객센터, 문화 휴식공간과 같은 시설을 추가로 마련하고 주차장을 확대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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