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 보름달이 떴습니다.
중앙대에 보름달이 떴습니다.

더운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선선한 바람이 분다. 중앙광장에 축제를 알리는 보름달이 뜨고 가을을 담은 ‘C:Autumn’ 축제가 시작된다. 이른 아침 커다란 천막과 무거운 짐을 옮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도 묵묵히 짐을 나르는 사람들 앞에서 조심스러워진다. 등굣길에 축제를 알리는 초록 천막이 세워지고 캠퍼스가 북적인다. 부스가 들어선 해방광장과 101관(영신관) 앞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축제를 즐기는 중앙인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캠퍼스에 많은 이들의 흔적이 남겨지고 어둠이 내린다. 흘러나오는 노래와 은은한 달빛이 만난 축제의 밤, 달빛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을까?

이걸 정말 내가?! 만들었다고? 잘 만들었네요! High Five!타로 보고 가세요~
잘 만들었네요! High Five!
타로 보고 가세요~

 기억에 남을 순간을 위해
 이른 아침 8시. 평소와 다른 아침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축제기획단은 오랜 시간을 들여 큰 천막을 세우고 부스를 만든다. 오후가 되자 그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음향장비를 설치하고 완벽한 무대를 위해 리허설을 진행한다. 더 많은 중앙인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부스 홍보에 목소리를 높이고 준비한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가을 축제가 학우 분들의 기억에 많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만들 테니 즐기려는 마음만 준비하라는 말에서 축제를 준비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다. 축제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는 축제기획단의 노력 덕분에 중앙인은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간다.

이걸 정말 내가?! 만들었다고? 길을 따라 펼쳐진 플리마켓이 사람들 지갑을 열게 했습니다.
이걸 정말 내가?! 만들었다고?
길을 따라 펼쳐진 플리마켓이 사람들 지갑을 열게 했습니다.

 오늘은 축제라서
 ‘축제’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이 된다. 학생들은 캠퍼스 곳곳에서 각각의 모습으로 추억을 새겨나간다. “우연히 들어온 헤나 부스에서 용기가 생겼어요.” 팔뚝 전체에 헤나를 새겼지만 아프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다. 부담 없는 일탈에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다. 길 따라 열린 플리마켓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했다. 축제를 즐기는 중앙인의 얼굴은 잔디광장에 뜬 보름달만큼이나 밝고 환하다. 잔디광장에 뜬 보름달은 한복을 입은 중앙인을 만나 더욱 빛난다. 해가 기울고 공연 소식이 퍼져 중앙마루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다 이내 가득 채워진다. 반짝이는 휴대폰 플래시와 파란 봉투의 흔들림, 그리고 좋은 노래가 만나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불편함이 닫은 축제의 문
 시끌벅적한 축제 뒤편에서 마음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불편해서 안 갔어요.” 장애학생의 한마디에 다시 한 번 축제를 둘러본다. 높은 턱과 촘촘한 계단이 가득한 중앙마루에서는 버스킹과 무대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계단 사이를 오고가는 사람들과 앉아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중앙마루가 빽빽하다. 봄축제에서 볼 수 있었던 배리어프리존이 이번 가을축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봄축제 때는 배리어프리존에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이번 축제에는 배리어프리존이 있다는 소식을 못 들었어요. 장애학생은 배리어프리존이 없으면 축제를 즐기기가 힘들어요.” 작은 배려가 이뤄졌다면 더 많은 이의 가을 또한 축제의 계절로 물들었을 것이다.

모두에게 스며든 축제가 되려면
 축제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이 곧 우리의 축제가 되기 때문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모여 풍성한 축제가 됐고 축제기획단의 친절한 안내에 많은 부스와 행사는 성황리에 끝났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많은 제약이 있었던 축제였다. 중앙인은 누구나 축제를 즐길 수 있고 축제의 장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 그렇기에 축제는 즐기다 가는 곳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모두에게 추억으로 스며들 수 있는 축제를 위해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사소한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큰 공간이 된다는 것을. 소외된 사람이 있는 공간은 없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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