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심코 걷고 있는 그 거리. 무슨 거리인지 아시나요? 걷다보면 웨딩거리부터 패션거리까지 특색 있는 거리를 골목골목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학기 문화부는 같은 듯 다른 두 거리를 비교 분석합니다. 해당 거리의 미래는 어떨지 ‘스포’까지 해드립니다! 이번주는 종로귀금속거리와 골드테마거리를 역사부터 전망까지 살펴봤는데요. 종로와 부산 범일동을 들여다보면 귀금속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두 귀금속거리의 앞날이 어떨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Focus On!

화려한 주얼리는 은은한 조명을 만나 더욱 밝게 빛난다.

만물상이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파는 장사를 뜻한다. 종로는 ‘귀금속 만물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거리에는 귀금속 인력을 양성하는 학원부터 귀금속 제조 공장 및 판매 업체, 전당포 등 귀금속을 다루는 모든 업체가 모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귀금속의 메카 종로귀금속거리의 역사, 현황 및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귀금속특별시
  서울의 전통적 도심인 종로는 예로부터 상업의 중심지였다. 1960년대 금, 보석, 시계와 같은 사치품이 서울의 핵심 번화가인 종로로 먼저 들어오는 일도 당연했다. 사치재 수요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귀금속 서적 출판업 관계자 A씨는 귀금속 거리는 지금의 종로3가가 아닌 종로4가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귀금속 시장은 종로4가 예지동 시계골목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종로4가가 재개발 여파를 크게 받으며 도매 및 제조업체들이 대거 종로3가로 이전하게 됐죠.” 이후 1990년대에 대로변을 따라 수천여 개의 소매상이 들어오며 종로귀금속거리는 황금기를 보낼 수 있었다.

  반복되는 호경기와 불경기 속에서도 종로는 한결같이 귀금속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결국 종로는 국내 귀금속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의 귀금속 산업 집적지를 형성했다. 약 20년 동안 귀금속 가게 ‘애비뉴다이아몬드’를 운영한 손호석 대표는 집적효과가 종로의 큰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거리에 판매업체뿐만 아니라 공장, 감정소까지 모두 자리 잡고 있어요. 유명한 감정소의 경우 종로에만 위치하기도 해요. 감정소는 다이아몬드 거래 시 보증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죠.” 종로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구매 시 비교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나도 한번 껴보자, 금반지

 

  귀금속에 스며든 종로 냄새
  종로귀금속거리를 걷다 보면 상점 구조에 문득 의문이 든다. 귀금속 소매점 대부분이 독립점포가 아니라 상가 속에 입점해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러한 상가구조가 업종 간 이해타산이 맞아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귀금속 소매점은 좁은 공간에서도 사업이 가능해요. 또 부동산 업체 입장에서도 큰 상가 안에 여러 상점을 입점시키면 임대료 수익이 높아지죠.” 이러한 상가양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했는데 개별 점포가 개성을 상실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상가구조 때문에 개별 점포가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시를 하거나 인테리어를 하기 힘든 실정이에요. 상가구조가 업계만의 문화를 만드는 데 방해요소가 돼버렸어요.”

  종로귀금속거리 유통 구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귀금속 도매업체 ‘한국금거래소인터내셔널’ 김현모 대표는 종로에는 다양한 규모의 판매 업체가 공존한다고 설명한다. “해외 직수입을 거치는 업체도 있고 대도매상, 중간도매상을 거쳐 판매하는 업체도 있어요.” A씨는 업계의 또 다른 유통 구조로 ‘통상거래’가 있다고 소개한다. “통상거래는 귀금속 업계의 독창적인 거래 시스템이에요. 종로의 도매상과 지방의 소매상이 중간 단계 없이 거래하는 방식을 뜻해요. 종로는 귀금속 집적 효과를 지닌 장소기 때문에 지방 상인도 서울에서 거래하고 싶어 하죠. 자연스럽게 종로의 귀금속 유통량이 많아졌어요.” 종로귀금속거리는 한국 귀금속 시장의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종로에는 상인들 간에 깨지지 않는 법칙도 있다. 김현모 대표는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여러 상업 관례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상인 간 물건을 단순 변심으로 인해 되 물릴 수 없는 불문율이 있어요. 또 신용이 쌓인 상인 간에는 물건을 빌려주는 암묵적 약속도 있죠.” 이러한 관행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 “상인들끼리 신뢰 관계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물건을 갖고 도망가는 일이 가끔 발생해요.” 실제로 몇 달 전 종로에서 수십억원대 귀금속 사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불경기에서 살아남기
  경제적 불황 속에서 사치품인 귀금속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손호석 대표는 조심스럽게 현상이 유지될 것이라는 거리의 전망을 내놓는다. “크게 확장하지도 않겠지만 귀금속 업계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판매자는 패션분야, 예물분야 등으로 세분화 및 전문화될 거예요.” 한국보석협회 관계자 B씨는 상인들은 거리 경기가 활성화되길 염원한다고 전한다. “귀금속 산업이 위축되긴 했지만 상인들은 경기가 회복하길 바라는 분위기예요.”

  서울시 차원에서도 거리 활성화를 위해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제1관 산업지원팀 관계자 C씨는 ‘주얼리 아트마켓(가칭)’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한다. “행사 기간에 귀금속 시장의 심장부인 종로를 알리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얼리 아트마켓을 개최할 예정이에요. 해당 행사를 통해 종로의 작가 및 공예가를 알릴 수 있어요.” 이외에도 서울시 귀금속 산업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정보를 제공하는 ‘반지위크 in 서울’ 등 다양한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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