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대신문 수습기자 선발 면접이 진행됐다. 긴장한 채 신문사 문을 두드렸던 새내기가 어느덧 시간이 흘러 수습기자 면접을 보는 부장이 됐다.

  여러 지원자의 포부를 듣던 중 문득 ‘나는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지원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초심을 잃어버려서인지 그때 그 마음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길었던 면접이 끝난 후 집으로 향하는 길에 면접 당시 내가 당차게 외친 마지막 한마디가 떠올랐다.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인터뷰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학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기사로 쓰겠다는 나름의 다짐이었다.

  바라던 대로 지역보도부 정기자와 여론부 차장을 거쳐 여론부 부장을 맡고 있는 지금까지 줄곧 인터뷰 기사를 담당했다. 그러나 면접실에서 큰소리로 외친 마지막 한마디와는 거리가 먼 인터뷰를 해왔다.

  자극적인 인터뷰를 추구했다.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재미 요소에만 목매달았다. 그래서 자극적인 답변을 끌어내려 눈에 불을 켠 채 다소 무례한 질문을 던져댔다. 

  “그럼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뭐가 바뀌었어요?”, “기사에 쓰기에는 조금 시시한 내용인 것 같은데···. 좀 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없을까요?” 그릇된 마음가짐으로 뱉어낸 질문 탓에 지면에는 뾰족한 ‘자극’만 있을 뿐 따뜻한 ‘감동’이 없었다.

  애써 거만하려 노력했던 태도 또한 반성한다. 인터뷰 시작 전 취재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자인 나는 갑이고, 취재원인 당신은 을’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기자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감추고 싶어서였다. 어쩌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해 저절로 생겨버린 일종의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사람의 진실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지면에 담고자 중대신문에 입사 원서를 내밀었다. 그러나 면접실에서 외쳤던 마지막 한마디를 입사 후부터 임기 만료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한마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자와 취재원’의 인터뷰이기 전 ‘사람과 사람’의 만남임을 잊어서는 안 됐다. 취재원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먼저 열린 마음으로 질문하고 대답을 경청해야 했다. 기사에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시에 대화에 좀 더 집중하고 답변에 깊이 공감해야 했다.

  벌써 스물 아홉번째 신문을 만들었다. 임기 만료까지 일곱번의 신문이 남았고 인터뷰 기회도 몇 차례 남지 않았다. 많이 늦었다. 그러나 이제라도 인터뷰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은 채 기자 생활을 해온 그동안의 시간들을 뉘우친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인터뷰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하겠다.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의 진솔한 만남이라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새긴 채 말이다.

이웅기 여론부 부장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