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둔 2005년의 나를 회상해 본다. 전공은 취업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았고, 댄스 동아리 활동에 여념이 없어 성적은 명백히 나빴다. 그나마 미군 전투 부대에서 복무하며 겨우 익힌 생존 영어가 나에겐 유일한 믿는 구석이었을 뿐이다. 취직을 위해 마땅히 감내해야 할 시련을 겪은 적도 없었고, 치열하게 노력해본 적도 없으면서 양심 없게 월급 200만원을 넘게 주는 직장이 있다면 무조건 들어가겠다는 가당치 않은 포부를 품고 있던 졸업예정자였다. 그런데 나조차 믿어주지 않았던 나를 뽑아준 고마운 회사가 있었다. 기대하지 못했던 외국계 은행 취업에 흡족해했고, 진짜 어른이 돼가고 있음을 자화자찬하며 사회생활 출발을 자축했다.

  2019년을 살아가는 졸업 예정자들에게 이런 무용담은 망상에 가깝다. “‘나 때는 말이야~’ 극혐, 꼰대가 옛날 말하는 거 실화냐?” 이렇게 조롱해도 할 말은 없다. 그때의 내가 지금 다빈치인재개발원에서 취업 상담을 받는다면 원장님께서는 취업이 아닌 다른 길을 권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아니,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취업지원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요즘 학생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기회를 제대로 얻고 있지 못하는 뛰어난 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피부로 느끼게 된다. 내게 취업 관련 조언을 구하는 학생들은 적어도 처음 구직을 시도했던 시절의 나보다 훨씬 많은 준비가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걸 갖춰야 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애석하다. 결코 그들이 잘못한 것이 아닌데 꼭 잘못한 것처럼 만들게 되고 그런 학생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조차 미안할 정도다.

  물론 현실은 참으로 차갑다. 사회 진출을 앞둔 여러분은 어쩌면 상처받는 일에 익숙해질 것이다. 서류 탈락의 쓴잔을 마시며 취업 난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고 취업 후에는 많은 급여를 받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나와 노는 물이 다르다’고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런 친구들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불혹이 된 나도 매일 유혹에 흔들리며 출세한 친구들이 부럽다. 하하.

  하지만 너무 부러워하진 말자. 현재는 취업 자체가 목표가 되겠지만 직업이 생기면 놀라울 정도로 기쁜 날이 별로 없게 된다. 최선을 다해 현재를 즐겨도 아쉬울 판에 남을 부러워해서 무엇하겠는가? 인생 뭐 별거 있나? 당장 여러분이 성취해낸 것 그리고 앞으로 이루게 될 일들도 누군가는 굉장히 부러워할 것이다.

  끝으로 불확실한 미래와 후회로 스트레스받을 여러분에게 꼭 하고픈 말이 있다. 앞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도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는 말에 기대어 위로받기 바란다. 그건 맞으니까. 진부한 이야기지만 실패 또한 큰 자산이 된다는 점도 잊지 말자. 실패는 여러분이 성숙해짐에 있어 좋은 경험이 되어 줄 것이다. 부디 마음 다치지 않길 바란다.

 

임형택

다빈치인재개발원 취업지원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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