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인가, 새로운 조직으로의 변혁인가.한국 학생운동을 주도해 온 한국대학
총학생회 연합(이하 한총련)의 향방이 주목된다.지난 96년 연세대 통일 대축
전후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한총련, 나아가 학생운동의 위기는 작년
출범식때 나타난 대중의 저조한 호응도 목격후 더욱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
다.지난 18일 서울대에서는 `학생운동 위기 극복과 98년 전망 모색을 위한
학생운동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고려대와 수원대를 비롯, 4개
단위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원래 참가하기로 했던 연세대와 경희대는
총학생회 사정으로 발제문만 제출했다.각 단위는 현 학생운동 위기의 원인이
대중과의 교류점을 확보하지 못한데 있다는 점에서 입장을 같이 했다. 앞으
로의 학생운동은 대중과의 연계성 모색을 통해 투쟁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지
금까지의 경직된 행동과 사고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수원대의 김경
진 정책위원장은 "대중의 외면을 자각하지 않으려는 조직내의 관성은 현재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대중과의 차이를 찾고 그것을 대중과 함께 인
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한총련으로 대변되는 학생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에서는 각 대학들간에 다소의 입장 차이가 나
타났다.경희대와 동국대는 `한총련 사수, 재건을 통한 위기 극복'을 주장하
며 기존의 강령인 `자주, 민주, 통일(이하 자민통)' 의 기반 위에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중의 정치 세력화는
학생운동의 선도성과 민중성 복원으로 가능하며 이는 전 학생의 단결을 통해
성취할수 있다고 내다봤다.동국대의 정성찬 집행위원은 "한총련의 역사성은
당연히 인정되야 할 사항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강규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
니다. 내용이나 형식에서의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해 나갈 것이며 그것의 성
과는 대중들로부터 평가받을 것이다"라며 한총련 재건의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한총련의 대의원 중심 운영방식에서 나타나는 비민주성과 한계는 극복해
야 할 과제라는 것이 중론이며 새로운 질서구축을 위한 공동연대투쟁등의 활
성화를 제시했다.반면 고려대와 중앙대, 연세대는 현 한총련 방향의 전환을
주장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민중의 요구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민통의 강령만을 고집하는 것은 학생운동의 역사를 퇴보시키는
행위이며 좀더 진보적이고 대중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따를 수 있는 방안 모
색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하지만 한총련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선 다소 차이
를 보이고 있다.고려대측은 가장 격렬한 투쟁의 장이 됐던 서울 지방, 즉 서
총련을 중심으로 변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혁신 서총련'으로
의 개명을 통해 서총련 자체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총
련 전체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고려대 김원정 정책국
장은 "혁신 서총련으로의 개정은 조직 스스로의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상층
연합조직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운동 혁신
연구소위원회' 구성으로 장기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며 운영 과정에선 끊
임 없는 평가의 실행으로 올바른 조직 노선을 발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측은 발제문에서 좀더 전체적이며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새로운 연합체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 한총련은 그 역
량과 자체의 비민주성으로 새로운 학생운동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임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따라서 새로운 조직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총련 운동에대한 전면적인 평가 과정을 거친 후 만들어질 새 조직의 지도부
는 직접 민주주의의 원리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며 향후 전국 총학생회장 회의
를 최소 단위로 하는 논의의 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이날
논의는 기존의 강령을 수호하며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재건'세력과 자
민통의 한계를 인식, 새로운 조직의 건설을 꾀하는 `변혁'세력의 입장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자리였다.토론회는 정병도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이 자리가
연대의 희망을 찾기 위한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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