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캠퍼스를 추억하며
  • 이웅기 기자
  • 승인 2019.09.0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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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밥 한번 먹어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이죠. 정말 밥이 먹고 싶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한학기 동안 매주 다른 중앙대 유명인사와 ‘밥 약속(밥약)’을 잡고 함께 식사할 예정입니다. 이번주 밥약의 주인공은 김영진 학생(경제학과 석사 3차)입니다. 사진작가이자 대학원생인 그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시죠.

사진 정준희 기자

 

경제학 전공 사진작가
미국서 한국 알리는 전시 꿈꿔


‘사진작가’이자 ‘대학원생’. ‘미국 출생’이자 ‘의경 출신’. 그의 삶을 구성하는 단어들이다. 이번주는 김영진 학생과 밥약을 잡았다. 그는 학교 사진을 아름답게 촬영해 학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리는 학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학업과 사진 활동을 병행해 몸이 두개여도 부족할 만큼 바쁜 김영진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학교라면 No Pay

  인터뷰 며칠 전 김영진 학생과 그의 촬영하는 모습을 담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취재 날인 지난 4일 온종일 먹구름이 잔뜩 낀 채 비가 쏟아져 내렸다. “카메라, 렌즈, 삼각대 등 촬영 장비를 사물함이나 연구실에 항상 보관해둬요. 학교에 챙겨오지 않은 날 꼭 찍을 게 생기더라고요.” 그는 손수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왔다.

  예정대로 촬영을 위해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옥상정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았다. 야외 촬영이 어려워 보여 실내에서 진행해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 11층으로 올라갔다. 정원 문을 열자 내내 어두웠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슬쩍 올려다본 그는 거리낌 없이 삼각대를 펼쳐 그 위에 카메라를 연결했다.

  준비를 마친 김영진 학생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가리켰다. 패널과 관련해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 “보시다시피 이 패널은 정면 경치를 방해해요. 근데 조금만 내려가 다시 앞을 바라보면 패널이 강북 방향 스카이라인을 떠받치는 느낌을 주죠. 이 구도에서 야경 사진을 찍어 ‘Solar City Seoul’이라는 제목으로 태양광 패널 공모전에 제출했어요. 거기서 금상을 받았답니다.” 그는 지형지물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진 작품을 만들어낸다.

  학내 여러 부서가 김영진 학생에게 종종 연락한다. 사진 촬영을 부탁하거나 홍보 목적으로 그의 사진을 사용해도 괜찮겠냐고 묻기 위해서다. “다양한 부서에서 요청이 와요. 지난해 100주년기업사업단과 자주 연락한 기억이 있네요. 100주년기념식 전 뉴스레터에 쓸 학교 사진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와 전에 찍어둔 사진을 제공했죠. 205관(구 학생회관)이 철거되기 전 건물 모습을 남겨달라고 부탁받기도 했어요.”

  그럼 학교에 사진을 제공할 때마다 급여를 받는 걸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학교와는 웬만하면 보수를 논하지 않아요. 등록금을 지불하고 다니는 학교지만 친구, 교수님과의 인연 등 제가 얻어가는 게 정말 많으니까요. 사실 학교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나 생각하다가 학교 건물 촬영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한국의 인상적인 모습을 위해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이어간 지 4년째라는 김영진 학생.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시절 사진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 “대학 입학하고 사진 찍는 친구 몇 명을 모아 소모임을 했어요. 취미로 잠깐 활동하다가 입대했는데 군대에서 자꾸 사진 생각이 나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중대장님에게 카메라를 부대로 반입해 부대원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말씀드렸죠. 흔쾌히 허락해주시더라고요.”

  군대에서의 사진 촬영은 그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사진 덕분에 상점을 받아 휴가를 자주 나갈 수 있었어요. 근데 휴가 나가면 집에서 쉬지 않고 출사를 다녔답니다.(웃음) 중대장님의 사소한 배려가 지금까지 카메라를 쥐고 있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군생활 중 사진 활동의 선순환이 이뤄진 셈이다.

  그는 전역 후에도 사진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작품 전시도 열었다. 친한 작가들과 함께한 단체전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서울의 빛을 담아 무채색 도시의 다채로움을 생동감 있는 색채로 표현했다. “‘Seoulite’는 서울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서울의 빛(Seoul Light)과 서울이 가진 영혼(Soul)을 뜻하기도 해요. 익숙함에 젖어 서울의 아름다움을 잊은 많은 Seoulite에게 서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었죠.”

 

  김영진 학생은 미국에서의 개인전 준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 저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났어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학창 시절을 보냈죠. 어릴 적 미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한국은 미국인에게 그렇게 인상적인 나라가 아니었어요. 일본이나 중국은 미국인이 연상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도시와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 전시로 선보여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요.”

 

  애교심 가득한 그대

  저녁 식사를 위해 310관에서 음식점이 많은 정문 쪽으로 내려갔다. 그는 학부생 시절 즐겨 찾던 음식점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비큐보스’라는 식당을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갔어요. 회식하면 맨날 거기 예약한다고 동아리 사람들한테 핀잔을 듣기도 했죠.(웃음) 그곳 소금구이치킨을 정말 좋아했는데…. 아마 지금은 없어졌을 거예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 결국 치즈순살안동찜닭으로 메뉴를 정했다. 음식을 고른 후 그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닭요리 정말 좋아해요. 어렸을 때 큰어머니가 치킨집을 하셨거든요. 거기서 치킨을 엄청 많이 먹어 신세를 좀 졌죠.”

  식사를 하며 사진작가가 아닌 학생 김영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원생 별거 없어요. 학원, 운동, 사진 촬영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공부에 투자하죠.” 경제학을 공부하는 그는 교수를 꿈꾼다. 해외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면 중앙대 교수로 부임하고 싶다고 한다.

  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사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캠퍼스 안에서 건물뿐 아니라 인물에게도 관심을 기울였다. “학교 사진을 찍고 있지만 막상 학교에서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게 많지 않더라고요. 카메라가 있는 저조차 이런데 없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었죠. 그래서 에브리타임에서 ‘project cauin’이라는 이름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은 학우들을 구했어요. 시간이 맞는 분들을 만나 사진을 찍어드렸죠.”

  해외 대학원 유학을 계획 중인 김영진 학생. 그는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학교 사진을 찍을 생각이다. “졸업할 때까지 계속 찍지 않을까 싶어요. 제 일상 속 가장 좋은 피사체가 돼주는 게 학교니까요.” 그는 학교에 애착이 많은 듯했다. “제가 학교 사진 찍기 전 먼저 촬영하던 선배들이 계세요. 선배 한분이 사라지면 후배 한분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애교심을 갖고 찍는 분들이 계속 나타나죠. 제가 떠나도 실력 있는 후배들이 등장해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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