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모든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근거가 된다. 해당 법률 제1조에서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학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늘 그랬듯 참사를 겪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직접 몸으로 익히는 재난 대비훈련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다. 지난해 한국방재학회에서 발행한 「재해 경험과 대피 훈련이 대피 행동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실제 상황에서 재난 대비훈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신속하게 대피했다. 훈련 경험이 주위의 재난 신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논문은 설명했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보면 국내 대학에서 진행하는 재난 대비 훈련은 허점투성이다. 대체로 기숙사생이나 학생 대표자 등 일부만을 중심으로 행해진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또한 훈련 횟수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현행 재난 대비 훈련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실전과 같은 훈련은 둘째 치더라도 기본적인 이론 교육조차 부실하기 짝이 없다. 재난 대비훈련에 관한 일정은 물론, 실제상황 시 대피해야 하는 위치와 방법을 모르는 학생이 다수였다. “학교 구조를 잘 알지 못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할 것 같다”라는 한 학생의 대답은 충격을 넘어 섬뜩함 마저 느끼게 한다.

  장애학생의 경우 우려는 배가 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2015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재난 시 장애인의 안전 및 대피에 관한 시스템이 거의 없다. 대피 매뉴얼도 전무함과 다름없다. 최근에서야 장애인단체와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수준이다.

  문제 원인은 국가와 대학본부들이 대학생 안전에 무관심한 데 있다. 중앙대는 물론이고 타대 대학본부들은 매년 재난 대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대학은 수업 중인 학생과 교원도 예외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해당 대학 학생들은 훈련 일정은커녕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국가도 의무훈련 대상을 초·중등 학교에만 한정하고 있다. 어쩌다 재난 대비훈련이 ‘그들만의 훈련’이 돼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결국 국가와 대학본부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내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시청각 교육만 의무화해도 이론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다. 재난이 우리 일상과 요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을 환기해야 한다. 국가는 각 대학이 재난 대비 훈련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초·중등 학교에만 훈련을 강제할 게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재난은 학력과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학습권 보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궁색한 변명은 대학사회가 안전불감증을 앓고 있다는 증거다. 대학사회는 하루빨리 각성해 학내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 장애학생의 경우 특히 더 신경 써야 한다. 관계 당국의 책임 있는 결정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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