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에서 집의 품격을 더하다
  • 김준환
  • 승인 2019.09.0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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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가구거리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의미다. 가구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가구는 직접 보고 만져봐야 품질을 확인 할 수 있다. 국내 가구부터 맞춤형 가구, 명품 가구까지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가구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논현가구거리의 현황과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방문했다.

 

논현가구거리 속 한 가구점의 내부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영국 고유의 느낌을 주며 그 중심에는 요즘 유행하는 ‘패브릭 소파’가 놓여져 있다. 보기만 해도 앉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사진 Authentic CASA Alexis 제공)
논현가구거리 속 한 가구점의 내부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영국 고유의 느낌을 주며 그 중심에는 요즘 유행하는 ‘패브릭 소파’가 놓여져 있다. 보기만 해도 앉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사진 Authentic CASA Alexis 제공)

 

  인사동에서 논현동으로

  논현가구거리가 생기기 전까지 가구거리로 명성을 떨쳤던 곳은 인사동이었다. 그러나 인사동은 거리의 상점은 면적이 좁아 가구를 진열하기에 다소 제한적이었다. 이후 1970년대 강남지역에 개발 열풍이 불었고 새로운 계획도시에 아파트, 상가 등의 건축물들이 급속히 생겨났다. 이 흐름을 따라 가구업체들은 더 큰 매장을 확보하기 위해 논현동으로 이동했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생겨난 논현가구거리는 1990년대부터 명품 가구를 취급하면서 서서히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형성했고 어느덧 고급 가구거리의 대명사가 됐다.

  소규모 가구점의 상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논현가구 번영회’와 강남구청은 지난 1996년 논현가구거리를 특화거리로 지정해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경제위기가 찾아오며 가구거리에는 적신호가 켜졌고 소규모 가구점들은 문을 닫았다. 그 결과 조합의 결속력은 약해졌고 구청의 지원도 미비해졌다. 결국 논현가구거리는 특화 거리에서 제외됐다.

  수입 가구를 고집하는 이유

  논현역 1번 출구를 나오면 자그마한 ‘논현가구거리’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안내판의 화살표를 따라 본격적인 가구거리가 시작된다. 넓은 투명 창에 비치는 가구는 은은한 조명을 받아 한껏 세련미를 뽐낸다. 명품 가구와 개성 있는 가구가 함께 어울린 까닭이다.

  논현가구거리의 상점들은 대체로 수입 가구를 취급한다. 35년째 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구 전문점 ‘스페이스 나인’의 이효열 상무는 다양한 이유로 수입가구를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 발달과 높아진 소비자의 생활 수준은 논현가구거리가 외국 명품 가구를 주로 취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했어요. 가구점 입장에서도 비싼 수입 가구를 판매해야 수익이 더 크죠.” 가구 전문 업체 ‘까사알렉시스’의 김상진 앰배서더도 해외 가구가 국내 가구에 비해 이점을 많이 가졌다고 설명한다. “수입 가구는 국내에서 다루기 어려운 기법이나 손재주를 이용해서 만들어져요. 마감 처리에도 차이가 있어 제품의 질이 다르죠.”

  단순히 외국 제품을 그대로 들여오는 상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상진 앰배서더는 가구를 직접 기획해 수입하기도 한다고 언급한다. “저희는 일방적으로 가구를 수입하기보다는 ‘티모시 울튼’과 같은 디자이너와 협업해 기획성 수입을 해요. 덕분에 고급스러운 빈티지 컨셉의 가구를 가져올 수 있었죠.”

  가구 전문 업체 ‘D&D 갤러리’의 이희정 부장은 해당 거리의 다양한 가구 종류만큼 고객층도 다채롭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방문하는 연령대가 대체로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30대 초반의 소비자도 있어요. 아파트 건설업체와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기업 고객도 상대하고 있죠.”

  같은 거리 다른 모습

  거리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논현역에서 학동역까지 약 850m의 거리를 쭉 걸었다. 거리 곳곳에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대형 가구점과 텅 빈 개인 상점들의 상반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희정 부장은 가구시장 규모가 최근 확대돼 이에 맞춰 대형 가구점의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보유한 집값이 오르면 가구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요. 기대에 없던 소득이 생겨 가구에 투자할 여유가 생기는 거죠. 시장 확대에 발맞춰 가구업체들도 리모델링 같은 재투자를 해요.” 그러나 소규모 상점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기존 영세 가구 업체가 신규 대형 업체보다 홍보나 유통망 관리 면에서 투자가 미흡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실정이에요. 그렇기에 공실도 발생하게 되죠.”

  골든공인중개사사무소 김태경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논현가구거리 가구점들의 월세는 수천만원 수준에 달한다. 높은 임대료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이효열 상무는 논현동 가구거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한다. “영세 가구점들이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변두리로 떠나는 추세예요. 대신 그 자리는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국내 가구점 위주로 채워지고 있죠.”

  김상진 앰배서더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논현가구거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거리가 획일적인 컨셉의 가구 취급을 탈피해야 한다고 전한다. “가구 시장도 패션 시장처럼 다양한 컨셉과 특색이 적용돼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현대적인 컨셉만 추구하기보다는 개성 있는 디자인을 다뤄서 거리를 더 활성화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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