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가 찾아오면서 여름이 한걸음 물러갔다.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해 여름도 서서히 끝이 보인다. 더위에 약한 체질이라 그간 여럿 밤잠을 설쳤다. 비단 더위 때문일까. 기획부 정기자, 대학보도부 차장을 거쳐 문화부 부장의 자리에 올랐고 2년의 신문사 생활에도 끝이 보인다. 한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에는 많은 고민과 걱정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신문사 생활 끝자락에서 부서 운영과 관련한 많은 고민거리들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오감 같은 다양한 감각 기관도 너무 예민하면 손해입니다.” 지난 여름방학 내내 신문사 책상 위에 올려뒀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이유는 한학기 동안 문화부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정답을 찾지 못해 잔뜩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팀플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힘들 때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같은 에세이를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었던 나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나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도리어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문화부 경험이 전무했다. 문화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문화라고 하면 음악, 영화, 연극 등이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문화는 커피문화, 대학문화, 유럽문화 등 어느 단어 뒤에 붙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용례가 다양하다. 이처럼 거대한 개념 앞에 서서 한 학기 동안 어떤 문화면을 꾸려나갈지 고민했다. 독자에게 참신함과 실용적인 정보를 건넬 수 있는 문화면을 만들고 싶었다. 해답을 찾고 싶었으나 문화에 옳고 그름은 없었고 그 속에서 한참을 헤맸다.

  결국 예민함이 무기가 됐다.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폭염으로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속에서 서울 곳곳을 참 많이 살펴봤다. 카페에 5시간가량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도 소중했기에 ‘예민함’이라는 더듬이를 바짝 세우고 생활했다. 주변 기자들이 자잘하게 던지는 피드백 하나도 대충 흘려넘기지 않고 지면에 모두 반영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예민함이라는 무기는 스스로에게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직면하는 모든 문제에 온 힘을 다해 고민하고 예민하게 대처하다 보니 쉽게 기진맥진해지곤 했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감한 사람이 예민한 사람보다 에너지를 덜 소모하며 느긋하고 편안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자에게 예민함은 숙명이다. 신문사에 들어온 순간부터 평안한 삶을 포기했다. 걱정 없고 여유 넘치는 일상을 원했다면 중대신문에 입사하지도, 지금까지 남아있지도 않았을 테다. 민감하게 주변을 살피고 날카롭게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는 기자가 지녀야 할 필수 요소다. 예민함이 지금 당장은 자신을 괴롭힐 수 있으나 남은 10개의 신문을 발행하고 2년의 신문사 생활을 되새겨 봤을 때 뿌듯함으로 전환돼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전규원 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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