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훈련 진행했다지만

학생사회는 체감 못했다
 

재난상황서 지능 8세에 그쳐

현장훈련 통한 학습 중요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35조를 근거로 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실제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국내 모든 대학은 재난안전법에 따라 매년 재난대비 훈련을 진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해당 훈련은 일부 기숙사생 혹은 학생 대표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수업 중인 교원과 학생은 훈련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실효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생과 전문가가 체감한 대학 내 재난대비 훈련의 문제점을 살폈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온다

  전문가는 일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형식적 훈련이 실제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마련된 재난대비 훈련 규정은 시행 횟수를 근거로 한다”며 “재난대비 훈련을 질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훈련 시행 횟수만 충족된다면 전체 인원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재난이 일부에게만 오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김태구 교수(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는 “재난은 불시에 들이닥쳐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며 실질적인 대비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를 염두에 두고 모든 학내 구성원이 정해진 시간에 재난대비 훈련을 이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구 교수는 “실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사람의 지능은 8세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현장 훈련을 통해 몸으로 익힌 경험적 지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훈련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대학본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백민호 교수(강원대 재난관리공학전공)는 “먼저 대학본부가 재난대비 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대학본부의 인지 정도에 따라 학생들의 훈련 참여 기회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재난대비 훈련에 앞서 “대학 내 모든 구성원에게 교내 대피 동선과 공공 대피 장소를 충분히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피 동선을 설계할 때 인간의 본능적인 특성을 고려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김태구 교수는 “대학에서 설계한 대피 동선이 인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좌회본능이나 추종본능, 지광본능과 같은 특성을 반드시 설계 전에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특성은 각각 ▲두 갈래 길에서 왼쪽을 선택하려는 경향성 ▲많은 사람이 피난하는 방향으로의 무의식적 추종 ▲밝은 빛을 따르는 경향성 등을 말한다.

  캠퍼스에 드리운 그림자, 안전불감증

  재난대비 훈련의 필요성이 뚜렷하지만 대학 내 재난대비 훈련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중앙대의 경우 생활관생을 대상으로 학기별 1회 재난대비 훈련을 진행한다. 즉 학내 모든 구성원이 해당 훈련을 의무적으로 이수하지 않는 셈이다.

  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내 재난대비 훈련에 있어 ▲학내 구성원의 안전불감증 ▲형식적인 훈련방식 ▲한정적인 훈련 참여 인원 ▲재난대비 정보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또한 각 대학본부 측은 “매년 1회 이상 재난대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정작 학생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호정 학생(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은 “입학 이후 한번도 재난대비 훈련에 참여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K대 대학본부는 “수업 중인 교사와 학생도 재난대비 훈련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해당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훈련이 진행되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응답했다.

  재난대비 훈련 목적과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의 인식 또한 문제였다. 방민서 학생(숭실대 경영학과)은 “고교 시절 포항에서 지진을 몸소 겪었다”며 “학내 구성원의 안전불감증이 실제 재난 상황에서 큰 피해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충연 학생(고려대 사회학과) 역시 “학내에 종종 화재경보기가 울린 적이 있었지만 아무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며 “체계적인 재난대비 훈련이 진행되지 않으면 실제 재난 상황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것 같다”고 학내 구성원의 안전불감증을 문제로 짚었다.

  공지부터 대상 선정까지 허점 투성이

  재난대비 훈련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장봉식 학생(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은 “재학 중 재난대비 훈련과 관련한 공지를 보거나 실제 훈련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며 “현장 대응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던 중·고등학교와 대비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학으로부터 재난대피 경로에 대한 안내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영 학생(단국대 건축학과) 역시 “신입생이라 캠퍼스 내 구조를 아직 잘 알지 못한다”며 “캠퍼스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재난이 발생한다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미흡한 재난 상황 대응체계가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윤종원 학생(전자전기공학부 2)은 “실제 재난 상황에서 어떤 경로로 대피해야 하는지 모른다”며 “학내에 재난 상황임을 알리는 시스템 또한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 상황 발생 시 재난 대피 경로뿐 아니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학내 부서 안내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응답자 중 유일하게 재난대비 교육 이수 경험이 있는 학생 역시 훈련의 허점을 짚었다. 송세문 학생(한양대 사회학과)은 “재난대비 교육을 받은 경험은 있지만 근로장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수한 경우였다”며 “교내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기 전까진 학내에 재난대비 훈련이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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