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간배정을 이유로 장애인권위원회(장인위) 설립이 무산됐다. 서울캠 총학생회(총학)는 장인위가 무조건 107관에 위치해야한다 쐐기를 박았고, 서울캠 학생지원팀은 현재로썬 107관에 유효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며 가능성을 차단해 버렸다. 공간문제는 대학본부가 팔 걷고 나서지 않으면 학생 차원에서 절대 해결할 수 없다. 행여 대학본부의 이번 대응이 소수자와 학생의 목소리를 방관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스럽다.

  근래 중앙대 각층 지도자는 ‘변화’, ‘혁신’, ‘도약’, ‘개선’이란 어휘를 빈번히 사용한다. 이는 대외적으로 중앙대가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변화를 요구하는 학생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경우가 누누이 발생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의 여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말이다.

  혹시 학내 지도자들이 대학 혁신에 특정 의견만 반영하고 있거나, 변화를 따라오는 저항이 두려워 여론에 등을 돌린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근 몇 년 간 총학이 내놓은 공약 중 ‘학사 관리’ 관련 공약은 빠진 적이 없다. 특히 성적 공개 의무화나 재수강 규정 개정 요구는 계속돼 왔다. 국내 대학이 점점 절대평가로 변해가는 데에 반해 고착된 제도를 유지하며 불가능하다는 지도자의 답변에 학생만 목 탈 뿐이다.

  안성캠 발전 관련 공약은 거의 기본값이 된지 오래다. 이제는 행정부처 균형화까지 왔다. 이는 안성캠 구성원이 기본적인 ‘행정’에서까지 소외를 느끼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존 구성원의 소외감과 여론을 등한시하고선 안성캠 르네상스는 이룩하기 어렵다.

  물론 변화를 따르는 저항은 부담스럽다. 당장의 변수를 감당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 정책과 과정에 민심을 반영하면 저항은 충분히 타개할 수 있다. 대학본부는 4차 산업혁명과 재정지원 사업 수주를 위해 디지털이미징전공을 폐지하고 소프트웨어학부를 신설해 변화를 꾀했다. 그 과정에서 대학본부는 구성원의 여론은 담지 않은 채 학사 개편을 감행했다.

  결국 사달이 났다. 소프트웨어학부 수업은 제한적으로 개방됐고 폐지된 전공의 학생 수가 적으니 전공수업 폐강은 뻔한 결과였다. 실제로 지난달 디지털이미징전공 학생이 중앙인 커뮤니티에 수업권을 보장하라는 건의를 게재했고 해당 글은 다수의 공감을 받았다. 다행히 소프트웨어학부는 신속히 대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애초 계획에 여론을 반영했다면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었을 거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태는 혁신에 구성원의 목소리가 충분히 담겨야 하며, 추진 과정에도 지도자들은 여론을 계속 경청하고 반영해야 함을 보여준다.

  중앙대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혁신에 계속 발을 담굴 수밖에 없다. 변화 도모를 위해선 과거와 단호하게 결별할 필요가 있다. 과감하게 행동하되 모든 구성원은 진화론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의 밑바탕에는 구성원의 공감이 필수다. 여론이 배제된 공감 없는 혁신은  변화를 따르는 저항을 굴복시키거나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턴 경청과 공감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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