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도 비디오인 캠퍼스 라이프, 이제는 지루하지 않으신가요? 교문 밖을 조금만 벗어나면 흥미로운 지역 라이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동작과 안성의 이야기를 심층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드리겠습니다. 이번학기 지역보도부와 함께라면 지역전문가가 되는 건 시간문제죠. 지역학개론, 그 첫번째 시간은 ‘역사’입니다. 안성이 3·1운동의 3대 실력항쟁지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심지어 이틀 동안 해방까지 쟁취해낸 고장인데요. 이번주는 안성의 뜨거웠던 항일운동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동작과 안성의 생생한 소식을 알 수 있는 이번주 ‘동·안'까지 놓치지 마세요! 그럼 이제 지역학개론을 펼쳐볼 시간입니다!

 

지난 3월 1일 천안시에서 진행된 '아우내봉화제'의 모습이다. 3·1운동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시작돼 순차적으로 지방까지 뜨겁게 퍼졌다.	사진 김정훈 기자
지난 3월 1일 천안시에서 진행된 '아우내봉화제'의 모습이다. 3·1운동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시작돼 순차적으로 지방까지 뜨겁게 퍼졌다.   사진 김정훈 기자

만세로 쟁취한 2일간의 해방
평화 정신 잊지 않은 실력항쟁

올해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100주년을 맞았다. 자그마치 백년 전 일어난 3·1운동의 울림은 우리 가슴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경기도 안성시는 만세운동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지역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당시 주요 항쟁지로 독립운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고장이기 때문이다. 이번주 지역학개론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안성의 항일운동 이야기를 짚어보려 한다. 그 어느 곳보다 열렬했던 안성 만세운동의 현장을 돌아봤다.

  울림의 단초

  1919년 3월 1일, 한반도에 만세 함성이 가득 찼다. 자유를 향한 염원을 담은 소리였다. 민족대표 33인은 인사동 태화관에서 독립선언문을 발표했고 1천여 명의 인파는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했다.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만세운동은 순차적으로 지방까지 퍼졌다.

  안성에는 남진우·고원근 학생이 만세운동 소식을 가져왔다. 서울 유학 생활 도중 3·1운동을 목격한 그들은 고향 안성에서도 만세운동을 전개하려 했다. 그리고 3월 11일 양성공립보통학교(현 양성초등학교) 학생들을 독려해 안성 최초로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교사들은 순사에 의한 학생들의 부상을 염려하며 운동을 제재했다. 그러나 운동의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3월 28일 재개됐다. 다시 발화된 운동은 원곡·양성면, 읍내면(현 안성 1,2,3동), 이죽면(현 죽산면) 등 세 지역에서 일어났다. (하단 지도 참조)

  2일간의 자유를 맞이하다

  원곡면에서는 지문리와 외가천리 주민들이 면사무소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재개된 운동은 최은식, 이덕수, 이근수 등을 비롯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전보다 조직적으로 계획됐다. 청년들은 마을을 돌며 만세운동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다른 주민들도 자진해 독립 만세를 부르며 만세운동을 이어갔다.

  4월에 접어들어 운동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원곡면사무소에 운집한 1천여 명의 시위대는 면장과 면서기를 끌어내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게 했다. 또한 이들을 선두에 내세우며 행진하기까지 했다. 태극기와 횃불을 든 시위대는 원곡과 양성의 경계인 성은고개(현 만세고개)에 이르렀다. 이종석 학예연구원(안성3·1운동기념관)은 만세고개에서 일어난 시위대 합세가 안성 독립운동의 주요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양성에도 이미 1천여 명의 시위대가 시위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위는 원곡 시위대가 합류한 이후 실력항쟁으로 발전하죠.”

  실력항쟁은 일본 식민통치에 대한 무력저항을 의미한다. 양성과 원곡의 시위대가 합세한 2천여 명의 군중은 만세를 부르며 실력항쟁을 전개했다. 주민들은 우편소, 주재소, 통신시설 등 일본의 식민통치 지배시설을 골라 무력으로 부수고 불태웠다. 그러나 이종석 학예연구원은 안성 주민들이 만세운동의 평화정신을 잊은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면사무소, 주재소 등을 파괴하는 과정에서도 일본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적극적인 실력항쟁을 벌였음에도 3·1운동의 비폭력·평화 정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죠.” 만세운동과 함께 펼쳐진 적극적인 실력항쟁은 결국 ‘2일간의 해방’을 이뤄냈다. 일제의 통치기관을 완전히 몰아내고 이틀간 양성과 원곡에서 독립을 쟁취한 것이다.

안성의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원곡-양성 3·1독립항쟁 기념탑이다.
안성의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원곡-양성 3·1독립항쟁 기념탑이다.  사진 김정훈 기자

  거대해진 만세의 외침

  만세운동은 읍내면과 이죽면에서도 전개됐다. 당시 읍내면의 안성장터는 전국 3대 시장에 꼽힐 정도로 교통과 통신의 중심지였다. 사람이 제일 많은 장날에는 경비가 삼엄했기 때문에 만세운동은 장날을 피해 3월 말 시작됐다. 읍내면의 운동은 농민, 교사, 학생, 상인, 기생 등 지역 각계각층에서 최대 3천여 명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4월 초까지 만세를 계속해서 외쳤다.

  이죽면의 만세운동 역시 실력항쟁으로 전개된다. 4월 1일 죽산주재소와 당시 이죽면사무소 앞에서 만세를 시작한 이들은 다음날 죽산장터에서 운동을 이어간다. 만세의 열기가 고조됐을 무렵 모인 군중은 2천여 명이었다. 3일 동안 계속된 만세운동은 일죽면까지 번지며 더욱 격렬해졌다. 시위대는 면사무소와 주재소를 공격하며 실력(實力)으로 일제 통치기구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이처럼 원곡·양성면, 읍내면과 죽산면 세 지역 모두는 안성이 3대 실력 항쟁지로 불리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열렬했던 만큼 혹독했던

  안성시가 3·1운동의 전국 3대 실력 항쟁지로 꼽힌다는 근거는 일제의 판결문인 ‘손병희 외 47명 예심 종결 결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재판 기록에는 ‘피고 등의 선동에 응하여 황해도 수안군 수안면, 평안북도 의주군 옥상면,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및 원곡면 등에서 조선 독립을 목적으로 하는 폭동을 일으키기에’라는 내용이 남아있다. 민족대표 33인이 포함된 판결문에도 원곡·양성이 별도로 기록됐다는 점에서 안성이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 실력 항쟁지였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안성의 만세운동은 당시 ‘안성 사건’이라고 알려질 정도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안성의 격렬한 항일운동에 큰 위협을 느낀 일제는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했다. 이종석 학예연구원은 일제가 주민들을 연행한 방식을 설명한다. “일제가 일종의 검거 전략으로 소문을 퍼뜨립니다. 공터에 모여 뉘우치는 모습을 보인다면 사면해주겠다는 내용이었죠. 4월 농번기에 농사를 지어야 했던 순수한 농민들은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곡초등학교 뒤편 공터에 모인 만세운동 참여자들은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다. 일제는 도망가는 사람들에게 발포도 서슴지 않았다. 잡힌 이들은 안성경찰서로 이송됐다. 일제는 수백 명의 상투를 밧줄로 묶어 안성경찰서가 있는 시내까지 10~12km를 걸어서 이동시켰다.

  결국 원곡·양성의 만세운동으로 총 127명이 재판에 회부됐으며 125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는 3·1운동사에서 단일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람의 수가 가장 많으며 최대의 탄압으로 평가되는 사건이다. 이종석 학예연구원은 선고된 형량 또한 무거웠다고 말한다. “안성 만세운동의 주도자분들은 12년 형, 7년 형을 구형받았습니다. 이는 2, 3년 형 등의 민족대표 33인의 형량과 비교해서도 높은 편입니다.”

  현재 안성에 등록된 독립유공자는 총 316명이다. 이종석 학예연구원이 상당한 수의 안성 주민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고 설명한다. “지난 2017년도 기준으로 경기도 인구에서 안성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1.5%인 데 반해 독립유공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에 달합니다.” 실제로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의 집계에 따르면 안성은 경기도에서 첫번째, 전국에서는 6번째로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지역이다.

  독립운동을 대중적으로 경험한 안성 주민은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투쟁을 이어간다. 그들이 경험한 만세의 울림이 이후 활발한 독립운동 참여에 큰 원동력이 된 셈이다. 신간회 결성과 반제국주의 투쟁 그리고 의열투쟁 속에도 안성의 사람들이 녹아있었다. 이들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한국광복군 군인으로, 대일투쟁에 앞장섰다. 그리고 이 분수령에는 3·1운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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